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적 수익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5년의 변화가 지난 50년의 변화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지난 1월 10일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의 GM(제너럴모터스) 부스.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인 메리 바라(56)가 이 같이 말했다. ‘2017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이어 이날 열린 모터쇼에서 가장 큰 화제는 구글의 자율 주행 신차였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회사인 ‘웨이모(Waymo)’의 CEO인 존 크래프칙은 출범 후 첫 자율주행차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자동차 시장을 넘어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시장에 쓴 전략 시도하는 구글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구글 자율 주행차에 크게 동요하고 있다. 구글이 자율 주행차에 대한 명확한 수익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기존 인터넷 검색 광고에 이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활용한 모바일에서 광고·앱 등으로 고수익을 창출해 왔다. 앞으로는 자동차용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자율 주행 플랫폼)’를 만들어 자동차 쪽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차에서 보내는 소비자들의 시간·정보를 활용해 새 수익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자동차업계는 수익 모델이 명쾌하지 않다. 자율 주행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 신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 이때 자동차업체가 택할 탈출구는 세 가지다. 첫째, 자체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율 주행차를 만들어 기존처럼 차를 팔아 돈 버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는 큰 약점이 있다.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하려면 차 가격 이상으로 큰 비용이 든다. 비싼 값에 자율 주행차를 사줄 소비자가 많지 않으면 만들어봐야 팔리지 않는다.

둘째, 기존의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와 연합하는 방법이다. 도요타가 우버 지분을 사들인 이유다. GM(제너럴모터스)은 아예 우버와 함께 미국 내 양대 차량 공유업체인 리프트를 인수하려 했지만, 리프트가 거부해 무산됐다. 리프트는 느긋한데 GM은 다급하다.

셋째, 구글의 자율 주행 플랫폼을 탑재한 차량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 수익을 선점하는 것이다. FCA(피아트·크라이슬러)가 이런 방식을 택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것과 똑같은 일이 자동차업계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구글은 거액을 들여 개발한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휴대전화업체에 무상 제공해 자신들 시장을 급속히 확대해 갔다. 당시 업체들은 애플에 밀려 죽든지, 애플에 맞설 독자 체제를 만들어 반격하든지 혹은 안드로이드에 빨리 올라타 판매량을 늘릴지의 갈림길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에 재빨리 올라타 대성공을 거뒀고, 기존 피처폰에 미련을 두면서 스마트폰 운영 체제를 자체 개발하려던 노키아는 몰락하고 말았다.

구글은 자동차업체에 파격적인 가격에 운영 체제를 포함한 자율 주행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시스템을 싼값에 도입해 자율 주행차 시대에 살아남는 것이 자동차업체에는 큰 유혹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은 자신의 시스템을 탑재한 전 세계 자동차를 마치 안드로이드폰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