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서울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서울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07년 36세로 최연소 그룹 회장이 됐다. 그는 취임 후 몇 년간 은둔형 경영자였다. 40세 무렵부터 변화를 시작, 40대 중반에 공격형 경영자로 입지를 다지기까지 정 회장의 10여 년 역정은 그의 인상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의 눈두덩은 유난히 넓다. 눈두덩이 넓으면 스태미나가 강하다고 본다. 오늘날은 너그러운 성정을 지녔다고 해석한다. 사람을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자신이 먼저 배신하지 않는 타입이다. 전택궁이라 불리는 이 부분이 넓으면 많은 전답(田畓)을 지닌다고 했다. 그가 넓혀갈 현대백화점의 지평이 눈두덩에 담겨 있다. 눈두덩과 눈은 35~40세 운기에 해당된다. 눈이 작아 잠시 은둔 시기를 보냈으나 40대 초반 즈음 눈썹과 눈썹 사이 명궁 부분에 이르러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큰 그림을 그려 한섬을 인수해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오픈했으며 면세점 사업에도 도전하는 등 사업 인생에 승부를 걸었다. 40대 중반 운기를 보여주는 관골이 단단하게 잘생겨 이제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위상을 확실히 표현하며 현대백화점그룹의 당당한 총수로 우뚝 섰다.

기업 총수의 인상은 그 기업의 역사와 흐름을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손자인 정지선 회장은 손자들 중 ‘리틀 정주영’이라 불린다. 그만큼 그의 인간적 이미지가 정주영 회장과 유독 닮았다는 것이다. 최근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추진력과 적극적인 시장 대응력도 정주영 회장의 에너지와 흡사해 보인다.


은둔형에서 공격형 경영자로 변해

정 회장 인상에서 그룹 2~3세들과 차별점을 보이는 부분은 귀와 이마다. 조부모나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은 자손들을 보면 대개 귓바퀴가 둥글고 이마도 동글동글 잘생겼다. 정 회장은 귓바퀴가 둥글지 않고 이마도 매끈하지 않다. 이마 굴곡이 있으면 고전 인상학에서는 어렵게 살았다고 봤으나 현대에 와서는 해석이 달라졌다. 주어진 대로 편안하게 앉아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확인하며 일하는 현장 체질이라는 말이다.

앞머리를 깔끔하게 올린 헤어스타일은 ‘나는 나요’ 하며 자신의 권위와 품격을 드러내는 무언(無言)의 메시지다. 머리털이 잘 눕지 않고 억센 듯 서있고 피부가 검고 두꺼운 정 회장은 매우 강한 에너지의 소유자다. 피부가 두꺼우면 몸이 건강하고 배짱이 두둑하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판교 현대백화점을 오픈한 그는 실제로 보스 그릇의 배짱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 눈썹과 눈썹 사이 명궁이 널찍해 넓고 크게 보는 사람이다.

눈썹은 앞부분이 차분하게 누워있다. 서있는 머리털에 비해 눈썹이 차분한 것은 사회화 과정에서 성격이 잘 다듬어졌음을 의미한다. 머리카락이 억세고 피부가 검어 ‘뭐든 하고 보자’는 기질이 있는데, 가풍이 엄한 어른들 아래 교육을 잘 받고 처세술도 익혔을 것으로 짐작된다. 눈썹이 차분한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다루는 직업이나 서비스, 문화 사업에 잘 어울린다. 럭셔리 백화점 사업이나 패션 사업은 정 회장의 천직이다.

그런데 잘 누운 눈썹이 끝부분에 이르러 약간 흩어졌다. 문화적이며 사교적인 기질 한편에 혼자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정이 여기 담겨있다. 정 회장이 취임 초기 은둔형이었던 것은 이 눈썹 기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눈썹이 산 모양인 사람은 적극적이라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다.

눈끝이 예리하고 눈매가 매서운데 이 경우 눈썰미가 좋다. 예를 들어 백화점 어느 부분이 바뀌었는지 금세 알아채는 눈이다. 눈매가 둥글지 않고 각이 져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인 경우 살기 힘들면 눈에 각이 진다. 환경이 좋아 꽃길을 걸어왔는데도 눈에 각이 졌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성격이다. 눈꼬리까지 길어 어떤 일이든 마음속에 넣어두고 곰곰이 따져본다. 눈이 작아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눈이 길어 멀리 내다본다. 작은 눈 안에서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는 매우 현실적인 기업가의 것이다. 웃을 때는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데 이런 사람은 연륜이 쌓이면서 눈꼬리가 처진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정보를 무궁무진하게 담고 있는 눈으로 바뀐다. 눈 밑 와잠이 튼실해서 역시 스태미나가 좋다.

코가 두툼해 40대 후반에 이르러 사람이 모이고 재물이 쌓인다. 준두(코의 끝)와 양쪽 콧방울이 1 대 2 대 1로 균형이 잘 잡혔고 콧구멍이 보이지 않아 지니고 있는 재물을 지켜낸다. 과거 사진을 보면 40세 즈음까지는 이 콧방울 탄력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콧방울에 탄력이 붙고 관골도 더 발달했으며 입이 커졌다.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 달성이라는 현대백화점그룹의 2020년 비전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에 베풀며 덕망 쌓으면 運 풀려

적당히 두둑한 인중은 두툼한 눈두덩과 더불어 부모님을 잘 모시는 효자상이다. 인중이 잘생겨 50대 초반 재도약 운기가 보인다. 그런데 미소선인 법령이 흐리다. 이럴 경우는 길이 없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길을 만들어나간다. ‘리틀 정주영’의 기질이다. 하지만 법령이 없으면 안정감이 떨어진다. 50대 후반 운기를 안정시키고 현대백화점의 탄탄한 미래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법령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법령이 좋아지면 뺨 탄력도 더 좋아져 50대 후반이 넉넉해진다. 사회에 더 많이 베풀면서 기업가로서 덕망을 쌓는다면 법령도 발달하고 뺨 탄력도 좋아질 것이다.

입술이 가늘고 뚜렷해 화술이 뛰어나다.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일 것이다. 턱 탄력이 좋아 아랫사람들이 잘 받쳐주며 말년도 좋다. 이 탄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 기업과 본인 건강을 오래오래 유지하는 길이다. 탄력이 떨어져 뺨이 처지면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목 두께가 얼굴 넓이와 비슷한 걸 보면 매우 건강하다. 기업 총수로서 현장을 동분서주해도 끄떡없을 만큼 강한 체력을 지녔다. 기업 체력은 총수의 체력과 비례한다. 검고 두꺼운 피부와 목, 두툼한 와잠, 억센 머리카락까지 정지선 회장의 요즘 에너지는 하늘을 뚫을 기세다. 유통업계 최강자를 향해 달리는 현대백화점의 기세와 닮았다.


▒ 주선희
국내 첫 인상학 박사, 20여년간 대학교·정부·민간 기업체에서 강의, 주요 저서 ‘얼굴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