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토 면적은 서울만 하고, 인구는 530만 명에 불과하다. 천연자원은 거의 없고 모든 먹거리를 수입하며 물도 절반은 수입해 쓴다. 그런데도 1인당 GDP는 5만달러(2012년)로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세계적인 경영 대가(大家)들은 이 작은 도시국가를 혁신과 발전의 모델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 회장은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마치 혁신 기업 P&G(프록터앤드갬블) 같다”고 했고,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싱가포르와 그 지도자가 선택한 결정이 작은 섬 국가를 강력한 경제 발전소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을 손님으로 대하는 ‘주인(host)’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집(home)’이 되고자 한다.”

림 스위 니안(Lim Swee Nian)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부청장이 “왜 이곳이 글로벌 기업들에 인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 기업에 묻는 정부

그는 “남들은 낮은 세율 때문에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라며 “기업들의 연구·생산에 필요한 인프라와 환경을 갖춰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를 꿈꾸는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기업의 입장에서 먼저 신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지원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소비재 생산 기업인 P&G도 이런 과정을 통해 유치에 성공, 뿌리를 내리게 했다. 싱가포르는 P&G에 ‘무엇을 원하는가’ 하고 끊임없이 물었고, P&G가 원하는 전문가를 키우거나 해외에서 데려오게 했다. P&G가 원하는 신사업, 새로운 시장 진출에 관한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토털 솔루션’을 준 것이다.

싱가포르는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4대 허브(hub) 전략을 추진해 왔다. 해외의 우수한 기업과 인력을 적극 유치하고, 국가 전체를 전 세계 기업과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거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 집권 시기(1965~2002년)에 싱가포르가 명실상부한 ‘오일 허브’와 ‘금융 허브’로 발돋움했다면, 그의 아들인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여기에 ‘바이오 허브’ ‘워터 허브’를 더해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회사 P&G는 2011년 말 화장품·생활용품 등 핵심 사업 부문 본사를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부터 2억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P&G이노베이션센터는 2013년에 완공돼 총 500명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안 경제개발청 부청장은 “우리는 늘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무엇인지 고민한다”며 “미래에 어떤 산업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투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