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대 성장률을 보이던 고성장(올드 노멀) 시대는 가고, 제로에 가까운 저성장(뉴노멀) 시대가 새 기준이 된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PIMCO)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공동창업자(현 알리안츠 고문)가 한 말입니다.

핌코는 지난 2009년 높은 실업률과 낮은 성장률이 지속되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이 찾아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뉴 노멀은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을 일컫는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핌코는 뉴 노멀에 이어,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을 맴도는 ‘뉴 뉴트럴(New Neutral·새로운 중립)’ 시대가 온다고 봤습니다.

댄 아이버슨(Ivascyn·47)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뉴 뉴트럴 시대엔 전 세계 금리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다시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버슨 CIO는 핌코의 투자 상품을 총괄하는 펀드 매니저입니다. 그는 핌코 창업자이자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 회장이 지난 2014년 9월 회사를 떠난 후, 그로스 회장이 그동안 맡아오던 투자 총괄직을 이어받았습니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아이버슨 CIO가 운용하던 ‘핌코 인컴 펀드’는 연 4.8%의 수익률을 기록해 동종 유형 펀드 랭킹 상위 1%에 올랐습니다.

위클리비즈가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뉴포트비치에 있는 핌코 본사에서 아이버슨 CIO를 만났습니다.


저성장 시대를 뜻하는 뉴 노멀에 이어,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수준에 머무는 뉴 뉴트럴 시대가 온다고 전망했습니다. 어떤 맥락인가요.
“뉴 뉴트럴은 핌코가 2009년부터 소개한 뉴 노멀 시나리오를 진화시켜 만든 개념입니다. 금융위기 때 각국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성장 속도가 양분화돼 있었습니다. 선진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반면, 중국 등 일부 신흥국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뉴 뉴트럴 시나리오는 양분화가 아니라, 저성장으로 수렴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에 계속 머물고, 각국 경제 성장률이 올드 노멀 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또 각국 정부는 부채는 부채대로 갖고 가게 되는데 이는 금리가 낮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말하면 핌코는 앞으로 4~5년 동안 대부분 국가의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수준에 맴돌고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역시 아주 낮은 뉴 뉴트럴 시대를 겪을 것이라고 봅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부채도 많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저성장·저소비·저금리 시대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요.
“명목 성장률이 매우 낮고 부채는 매우 높고, 구조적 개혁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시기가 계속될수록, 경제적·정치적 위험은 더 커집니다. 유럽처럼 말입니다. 정치인들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가 상승 유도 정책을 씁니다. 아마 몇 년 동안은 저성장·저금리·고부채 시대에 머무를 수 있지만 그동안 경제의 취약점은 커질 것입니다. 우리는 1~2년 전에 비해 투자 전략을 더 보수적으로 짜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국가가 구조적인 취약점을 개선하고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수년 전에 비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약발도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금리·고부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꾸준히 밝혀왔습니다. 곧 2017년이 다가오는데 부채 규모가 역대 최대입니다.”

투자자들은 뉴 뉴트럴 금리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글로벌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더 오랫동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 그리고 투자 수익률 역시 상당히 낮아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만일 예상과 달리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다면 위험 요소로 보고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 국가에선 마이너스 금리도 도입했습니다. 저금리, 마이너스 금리가 계속되면 주식·채권시장에 투자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투자자들은 불안해집니다.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영향을 받는 투자 상품보다,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해지면서 성과가 좋아지는 투자 상품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핌코는 에너지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에너지에 관련된 투자 상품에 우르르 몰려가란 얘긴 아닙니다. 석유를 포함한 상품 시장이 점점 안정을 되찾으면서 투자 기회가 서서히 생겨나고 있습니다.”

작년 말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탠트럼(선진국의 돈줄 조이기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에 빠졌습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세계경제나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시장은 현재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여파를 큰 문제없이 흡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연준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경제의 기초체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개월간 재닛 옐런 연준 총재의 FOMC 발언만 잘 살펴봐도 연준은 글로벌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할 수 있게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같은 신흥국은 자본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각국이 경제 회복 단계가 다르고 중앙은행이 처한 상황도 다릅니다.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정책은 금융시장에 위험과 혼란만 줄 뿐입니다. 올 초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공격적으로 절하하자,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타격이 컸습니다. 통화정책 수립자들은 공조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내수 중심 성장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 댄 아이버슨 Dan Iverson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