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는 데 상사 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사와 나의 궁합, 이른바 ‘케미’가 잘 맞아야 한다. <사진 : 블룸버그>
직장 생활을 하는 데 상사 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사와 나의 궁합, 이른바 ‘케미’가 잘 맞아야 한다. <사진 : 블룸버그>

“도덕적 과실이 운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라도 갚지 않으면 운이 나빠진다. 은혜를 받기만 하면 ‘도덕적 부채’로 쌓인다.” 50년간 1만명의 삶을 분석한 일본의 니시나카 쓰토무 변호사가 밝힌 운(運)의 과학은 도덕성이었다. 운은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란 지적이다. 그렇다면 회사 생활의 운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 생활의 운은 승진, 상사, 부서 배치 등 3가지로 압축된다. 당신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라. 어떤가. 운이 좋은 편인가, 아닌가. 결론부터 말해 조직 생활의 운은 반전력에 있다. 반전력은 불운을 행운으로 역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라스트맨 스탠딩,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승진 운, 상사 운 모두 자기하기 나름

먼저 승진 운이다. ‘용불용설’과 ‘무용지용설’이 존재한다. 승진이 급속도로 빠른 쾌속가도파들은 용불용설을 자신 있게 외친다.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하는 것처럼 사람도 계속 쓰여야 발전한다는 논리다. 될성부른 잎들이 일찍이 발탁돼 점점 기회도 늘어나고, 능력이 축적된다는 이야기다.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봤자 만년부장밖에 더 되냐며 엘리베이터를 탄 급속 승진이 직장 성공의 법칙이라고 지적한다.

대기만성파들은 ‘장자’에 나오는 무용지용을 지적하며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반박한다. ‘날랜 척 해봤자 그게 그거’란 논리다. 어느 것이 옳다고 이야기하긴 힘들다. 빠르게 승진한 인재가 교만 때문에, 또 시기 때문에 급전직하하고 ‘자리 무게’ 때문에 이직도 힘들어 중년백수가 된 경우를 가끔 본다. 그런가 하면 좌천당해 한직에 있을 때 가족애를 다지고, 학위를 밟는 축적의 시간을 가져 인생의 황금기로 활용하는 대기만성파도 있다. 당장의 즐거움이나 즐겁지 않은 것보다 중요한 것은 5년 후 돌아볼 인생 성과다. 지금 당신이 승진 누락됐다면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라. 승진 가도라면 이로 인해 상처, 희생해야 할 가족, 주변 동료에 대한 보살핌을 어떻게 할지 성찰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직장 운 보전 여부를 결정한다.

둘째 상사 운이다. 좋은 상사냐 나쁜 상사냐, 이는 인품과 실력의 문제보다 대부분 나와의 궁합 문제 이른바 ‘케미’가 작용한다. 직장인이라면 꿈에서도 만나기 두려운 ‘상사의 추억’을 한둘쯤은 갖고 있다. 직장인에게 상사 불만을 들어 보면 대부분 ‘가외의 일’ ‘능력 외의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힘들고 억울하다. 하지만 잘 활용하면 뜻밖의 기회와 능력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가 작가 재능을 발견한 것은 상사의 부당한 지시 덕분이다. 상사가 써야 할 원고를 대신 썼기 때문이다. 상사를 돕기 위해 쓰다 보니 자기 안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 작가로서 인생 2막을 열게 됐다는 고백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 초년병 시절, 명사 인터뷰 코너를 맡게 됐다. 앞이 캄캄했다. 내로라하는 인사를 어떻게 섭외할 것인가. 스스로 내향적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잠재된 대인관계 지능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당시엔 ‘회사 그만두란 이야기인가’라고까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 인생의 고마운 상사로 추억하고 있다. 일을 떠나 인생의 멘토, 리더를 많이 만났고 인생이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상사의 일, 가외의 일을 떠맡은 게 부당하고 억울한가. 그렇다면 ‘상자 밖으로 나가’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개발할 기회로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 바꿔 생각해보라. 상사 운은 좋은 상사를 만나기보다 상사를 좋게 변화시키는 게 요체다.

셋째로 부서 운이다. 흔히 주목받는 부서, 혹은 자신이 익숙한 일을 계속할 수 있길 원한다. 강점을 키우는 게 약점 보완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전문가, 관리자가 가는 길이 있어 각자 경로 선택의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라 할지라도 협업과 리더십의 능력은 필요하다. 당신이 익숙하지 않은 부서에 배치돼 마음고생을 하며 익힌 마음고생값은 ‘일’ 그 자체를 넘어 공감과 협조의 능력을 키워준다.


상사 운은 좋은 상사를 만나기보다 상사를 좋게 변화시키는 게 요체다.
상사 운은 좋은 상사를 만나기보다 상사를 좋게 변화시키는 게 요체다.

기피 부서에서 성과내면 돋보여

부서 배치 역시 마찬가지다. 빛나는 부서, 인재가 북적거리는 부서에선 웬만해선 돋보이기 힘들다. 그늘 부서, 인재 기피의 부서에선 성과를 내면 한층 부각된다. 한 기업의 부사장은 국내 비명문대 출신임에도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늘 선두를 달리며 승진한 비결을 이렇게 고백했다. “하버드 대학생들이 하지 않고, 기피하는 일을 자청했습니다. 그들도 못한 일, 기피하는 부서에서 어려운 일을 해내면 당연히 박수받지요.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비리그 학생들도 못한 일이라고 하니 밑져야 본전 아니겠습니까.”

음지 부서라고? 생색이 나지 않는 일이라고? 오히려 그늘의 밝은 점은 빛 속의 밝은 점보다 돋보인다고 바꿔 생각해보라. 하다못해 조직에서 표정만 바꿔도 운이 달라질 수 있다. 남들이 다 아는 힘든 일, 어려운 좌천, 한직 부서인데도 표정 관리를 밝게 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남다른 내공을 가진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다. 모 부회장은 억울한 좌천을 당해 지방 발령을 받고서도 늘 밝은 얼굴을 하고 출근했다. 사람들이 “모종의 밀약이 있어 잠시 내려가 있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결국 말처럼, 표정처럼 그는 복귀할 수 있었다. 조직 생활의 운은 마음 관리, 자기 관리다. 조직 생활의 운을 트이게 하는 것은 권력, 실력보다 마음력이다. 마음력이 있어야 반전이 가능하다.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