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열풍에 힘입어 수퍼리치 반열에 오른 크리스 라센 리플 창업자. <사진 : 블룸버그>
암호화폐 열풍에 힘입어 수퍼리치 반열에 오른 크리스 라센 리플 창업자. <사진 : 블룸버그>

‘새로운 암호화폐 제왕의 탄생!’

미국 월스트리트 등 세계 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의 광풍이 또 한 명의 ‘수퍼 리치’를 탄생시켰다.

뉴욕타임스, CNBC, ‘포브스’는 1월 4일 “암호화폐 기업인 리플 주가가 3.84달러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리플의 공동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라센(Chris Larsen·58)의 자산 가치가 599억달러(약 65조9000억원)를 기록, 미국 400대 부자 순위(포브스) 5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라센 창업자의 자산은 미국 부자 순위 5위였던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584억달러)는 물론, 세계 최고 우량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45·자산 515억달러·9위)와 세르게이 브린(45·자산 500억달러·10위)의 개인 자산을 뛰어넘었다.


작년 리플 암호화폐 3만8000배 폭등

리플 주가가 이후 2.39달러까지 추락하면서 라센 창업자의 부자 순위는 5위에서 15위로 추락(?)했지만 그의 자산은 애비게일 존슨 피델리티 최고경영자, 헤지펀드의 제왕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 등 내로라하는 거부들을 앞선다.

애비게일 존슨 피델리티 회장은 유명한 암호화폐 예찬자인 데 반해 레이 달리오, 칼 아이칸 회장은 “암호화폐는 사기에 가까운 버블”이라고 비판하는 등 대표적인 암호화폐 회의론자들이다. 1980년대 이후 헤지펀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세계적인 부를 쌓은 거부들의 축재 신화가 다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가디언이 최근 “2017년이 비트코인의 해였다면 2018년은 리플의 해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등 라센 창업자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글로벌 수퍼리치로 부상했다.

실리콘밸리의 고만고만한 엔젤투자자 중 한 명이었던 라센 창업자가 일약 세계적인 거부 반열에 오른 것은 그가 공동 창업한 리플의 주가와 리플이 만든 암호화폐인 XRP 코인 가격의 폭등 덕분이다.

XRP 코인은 2017년 1월 1일 개당 0.006달러였다가 2017년 12월 31일 2.30달러에 거래되는 등 단 1년 만에 3만8000배 올랐다.

올해 들어 코인 한 개 가격이 3.8달러를 돌파하면서 라센 창업자를 순식간에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XRP 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제치고 작년 주요 암호화폐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이더리움을 제치고 비트코인에 이은 제2위 암호화폐로 부상한 리플의 가치가 한때 2354억달러(약 259조원)를 돌파하는 등 라센 창업자의 앞날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라센 창업자는 XRP 코인 51억9000만 개와 리플 주식 17%를 소유하고 있다고 ‘포브스’ 등은 보도했다.

리플은 2012년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제드 맥칼럽(Jed McCaleb)이 비트코인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른 결제 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송금·결제에 사용

리플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인 XRP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송금과 결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리플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XRP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지불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안전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 자산 이동을 추적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누구나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XRP는 리플 한 기업만 생산하는 중앙집중형 암호화폐다. 리플이 만든 990억 개의 XRP만 유통이 가능하고 개인 채굴은 불가능하다.

리플은 XRP가 금융회사들이 거래 수수료와 거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이더를 통한 결제 시간이 2분, 비트코인이 1시간 이상인 데 비해 XRP를 이용한 결제 시간은 4초에 불과하다고 리플은 설명하고 있다.

리플이 발행한 990억 개의 XRP 가운데 613억3000만 개는 리플이 소유하고 있고 시중에 유통되는 XRP는 387억 개에 불과하다. 매달 최대 10억 개씩만 시장에 풀린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UBS 등 100개 이상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XRP를 통해 금융 결제를 하고 있다.

한국의 우리은행·신한은행, 일본 SBI은행·레소나은행 등이 리플을 통한 해외 송금 시험에 성공해 올해 상용화할 전망이다. 최근 싱가포르가 리플의 아시아 사무소 유치에 성공했다.


Plus Point

온라인 사금융의 개척자 ‘엔젤 투자’로 ‘초대박’

라센 창업자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은 브래드 갈링하우스. <사진 : 블룸버그>
라센 창업자로부터 CEO 자리를 물려받은 브래드 갈링하우스. <사진 : 블룸버그>

라센 창업자는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어머니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항공기 정비사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리플로 ‘초대박’을 터트리기 전까지 온라인 사금융 분야에서 부를 축적한 엔젤 투자자였다.

1984년 샌프란시스코대에서 재무와 회계학을 전공한 라센은 셰브론에 입사해 브라질, 에콰도르 담당 회계 담당자로 일했다. 1991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뒤 친구와 친척에게 돈을 빌려 온라인 대부 회사 이론(Eloan)을 창업했다. 이론은 2005년 뱅코 파퓰러의 모회사인 파퓰러에 인수됐는데 이 과정에서 라센 창업자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가량의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센 창업자는 이론 매각 이후 미국 최초의 개인대 개인 간 금전 대출을 중개하는 온라인 대여 플랫폼인 프로스퍼 마켓플레이스(Prosper Marketplace)를 창업했다. 그는 2012년 새로운 암호화폐를 구상하던 제드 맥칼럽과 만나 ‘오픈 코인’을 공동 창업하면서 CEO가 됐다. 2013년 회사 이름을 리플 랩으로 개명했다.

라센 창업자는 2016년 11월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에게 리플의 CEO 자리를 물려주고 회장으로 물러났다. 리플 주식 6.3%를 보유한 갈링하우스 CEO도 최근 자산 가치 94억달러(약 10조3000억원)로 미국 부자 순위 50위권에 진입했다.

라센 창업자는 개인 간 금전 거래의 자유를 주장하는 전투적인 사생활 운동가(privacy activist)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재정 설계회사인 디스틸트디 애널리틱스와 크레딧 카르마를 경영하고 있다. 버클리에서 개인 카페를 경영하고 지역 불교 재단에 활발하게 기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센 창업자는 최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이 놀랍다. 운이 좋을 때 이 길의 중앙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그가 손에 쥔 행운을 한껏 즐기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부의 지형도 요동친다. 철도 산업의 융성은 밴더빌트와 카네기 같은 거부를 출현시켰고, 석유 산업은 록펠러 가문의 돈줄이 됐다. 컴퓨터, 인터넷,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 등 새로운 유형의 ‘수퍼리치’들이 등장하는 기반이 됐다.

라센 리플 창업자의 초대형 행운이 올해도 지속될까? 외신들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R3, 글로벌 금융 기업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R3CEV 등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과 신규 가상 화폐들의 출현이 리플을 위협하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광란의 춤을 추는 암호화폐의 가격처럼 올해가 라센 창업자의 해가 될 지는 좀 더 지켜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