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5월 14일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의 버든홀. 1학년 학생 900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케어라이트’ 창업자 에바가 전교생을 향한 프레젠테이션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마쳤다. 10m가 넘는 대형 스크린에 애플리케이션 시연(試演) 동영상이 비쳤다. 그 화면에는 환자의 진료 기록, 주의 사항, 처방전 목록 그리고 다음 진료 예약 기록과 매일매일의 환자 상태에 대한 기록이 나타났다. 최종 10개 팀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휴대전화를 통한 투표가 시작됐다. 900명이 휴대전화 키패드를 누르는 소리와 동시에 투표 결과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10분 뒤 심사위원장과 하버드 MBA 학장 니틴 노리아 교수가 심사를 마치고 강단에 올라왔다. “이번 학기의 우승자는 케어라이트입니다.” 케어라이트 팀의 에바, 린다, 루크를 비롯한 멤버 6명은 환호하며 단상으로 올라갔다. 학생들의 박수가 버든홀을 가득 채웠다.

하버드 MBA는 2013년에 설립 105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른바 ‘필드(FIELD)’. 신입생 900명 전원을 창업 현장에 투입해 진정한 창업자를 가려내는 프로젝트로서, 전 세계 MBA 역사상 최초의 시도다. 창업 기지로 이름난 서부 스탠퍼드대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셈이다.


사례 연구론 한계… 직접 창업 경험케 해

기존 하버드 MBA의 커리큘럼은 기업들의 케이스 스터디를 놓고 토론하고 문제를 푸는 강의 방법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케이스 스터디만으로 부족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피부 속까지 제대로 된 경영을 가르쳐 보자’는 비전을 바탕으로 노리아 학장의 리더십 아래 필드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현장 교육을 강조하는 필드는 신입생이 입학하는 9월부터 약 1년간 진행되는데 총 3단계로 나뉜다. 첫 두 달은 리더십과 팀워크 개발을 배운다. 둘째 시기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학교와 연계한 브라질·중국·인도·가나·칠레 등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150개 회사와 실제 소규모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이다. 셋째가 실제 창업하는 것이다. 넉 달 동안 실제 사업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해 사업을 출범시키고 법인을 등록한다. 동기 학생들 6~7명씩 팀을 구성하게 되는데 뛰어난 아이디어, 프로그래밍, 마케팅, 재무 관리 등의 능력을 가진 학생이 주된 영입 대상이다. 창업을 하고 나면 각 팀은 초창기 사업 자금 3000달러를 학교에서 받으며, 기업에서 일하는 졸업생 선배들로 구성된 이사회(alumni board)를 통해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노리아 학장은 “필드는 실제 이론과 현장 경험의 간극을 채워주기 위해 만들었다. 아는 것을 실제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드의 파장은 학기가 끝난 방학 기간에도 이어졌다. 2013년 필드에서 우승한 케어라이트는 그해 여름방학 중에 미시간 의학대학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환자 400명과 가족에게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창업을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친구들에게 실제 창업 기회를 만들어주고,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만으로도 필드는 많은 학생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 니틴 노리아 Nitin Nohria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