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종말’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63)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큰 고민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동아시아에서 급부상하는 내셔널리즘(국수주의)에 관한 고민이죠.

“얼마 전 중국, 일본,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세 나라에서 확산되는 내셔널리즘 성향은 아시아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유럽의 내셔널리즘은 사실상 제2차세계대전 이후 사라졌습니다. 유럽연합(EU) 같은 기관들이 힘을 모아 내셔널리즘이 번창하지 않도록 막았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내셔널리즘과 관련해 동아시아의 사정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더 나빠지고 있다고 봅니다.”


패권 장악하려는 국수주의 성공 불가능

그는 이것이 동아시아 세력 균형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세력 다툼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패권 장악과 지위 상승을 목적으로 국수주의적인 다툼을 벌이는 국가는 어떤 경우에도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합니다.”

그는 ‘역사의 종말’에 “인류에게 한 가지 비극이 있다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가 말하는 내셔널리즘의 병폐는 바로 이 인류의 본원적 비극과 관련돼 있죠.

“우린 협력하지만, 사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게 비극입니다. 이게 바로 내셔널리즘이 아주 강력한 세력으로 급부상하는 이유죠. 정부 주위로 사람들을 동원해 집단적인 목적이나 행동을 유발하게 하니까요.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을 보면 테러에 대한 전쟁이 국가 형성을 위한 커다란 원동력이 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프랜시스 후쿠야마 Francis Fukuyama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