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술자가 선팅 시공 작업을 하고 있다.
한 기술자가 선팅 시공 작업을 하고 있다.

“찾아보니 외제 선팅은 40만원에 열 차단율이 60%밖에 안 되길래, 국산품 중 40만원 정도에 열 차단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시공했습니다.”

S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성비 좋은 국산 선팅을 했다는 후기를 올렸다. 해당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니 각종 선팅 업체 추천글과 후기글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열 차단율은 선팅에 사용된 필름이 적외선(열)을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자동차 선팅 업체의 한 직원은 “열차단 선팅을 하면 차량 내부 단열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팅하는 사람들은 이외에도 자외선 차단과 시력·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서도 선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팅 자체가 불법인 것을 아느냐” “선팅은 잠재적 살인행위다” 등 선팅이 교통안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시각이다. 직장인 엄모(43)씨는 “교통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선팅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라고 말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실험에 따르면, 야간에 짙게 선팅한 차를 모는 것은 소주를 반병에서 한 병 마시고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선팅 차의 돌발 상황 반응 속도가 술을 마신 운전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팅 규제는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3호에 근거한다. 가시광선 투과율을 기준으로 앞면 유리창은 70% 이상, 운전석 좌우 옆면 유리는 40% 이상이어야 한다. 가시광선 투과율은 가시광선이 유리를 통과하는 비율을 뜻한다.

혹자는 ‘그럼 이 기준만 지켜 선팅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간과된 사실이 있다. 아무것도 붙이지 않은 자동차 앞 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80% 정도라는 점이다. 앞 유리는 차단율이 낮은 선팅필름이라도 붙이면 불법이지만, 실제로는 전면은 투과율 30~50%, 옆면은 15~20% 정도로 선팅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불법이다. 선팅 시공 업체들에 따르면 전면·측면 상관없이, 투과율 5~10%의 선팅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밖에서 내부가 아예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불법 선팅은 단속이 거의 안 되고 있다. 경찰이 적발해 2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유명무실해졌다. 1999년 이전에는 짙은 선팅을 한 차량을 2년마다 자동차 정기검사(신차는 4년) 때 불합격시키는 방식으로 규제했으나 과잉 단속이라는 이유로 폐지됐다. 차량 선팅을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10여 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규제는 있으나 처벌은 없는, 이런 이상한 상황을 언제까지 봐야 할까.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행가능한 수준의 단속부터 해야 한다”며 차근차근 규제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속차량에 대한 카메라 판독 시 선팅 때문에 탑승자 식별이 안 될 때 우선 단속해야 한다. 해당 차량을 시공한 업체 또한 처벌해야 근본적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