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에게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말해보라. 맹점을 보충해줄 때 비로소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신세대에게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말해보라. 맹점을 보충해줄 때 비로소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지역 갈등은 약해지고, 세대 갈등은 심해졌다.” 19대 대선 결과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TV 인기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출연배우 윤여정씨는 “세대 간 소통이 남북통일보다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대 차이를 넘어 세대 갈등 단계에 진입했다는 우려다. 이런 세태반영인지 지난 칼럼 ‘기성세대는 적폐 대상인가?’에 대한 반응은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렸다. 신세대는 “기성세대는 시대의 파도를 타고 성공한 프리라이더(무임승차) 세대인데, 시대력을 실력으로 착각한다”며 기성세대를 성토하는 내용이 많았다. 반면 기성세대는 “우리 세대 입장을 대변해줘 속 시원하다. 기성세대가 제 목소리를 내야 조직이 제대로 운영된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그외 양비론으로 기성세대와 신세대 각각의 문제점과 변화사항을 지적하는 내용도 있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구분 기준을 연령이나 조직 직책보다는 의식면에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잔소리의 기성세대’ 대 ‘버릇없는 신세대’의 쌍방 성토를 넘어서는 세대 간 화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소통은 단지 다름의 차이 확인을 넘어 존중이고, 목표를 향한 화합이다. 이는 달걀과 닭의 선후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가 먼저 변해야 신세대도 변한다. 할 말도 하고 존경도 받는 ‘어른 소통법’을 익혀보자.

첫째, 허점 색출보다 맹점을 보완해줘야 한다. 허점 색출은 잘못한 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반면 맹점 보완은 못 본 부분, 빠진 부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먼저 변해야 신세대도 변해

잠복근무를 하고 있다가 교통규칙을 위반했다고 범칙금 딱지를 떼는 것이 전자라면, 사고다발지역을 미리 일러주고 사고방지요령을 사전에 알려주는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신세대가 기성세대의 말에 무조건 귀를 막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목마르게 바라는 것은 지적이 아니라 지원이다. ‘틀렸다’고 질책하기보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말해보라. 이때 진정한 인생 선배로서의 위엄이 선다. 맹점을 보충해줄 때 비로소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둘째, ‘기승전’으로 끝내라. 신세대는 디지털과 외국어 실력 등 기술적 역량에서 기성세대보다 훨씬 낫다. 많은 기성세대가 요즘 입사시험을 봤다면 뒷문 입사도 힘들 것 같다고 고백한다. 필자 역시 그렇다. 엑셀이나 파워 포인트, 자료 검색 등 여러 가지 기술적 면에서 신세대에게 ‘부탁’할 일이 많다. 처음 한두 번은 지시이지만 나중엔 청탁이다. 기성세대는 민망함을 가리기 위해 잘했다는 멘트 뒤에 “이런 지엽적 기술, 패션(fashion) 말고 열정, 진짜 일도 이만큼 잘하면 오죽 좋니”라는 사족을 붙인다.

일로 야단치다가 밑천이 떨어지면, 태도 불량이라고 나무란다. 기성세대에겐 결론이지만, 신세대에겐 사족이다. ‘기승전’만으로 족하다. 감사 내지 질책 뒤에 붙여진 사족은 자칫 본전도 못 찾게 하기 십상이다. 여백을 남겨놓아야 재수 있는 기성세대로 존경받을 수 있다.

셋째, 입보다 몸으로 말하라. ‘온갖 옳은 말은 다하면서, 좋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 신세대의 기성세대 임상보고서다. 모 은행의 대리는 “우리 회사는 페이퍼리스(paperless) 혁명을 한다고 말하지만 A4용지 사용량이 예전보다 하나도 줄지 않았다. 모니터보다 종이서류를 선호하는 상사들 때문이다. 자신들은 고인돌도 못 벗어난 ‘디지털맹’이면서 늘 말로만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한다”고 쓴소리를 한다.

총론에선 온갖 이상적 이야기를 하면서 각론에서 이기적이고, 뒤처진 행동을 할 때 신세대는 냉소를 보낸다. 몸이 따를 자신이 있을 때 입 밖으로 말하라. 옳은 말과 고급 지식은 세상에 넘쳐난다. 문제는 실행과 적용이다. 몸소 행동대장이 돼 실행을 보여야 어른의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당신은 듣기 싫은 말에 단지 고개를 젓지만, 신세대는 당신의 허당 말에 온몸을 꽈배기로 뒤튼다. 언행일치형 행동대장이 돼라.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원활한 소통을 보여준 예능 TV 프로그램 ‘윤식당’. <사진 : tvN>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원활한 소통을 보여준 예능 TV 프로그램 ‘윤식당’. <사진 : tvN>

‘나를 닮으라’는 조언은 역효과

넷째, ‘날 닮으라보다 너다워지라’고 조언하라. 전 사회적으로 멘토 바람이 분다. 신세대 대상의 어느 멘토 행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유명인사가 ‘개천에서 용이 나기까지’ 자신의 역경 극복담을 장황하게 이야기했다. 맨땅에 헤딩하며 오늘의 자리에 어떻게 이르렀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신세대 청중은 ‘단지 당신의 이야기일 뿐이지, 내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다음 발표자가 “나도 처음에 사회를 잘 보는 유재석을 따라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류밖에 안 되더라. 대신에 나다워지려고 하니 훨씬 일이 쉬워졌다”고 말하는 것에 훨씬 환호했다. 신세대는 ‘나다움’으로 본류가 되고자 한다. ‘너다움’으로 아류가 되고자 하지 않는다. ‘나처럼 하라’고 하기보다 ‘너다운 방법’을 물어보라. 아류는 잘해봤자 이류다. 아류보다 본류를 찾게 하라.

끝으로, 방법보다 방향을 이야기하라. 팔로어의 수준에서 방법 없이 방향만 이야기하면 ‘오지랖’이다. 반면에 리더의 수준에서 방향 없이 방법만 붙잡고 늘어지면 미주알고주알 캐는 ‘쪼잔한’ 상사가 된다. 방향은 확고히 하되, 방법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라. 오케스트라 명지휘자는 각각 다른 악기를 연주하되, 같은 악보를 보게 한다. 지휘자가 연주자들로 하여금 다른 악보를 보게 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마찬가지로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게 일제히 같은 방법으로 연주하게 하는 것은 지휘자로서 자격미달이다. 방향이 분명해야 방법의 자율성도 줄 수 있다. 방향 없이 방법만 지적하면, 아무리 큰소리치더라도 잔소리가 될 뿐이다.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