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장은 2035년까지 5600억달러(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시대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자율주행 시장은 2035년까지 5600억달러(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시대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누군가 자율주행 시장이 기존 자동차 산업을 ‘재편’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분명 매우 순화된 표현일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자동차 산업의 기술 발전은 매우 눈부시고 숨 가쁘게 전개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이슈인 자율주행 시대의 도래는 지난 한 세기 동안의 발전과 변화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산업 참여자가 동의하는 확고한 사실이다.

문제는 ‘누가 이러한 파괴적 혁신을 주도할 것인가’이다. 커넥티드 모빌리티(Connected Mo-bility)라는 큰 혁신의 파도 아래 구글과 같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신규 진출자들은 자동차 영역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의 주특기로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벌써 자율주행 시장 등을 선점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진영의 도전으로부터 기존 고객 및 잠재 고객을 지켜내기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미래 행보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자동차 산업 발전을 주도하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앞으로도 여전히 산업 혁신의 ‘운전석’에 앉을 수 있을까. 혹은 신규 진출자들에게 운전석을 내주고 조수석 또는 뒷자리로 밀려나는 양상이 될 것인가.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시대의 혁신을 주도하고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형성될 것이며 어떠한 연관 상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할 것인가 △정부 규제 및 법적 이슈의 난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며 결국 새로운 산업 내 정착될 궁극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자율주행 산업 참여자 생태계는 어떤 모습이고  궁극적으로 누가 헤게모니를 쥘 것인가 등 4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 업체들이 답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해 자율주행과 관련된 주요 기업들의 핵심 임원진과 150회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4대 질문에 대한 답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자율주행 시장 로드맵

자율주행 시장은 2035년까지 5600억달러(6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시장의 주요 카테고리는 자율주행차량 시장, 관련 특수장비 시장, 모바일 앱 시장, 모빌리티 서비스 및 인프라스트럭처 등으로 세분화될 것이다. 자율주행 시장은 자동차 산업의 가치 사슬을 과거 가치 피라미드 모델에서 허브앤드스포크(Hub & Spoke) 모델로 전환시킬 것이다.


2. 정부 규제 및 법적 이슈

2025년까지는 규제 및 법적 이슈가 자율주행 차량 시장의 성장에 핵심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특히 핵심적 난제는 차량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문제, 고객 사생활 정보에 대한 관리·책임 주체, 리스크 관리다.


3. 비즈니스 모델

자율주행 시장의 도래에 따라 현행 프리미엄·중간 단계·저비용 등 3개로 나눠진 체계는 프리미엄·저비용·드론 등의 체계로 바뀔 것이다. 산업은 차량을 생산하는 산업과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단, 양 산업을 통합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겸업하는 사업자 또는 진영이 나올지는 현재로는 알 수 없다. 2025년쯤부터는 제품의 판매를 통한 매출보다 사용량 기반 과금(Pay-per-use·사용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 서비스 형태의 매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


4. 시장 참여자 및 생태계 구조

자동차 업체들과 다양한 신규 진입자 간 다양한 협력을 통한 부가가치 서비스 경쟁이 촉발될 것이며 가능한 파트너십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자동차 업체+통신사 △자동차 업체+통신사+인터넷기업 △자동차 업체+인프라스트럭처 △자동차 업체+차량공유 등 다양한 서비스 기업 △기타 자동차 업체를 배제한 협업구도 등. 다양한 파트너와 부가가치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에 최초로 성공하는 자동차 업체가 결국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

자율주행으로 구현될 미래 자동차 내부 모습. <사진 : 조선일보DB>
자율주행으로 구현될 미래 자동차 내부 모습. <사진 : 조선일보DB>


2035년엔 600조원 규모

수동 개입이 필요 없는 100% 자율주행 차량이 2020년대 안에 도입되고 이러한 차량 시장이 2030년에 95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온 보드 컨트롤(onboard control), 가이던스(guidance),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 자율주행 관련 특수 장비 시장 역시 2030년에 1000억달러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본다. 차량 간 텔레매틱스 및 다른 차량 간 연결을 지원하는 모바일 앱은 같은 시기 86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자율주행 시장은 2030년 총 28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 중 7%에 해당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 시장은 2030년부터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며 2035년에는 약 2배인 5580억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17%가 자율주행 시장으로 대체됨을 의미한다.

한편, 위 시장 규모는 모바일 앱 중심으로 제공될 차 내부공간에서의 다양한 서비스 시장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즉, 자율주행은 향후 운전자가 운전에 소비하던 막대한 시간을 자유 시간으로 바꿔 놓을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자유 시간을 공략하기 위한 서비스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할 것이며 시장 규모 또한 매우 클 것은 자명하다. 자율주행 기술은 여러 단계의 성숙 단계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진화, 궁극적으로 2035년까지의 자율주행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이들은 모바일 브로드밴드 시스템, 자동차 레이더 및 위치 시스템, 로봇 운전 기술, 증강현실 등 연계 기술들의 발전 로드맵과 호흡을 맞춰 진화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업체, 통신사, 미디어사, 인터넷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주체 간 전례 없는 수준의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은 자동차 업체를 꼭짓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모형으로 설명된다. 꼭짓점 밑으로는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는 공급자들이 존재한다. 자율주행 시장의 도래에 따라 미래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은 허브앤드스포크(Hub & Spoke) 모형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자동차 업체는 가치사슬의 종점이 아니라 자율주행 서비스를 완결하는 다양한 주체의 하나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향후 자율주행 시장 내 고객관계를 컨트롤하는 주체가 결국 이 거대한 바퀴 회전을 통제할 것이다. 과거에는 전체 시장의 통제권을 자동차 업체가 가졌지만 향후에도 계속해서 통제권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 내 신규 진입자가 최종 소비자와의 직접적 상호 관계에 매우 능한 구글, 애플 등 커넥티드카 진영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2025년까진 법·규제가 핵심 장애요소

자율주행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관련법과 규제를 수정하고 요구되는 통신 대역폭(밴드위스) 및 인프라스트럭처를 배정해 주는 등 막대한 정치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도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율주행의 사회·경제적 편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며 합리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사회·경제적 편익은 교통사고 감소, 에너지 효율성 증가, 보험 비용 감소 등 재무적 편익과 함께 고령 인구와 장애인 등에 대한 차량 이용 민주화 및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편 자율주행 도입의 실질적 장애 요소는 공공 부문보다 민간 내에서의 법적 책임문제에 있다는 견해도 있다. 자율주행은 매우 민감하고 전례 없는 법적 책임문제에 대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한 대 또는 여러 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교통사고에 연계된다면, 그 책임소재는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특히 한 대의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을 위해 관련된 회사는 무수히 많고, 모든 관련된 회사는 수익에 대해서는 탐욕적으로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면서도 잠재적 문제나 사고 책임에 대해선 전면에 나서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리스크도 큰 장애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자율주행 차량은 무수한 메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생산해내는데, 문제는 ‘누가 이러한 데이터를 소유하고 누가 데이터 소유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가’다. 자동차 업체, 보험사, 금융기관, 인터넷 회사, 행정기관 및 정부 등 다양한 진영에서 자율주행 차량 및 인프라스트럭처에서 발생하는 메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각 진영 간 이해관계의 상충은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 소비자는 개인정보 및 사생활 노출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것 역시 매우 복잡한 일이 된다.

2025년까지는 이러한 정부 규제 및 민간 부문 내 불확실한 법적 이슈가 자율주행 시장 성장의 핵심장애요소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시장을 주도할 기업은 기술 부문뿐 아니라 정책 지원 유도 및 민간 부문 내 법적 이슈에 대한 합의 도출에도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강성근
연세대 세라믹공학과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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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 모빌리티(Connected Mobility) ‘연결된 이동수단’, 즉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그리고 나아가 운전자와 연결된 이동수단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커넥티드 모빌리티인 커넥티드 카는 ‘타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 할 만큼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음성으로 전화를 걸고 지도, 뉴스, 날씨, 실시간 교통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자동차 상황을 점검해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경고를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