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2020년은 ‘개미의 해’였다.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까지 등장시킨 개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1500 아래로 추락한 코스피 지수를 3000 고지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최근의 대규모 펀드 환매 흐름은 유튜브와 전문 서적으로 내공을 쌓은 개미의 자신감을 나타낸다. 전문가에게 맡겼던 투자를 직접 하겠다고 선언한 개인은 지난해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을 오히려 대량 매수하며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다만 이런 과열 양상에 편승해 한몫 챙기려는 불법 주식 추천 세력은 주의해야 할 리스크 요소로 꼽힌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는 총 18조1694억원이 빠져나갔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3월(4조4158억원 증가)과 10월(8862억원 증가)을 제외한 나머지 11개월 동안 펀드 설정액이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총 47조490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조5655억원, 25조5340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매매 규모만 놓고 보면 외인·기관이 쏟아낸 매물을 개인이 고스란히 흡수한 형국이다. 개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은 새해 들어 더 빨라졌다. 올해 1월 개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25조8549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작년 개인의 순매수 총액인 63조8000억원의 40%에 달한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치인 3266.23까지 오른 1월 11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조4921억원어치를 개인이 빨아들였다.

종목 단위로 봐도 개인과 외인·기관의 대결 구도는 두드러진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순매수 금액 기준)은 삼성전자(19조8124억원)다. 현대차(3조5193억원)와 SK하이닉스(1조6509억원), 현대모비스(1조6101억원) 등이 그 뒤를 따른다. 개미의 적극적인 ‘사자’ 덕에 작년 11월 5만원대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두 달 만에 1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칠만전자’ ‘팔만전자’ 등의 신조어가 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가장 많이 팔았다. SK하이닉스도 외국인은 7104억원, 기관은 9694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의 순매도 1위 종목인 LG화학은 외국인의 순매수 1위 종목에 대조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투자에 대한 개인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저금리 환경에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까지 겹쳐 0%대 정기예금 금리 시대가 됐는데, 부동산은 규제 영향으로 투자 수단으로서 매력이 감소했다”며 “주식을 대안으로 삼는 투자자가 늘고, 가계 자산 중 주식 비중도 확대됐다”고 했다.


초짜 노린 투자 사기는 조심해야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은 투자 사기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금융 투자가 처음인 이른바 ‘주린이’가 종종 사기꾼의 표적이 된다. 불법 주식 리딩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식 리딩방은 특정 업종·종목을 추천해주는 공간으로, 카카오톡·텔레그램 등을 통해 소통한다. 리딩방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최근 증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다시 성행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주식 리딩방 운영진의 전문성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금융위원회에 유사투자자문업 신고라도 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리딩방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가 운영하는 불법 리딩방은 찍어준 종목의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초짜 개미를 유혹하고, 개미가 걸려들면 “더 긴밀한 정보는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한다”며 회비 납부를 유도한다. 자금 대출, 자산 위탁 운용 등 허락되지 않은 행위를 일삼거나 가짜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내려받도록 한 뒤 돈만 가로채 잠적하는 일당도 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투자에 관한 정보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넘쳐난다. 이 덕분에 스마트한 개인 투자자가 많아졌다”라며 “다만 정보를 얻을 때는 제공자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기관인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Plus Point

‘테슬라 대박’ 운용사가 찍은 2021년 투자 유망 업종 15선

이소연 기자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신흥 강자인 아크인베스트(ARK Invest)가 1월 26일 올해 장기투자 아이디어 15가지를 제시해 투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아크인베스트는 항공우주 산업 등 혁신 기술에 집중하는 액티브 ETF 운용사다. 아크인베스트는 지난해 1년간 운용하는 ETF 7개 중 5개 상품이 100~180%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며 월가에 화제를 몰고 다녔다. 특히 2018년 당시 주가가 60달러에 머물렀던 테슬라에 일찌감치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큰 수익을 올리며 ‘테슬라 발굴자’로 주목받았다.   

아크인베스트가 공개한 ‘빅아이디어 2021’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15가지 미래 투자 유망 업종은 ‘딥러닝, 데이터센터 혁신, 가상세계, 전자 지갑, 비트코인 기반, 비트코인 기관투자, 전기차, 자동화, 자율주행 콜택시, 드론 배달, 궤도 인공위성, 3D 프린팅, 염기서열 분석 기술인 롱 리드 시퀀싱, 조기암 검진, 2세대 세포·유전자 치료’다. 

각 업종에 대해 아크인베스트는 딥러닝이 향후 인터넷보다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데이터센터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의 장악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내 화폐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를 반영한 AR(증강현실) 등 가상현실 기반 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벤모, 스퀘어의 캐시 앱 등 핀테크 기업이 기성 은행 업계를 전복시키며, 비트코인, 전기차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아크인베스트는 로봇 자동화가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테슬라가 2022년까지 자율주행 콜택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작한다면 2025년까지 미국 내 자율주행차 보급률이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래 드론 배달 보편화가 쇼핑 방식을 바꾸고 배송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성을 쏘아 올리는 비용 역시 낮아지고, 3D프린팅이 제조업 전반을 혁신하며, 의료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