니콜로 로랑(Nicolo Laurent) 프랑스 그랑제콜 에섹(ESSEC·고등경영대학원) MBA, 프랑스텔레콤·오렌지의 온라인 게임 자회사 ‘GOA’ 온라인 게임 라이선싱(저작권 사업) 담당, 라이엇게임즈 해외사업 총괄 부사장 / 롤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논현동의 문화공간 ‘SJ쿤스트할레’에서 니콜로 로랑 라이엇게임즈 CEO는 “한국이 e스포츠 시장에서 종주국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많은 국가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니콜로 로랑(Nicolo Laurent)
프랑스 그랑제콜 에섹(ESSEC·고등경영대학원) MBA, 프랑스텔레콤·오렌지의 온라인 게임 자회사 ‘GOA’ 온라인 게임 라이선싱(저작권 사업) 담당, 라이엇게임즈 해외사업 총괄 부사장 / 롤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논현동의 문화공간 ‘SJ쿤스트할레’에서 니콜로 로랑 라이엇게임즈 CEO는 “한국이 e스포츠 시장에서 종주국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많은 국가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컴컴한 조명, 쿵쿵거리는 음악, 고성능 PC로 게임을 즐기는 한국인과 외국인들. 홍대·이태원 클럽과 대형 PC방을 합쳐 놓은 곳에 온 듯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 ‘2018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롤) 월드 챔피언십(롤과 월드컵을 합쳐 ‘롤드컵’으로 불림)’의 후원사 마스터카드가 차린 체험형 공간이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복합 문화공간 SJ쿤스트할레가 ‘게이머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니콜로 로랑(Nicolo Laurent) 라이엇게임즈 최고경영자(CEO)를 11월 2일 이곳에서 만났다. 그는 다음 날의 롤드컵 결승전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 결승전에 한국이 정작 오르지 못한 것을 ‘스포츠의 묘미’라고 표현했다. 또 한국과 함께 e스포츠 강국으로 불리는 북미와 중국이 최근 폭발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점을 들어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 한국이 결승전에도 못 오르는 등 올해 롤드컵에는 이변이 많았다.
“한국 팬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흥분된다. 3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최초로 우승할 수도, 2011년 스웨덴에서 열린 1회 롤드컵 우승팀인 유럽의 ‘프나틱’이 이번(8회)에 다시 우승할 수도 있다(3일 열린 실제 결승전에서는 중국 팀 인빅터스 게이밍(IG)이 우승). 어떤 결과가 나와도 재밌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이는 세계 e스포츠인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한국은 최근 5년 연속 롤드컵에서 우승하며 시장을 지배해 왔다. 우승팀이 중국이 되든 유럽이 되든, 세계 팀과 팬들에게 ‘내년의 주인공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스포츠의 묘미 아니겠는가.”

e스포츠는 얼마나 성장하고 있나.
“롤드컵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시청률은 매년 직전 해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성장한다면 5년 뒤, 10년 뒤,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커져 있을 것이다. 반면 다른 전통 스포츠를 즐기는 시청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은 절대 반전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젊은 세대들이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보라. 농구를 하나? 축구를 하나? 아니, 게임을 한다.”


올해 롤드컵의 주인공들. 3일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한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IG)’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라이엇게임즈
올해 롤드컵의 주인공들. 3일 열린 롤드컵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한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IG)’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라이엇게임즈

젊은 세대들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게임사들은 때론 이들을 중독에 빠뜨리거나 부적절한 아이템을 사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여기에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규제는 적정선에 그쳐야 한다. 게임은 어린 친구들에게 좋은 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정말로 게임을 사랑했고 게임을 하면서 꼭 필요한 삶의 기술들을 많이 배웠다. 생각해보라. 학교에서 팀워크에 대해 배울 수 있는가? 학교에서 생존 전략을 배울 수 있는가? 학교에서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가? 학교에서 경쟁에서 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가?”

한국 e스포츠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팀의 수준이 매우 높고 e스포츠 시장이 상당히 성숙해 있다. ‘스타크래프트(1998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PC 온라인게임)’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을 때 이를 가장 빨리 e스포츠로 받아들인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은 다른 많은 나라, 많은 팀에 일종의 ‘전설’이 되어 영감을 주고 있다. 감독·코치진을 비롯해 게임 운영이나 전략에서 참고할 만한 훌륭한 팀 등 ‘e스포츠 생태계’가 바로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팀이 생태계를 보고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하지만 많은 국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입지는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북미나 유럽, 중국 등에서 e스포츠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라이엇게임즈는 북미, 유럽, 한국, 중국 등 세계 14개 지역에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각 리그는 시청률과 투자 규모 면에서 모두 성장하고 있다. 특히 북미와 중국의 경우 올해 리그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투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처럼 몇몇 팀을 고정 운영하면서 구단주가 특정 팀의 운영권을 사고, 구단주가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성적이 좋았다고 1부 리그로 승격하거나 반대의 경우 2부 리그로 강등되는 일이 없다. 당장 1년 뒤 팀이 강등될 수도 있다면, 어떤 구단주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투자하겠나. 내년 유럽과 터키에서도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은 왜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하지 않나.
“프랜차이즈 모델은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e스포츠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을 때 도움이 된다. 내가 ‘리그오브레전드가 4년 뒤 e스포츠로서 완전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을 때 한국 사람들은 누구도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대기업들이 e스포츠 구단을 소유하거나 지원하고 있지 않나. 한국에서는 프랜차이즈 모델을 향후 도입할 수도,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무엇인가.
“‘시청 경험’이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유력 게임 방송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나라 팬들은 대부분 인터넷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통해 e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TV 중계에 의존하는 전통 스포츠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e스포츠 생태계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이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된 점이다. 스폰서들은 전통 스포츠처럼 단순히 로고를 노출하거나 외부에 부스를 차리고 이벤트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게임 안에서 아이템을 파는 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