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전 CEO인 올리-페카 칼라스부오(Olli-Pekka Kallasvuo·2006~2010년)는 핀란드 휴대전화 제조기업 노키아의 영욕(榮辱)을 모두 경험한 경영자다.

그의 취임 직후인 2007년, 노키아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9%를 차지하며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바로 그해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에 나와 노키아가 정상에서 급격하게 내려가는 과정을 그는 지켜봐야 했다.

2012년 5월 23일, 칼라스부오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만났다. 그에게 노키아의 1등 경험과 1등 기업 유지의 어려움 등을 물었다. 재무통인 그의 대답의 핵심은 ‘1등 기업의 관료주의(bureaucracy)’ ‘현실 안주화(complacency)’였다.


재임 기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

“변화였다. 다른 어떤 시장보다 모바일 시장은 10년 후, 5년 후가 다를 정도로 시시각각 변한다. 과거·현재·미래 경쟁자의 면면이 다르고, 기술도 발전해왔다. 중공업이나 반도체 산업에서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 휴대전화 산업을 뒤바꿀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거대 조직이 관료화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키아를 포함한 큰 기업들의 숙제다. 매일매일 조직의 현실 안주화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현실 안주화를) 막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매일 싸워야 한다.”

당신은 30년간 노키아에서 일했다. 1990년대부터 노키아가 세계 1등을 차지했던 원인을 꼽는다면.
“열심히 일한 것(hard working)이다. 또 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비결은 없다. 내 세대는 끊임없이 일했다. 노키아는 내 인생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층은 예전같지 않다. ‘인생의 밸런스(balances of life)’를 중시한다.”

핀란드 같은 소국에서 노키아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핀란드 인구는 5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핀란드 기업인은 국내 시장에 기대를 하지 않고 항상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다. 그게 큰 동력이었다. 한국은 5000만 명의 시장이다. 일부 한국 기업인은 이 정도면 국내 시장에서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으로 나가면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리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면 활발한 인수·합병도 중요하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Olli-Pekka Kallasvuo
노키아 前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