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경영학 석사)란 단어를 처음 만들어낸 곳이다. 1908년 첫 강좌를 개설한 후 107년간 10만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보잉의 제임스 맥너니 전(前) 회장, 멕 휘트먼 휼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 인튜이트 공동 창업자인 스콧 쿡 등이 모두 이곳을 거쳐 갔다.


모범생보다는 직관 갖춘 인재 원해

최고(最古)의 기록과 함께 최고(最高)라는 명성 역시 가지고 있다. ‘US 뉴스 & 월드 리포트’가 내놓는 글로벌 경영대학원(MBA) 순위에서 최근 12년 동안 단 두 차례(2011, 2016년 2위)를 제외하고는 1위 자리를 지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매년 실시하는 글로벌 MBA 과정 평가에서는 2013년과 2014년 1위에 올랐다. 기업의 실제 사례를 들어 연구하는 ‘케이스 스터디’ 방식을 1920년대에 확립했고 이 방식이 하버드 MBA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연평균 1만명의 지원자 중 최종 합격자는 1000명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지만 전 세계에서 인재가 몰려든다. 하버드  MBA 동문 가운데 32%가 미국 출신이 아니다. 2015년까지 167개국에서 졸업생을 냈다.

2015년 10월 동문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니틴 노리아(Nitin Nohria) 하버드 MBA 학장은 인도 이민자 출신으로, 2010년 7월부터 하버드 MBA 학장을 맡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리더가 가져야 할 것으로 ‘조직원들에게 영감(inspiration)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능동적으로 따라오게 만들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기업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MBA의 비즈니스 리더 양성 비법이 있나.
“케이스 스터디를 할 때 던지는 첫 번째 질문, 당신이 비즈니스 리더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우리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리더를 키우고자 한다. 통계를 내보니, 하버드 MBA를 졸업한 직후 창업에 뛰어드는 비율이 5~7%로 나타났다. 그런데 학교를 떠난 지 25년이 지난 졸업생들을 살펴보니 절반가량이 자기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문가가 아닌 기업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비즈니스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능력이다. 좋은 비즈니스 리더라면 기업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지, 경제 상황은 어떤지,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 후 판단을 내리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유능한 인재들이 이를 달성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지금 같은 시대에 망설임은 사치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였다. 아마존을 만든 제프 베조스도 비슷한 예다.”

노리아 학장은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능력’ 외에 비즈니스 리더에게 필요한 것으로 ‘직관(intuition)’을 꼽았다. 비즈니스 리더라면 기업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에 첨단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직관이라고 말했다. 노리아 학장은 “기술이 정말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는데, 이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입학 경쟁률이 꽤 높다. 어떤 인재를 우선 선발하나.
“단순히 학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 똑똑한 것 이상의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책상 앞에서 하는 업무에만 강한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리더로서 불꽃이 막 튀어나와야 한다. 비즈니스 리더라면 영감을 줄 수 있고 남들보다 뛰어난 직관을 갖춰야 한다. 틀에 맞춘 인재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돋보이는 인재를 선발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가.
“그렇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세계 각국에 진출해야 한다. 근시안으로는 진정한 비즈니스 리더로 거듭날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한국 학생도 매년 10명가량 입학한다. 중국은 20~25명, 인도는 30~40명 정도 입학한다.”

하버드 MBA의 최대 라이벌은.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스탠퍼드대 MBA가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관계처럼 멋진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이 있다. 스탠퍼드 MBA는 졸업생의 절반가량이 실리콘밸리와 관련된 기업에 가서 일을 하지만 우리 졸업생은 좀 더 광범위한 분야로 진출한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가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다양성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업들이 MBA 출신 채용을 꺼린다는 얘기가 있다. MBA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MBA’란 모델이 앞으로 지속될 수 있나.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Paypal)’ 창업자인 피터 틸은 대학교 학부 졸업장도 그다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사실 이런 생각은 매우 근시안적이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 리더로서 역량을 갖추려면 MBA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