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뱅이해물순두부. 사진 김명지 기자
새뱅이해물순두부. 사진 김명지 기자

분명 ‘단양휴게소’라고 적힌 고속도로 표지판을 보고 운전대를 틀었는데, 한참을 가도 휴게소는 보이지 않는다. ‘국도로 잘못 접어든 게 아닌가’ 아차 하는 사이 건축자재를 로프로 꽁꽁 묶은 25t 트럭을 만났다. 느릿느릿 꼬부랑 일방통행 도로를 타고 내려가기를 3분여. 저 멀리 주차장이 보였다. 대형트럭과 용달차, 5t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빼곡히 들어찼다. 단양휴게소(부산 방향)는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 춘천에서 대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의 ‘포인트’로 꼽힌다.

꽃병이 놓인 햇살 좋은 식당 창가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메뉴를 고르기 전 주변 탐색은 기본이다. 빨간 칼라 티셔츠에 검은색 망사조끼를 입은 구릿빛 피부의 사내가 벌건 국물의 순두부를 한술 떠서 밥에 비비고 있었다. 인기메뉴를 묻는 말에 계산대 점원은 “이곳은 새뱅이로 국물을 진하게 낸 순두부찌개가 일품”이라고 답했다. 새뱅이(토하)는 토종 민물새우를 뜻한다.


마늘 양념 듬뿍 넣어 차별화

바깥 풍경을 보며 숨을 돌리는 사이 전광판에 번호가 떴다. 하얀 김이 올라오는 뚝배기에 종업원이 채 썬 파를 올렸다. 식판을 들자마자 민물새우의 감칠맛과 고추기름의 매콤한 기운이 콧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새우 사이로 팽이버섯, 순두부, 바지락이 알차다. 두부를 들어올리니 반쪽짜리 갯벌 방게와 채 썬 오징어가 숨어있다. 국물부터 한술 떴다. 짭짤한 새우와 두부를 뜨끈한 흰 쌀밥에 비벼 한술 뜨자 입안에서 해물대잔치가 벌어졌다. 보통 순두부찌개는 냉동해산물로 국물 맛을 내는데, 이곳은 민물새우에 고추, 파, 마늘 양념을 듬뿍 넣어 차별화했다. 동강을 끼고 있는 단양은 민물새우와 마늘산지로 유명하다.

새뱅이해물순두부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입소문을 타고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인기메뉴로 등극했다. 하루 내방객 수가 500명이 채 되지 않는 단양휴게소에서 하루에 최대 150그릇이 팔려나간다. 아쉽게도 순두부에 들어가는 새뱅이는 인도산, 마늘은 중국산이다. 운전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가격(7000원)을 맞추기 위해서 한 선택이다. 재료가 수입산이면 어떠랴. 시원한 국물에 입속에서 씹히는 풍성한 해산물은 고단한 하루에 점을 찍기 충분했다.


휴게소 인근 즐길거리·볼거리

원두막 짜장면 배달 서비스

단양휴게소 힐링테마공원. 사진 김명지 기자
단양휴게소 힐링테마공원. 사진 김명지 기자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하루 10~12시간을 보내는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휴게소는 ‘그냥’ 들르는 곳이 아니다. 지친 마음과 몸을 다잡고, 운전대를 다시 잡을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다. 맛깔난 음식을 제외하고, 이들이 단양휴게소를 찾는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휴게소 뒤편에 조성된 조각공원(힐링테마공원)을 꼽는다. 국공립 생태공원과 비교하면 꽃밭 수준이지만, 식사 후 소화 겸 산책하기에는 충분했다.

햇살 좋은 봄과 가을에는 공원에 마련된 원두막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원두막 좌측 상단에 있는 위치 번호(O번 쉼터)를 대고 사무실 전화번호(043-423-5401)로 원하는 메뉴를 이야기하거나 문자를 보내면 된다. 뚝배기류나 라면 같은 펄펄 끓는 음식을 빼고는 모두 주문이 가능하다. 가장 잘나가는 메뉴는 짜장면(4000원). 식사류 외에 아메리카노(4100원), 카페라떼(4600원) 같은 음료도 주문이 가능하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벤치에 앉아 분홍의 코스모스와 노란 들꽃을 보며 캔커피를 마시니, 올가을이 다 가기 전에 딸과 함께 다시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