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직원들에게 어떤 칭찬을 하느냐에 따라 조직 내 분위기가 달라진다.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만한 사람에게, 성공보다는 성장에 대해 칭찬해야 한다. <사진 : 블룸버그>
리더가 직원들에게 어떤 칭찬을 하느냐에 따라 조직 내 분위기가 달라진다.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만한 사람에게, 성공보다는 성장에 대해 칭찬해야 한다. <사진 : 블룸버그>

칭찬은 독인가, 약인가. 칭찬은 성장을 촉진하는가, 방해하는가. 한쪽에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며 칭찬의 강점을 이야기한다. 다른 한쪽에선 ‘칭찬은 춤추게 하긴커녕 강박관념에 빠지게 한다’며 칭찬의 독성을 우려한다.

각각의 주장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충분하다. ‘로젠탈 효과’는 칭찬의 긍정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이론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로젠탈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20%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 그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8개월 후 어떻게 됐을까. 명단에 오른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향상됐다. 교사의 격려와 기대가 학생들의 자신감과 성공 확신에 힘이 됐기 때문이다. ‘믿는 만큼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칭찬 부작용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도 만만찮다. 캐롤 드웩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은 칭찬 실험을 다양한 각도에서 진행했다. 먼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퍼즐 문제를 풀게 한 뒤, ‘재능 칭찬’과 ‘노력 칭찬’ 그룹으로 구분했다. 두 그룹의 실험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난이도 선택 문제지를 고를 수 있게 하자, 노력 칭찬 그룹 학생들은 90%가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다. 반면 재능 칭찬 그룹 학생들은 70%가 쉬운 문제를 골랐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기보다 과거 했던 영역인 안전지대에 머무르고자 한 것이었다. 도덕성 실험은 더 놀라웠다. 정답을 맞힌 문제 수를 스스로 기록하게 하자 노력 칭찬 그룹은 단 한 명의 학생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이 성적을 정직하게 썼다. 반면 재능 칭찬 그룹 학생은 40%가 점수를 거짓으로 기록했다. 잘못된 칭찬은 도전 의지, 도덕성, 자신감 모두를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칭찬 찬반론, 각각 그럴 듯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칭찬도 칭찬 나름이다. 잘 쓴 칭찬은 보약이다. 잘못 쓴 칭찬은 마약이고 독약이다.


칭찬 남발하면 효과 떨어져

칭찬할 때 다음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형식적 칭찬, 늘 같은 칭찬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오히려 칭찬의 진정성을 까먹는다. 습관적이고 뻔한 ‘이하동문’ ‘인사치레’ 등의 막연한 칭찬은 불신을 유발한다. 나아가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까지 하게 한다. 칭찬을 위한 칭찬은 상대에게 무관심하거나, 본인의 목적대로 조종하려는 의도를 가진다. 이때 사람들은 칭찬불감증세를 보인다. 때 아니게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자네 수고했어. 계속 수고하게. 파이팅” 하는 식의 생각 없는 말을 내뱉지 말라. 아무런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칭찬에 사람을 맞추기보다 사람에 칭찬을 맞춰라. 알맹이 없이 “잘했다. 최고다”라는 칭찬을 남발하면 칭찬의 긍정적 효과가 떨어진다. 칭찬거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 동어반복 칭찬은 효과가 없다. 뭔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있는데 같은 내용으로 또 다른 직원을 칭찬하면 효과는 반감된다.

둘째, 과한 칭찬은 피하는 게 좋다. 칭찬의 객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칭찬의 수준과 기준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최고’ ‘완벽’ 등 성공에 대한 극단적인 찬사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칭찬에 대해 느끼는 인간의 기쁜 감정은 ‘자기 확인’과 ‘자기 확대’ 둘로 구분된다. 자기 확인의 칭찬은 이미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자신의 장점이다. 반면에 자기 확대의 칭찬은 지금까지 자신이 깨닫지 못한 점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받는 경우다. 당연히 후자 쪽의 기쁨이 크다. 성공보다 성장, 잘한 것보다 자란 것에 대한 조언과 관심이 곁들여질 때 칭찬이 객관성을 갖는다.

도가 넘치는 과장된 칭찬, 결점까지도 엉뚱하게 추어올리는 칭찬은 상대를 불안하게 하고 부담스럽게 한다. 또 자만하게 한다. 최고의 칭찬에 걸맞게 행동하려니까 불편하다. 자신을 잘 알지 못한 채 하는 칭찬이란 점에서 늘 ‘정체 탄로’의 초조감에 시달리게 한다. 칭찬이 지나치면 내면을 숨기고자 하는 반동형성, 즉 칭찬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능력과 태도’를 꿰어 맞추려고까지 할 수 있다. 또는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왜 저렇게 과하지’라는 의문에서다. 진정한 요리 달인은 소스를 마구 남발하지 않는다. 재료의 맛을 살린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행동의 기준과 수준에 걸맞은, 수수한 칭찬을 하라.


공개적인 칭찬은 평판 고려해야

셋째, 가식적이며 의식적인 칭찬은 피해야 한다. 기준 없는 잘못된 칭찬을 하지 말고, 칭찬의 공정성을 보여주라는 얘기다. 칭찬은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아야 한다. 칭찬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벌에 일벌백계(一罰百戒)가 있다면, 칭찬에는 일찬백동(一讚百動)이란 말이 있다. 한 번 하는 칭찬이 여러 사람을 감동시킨다는 뜻이다. 칭찬이 조직의 기준이 아니라 리더의 기분에 의해 행해질 때, 사람들은 칭찬이 지닌 가식성과 리더의 꿍꿍이속에 기분 나빠한다. 기업, 조직은 정글이다. 경쟁 집단에서 서로 강한 라이벌의식을 갖고 있는 게 직장인의 생리다. 누가 보더라도 칭찬 당사자의 성과, 성적, 성품 등이 뛰어나야 한다. 당장의 아쉬운 상황이나 일시적 기분, 취향으로 칭찬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모 IT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직원 A씨가 이직의사를 표하자, 사장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 직원을 붙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장은 A씨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A씨는 우리 회사에 크게 공헌해왔고, 앞으로도 공헌할 사람”이라며 조회에서 전 직원에게 박수를 치도록 유도했다. 그 이벤트 덕분에 A씨를 몇 달 붙잡아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이직했다. 박수를 강요당한 직원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며칠씩 밤을 새우며 일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역시 우는 아이에게 젖을 주는구나’하며 상실감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A씨는 자기중심적 행동으로 원성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한 사람 칭찬하려다 전 직원을 좌절감에 빠지게 한 경우다.

공개칭찬, 영웅 만들기는 멋있는 일이다. 다만 공개적인, 의식적인 칭찬일수록 평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록 능력이 뛰어나도 동료들로부터 제멋대로 하는 사람, 지탄대상이란 평가를 듣고 있다면 칭찬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의 무슨 행위를 칭찬하느냐, 그것이 백 마디 말보다 확실한 리더의 가치관 지표다. 칭찬의 기준이 흔들리면 조직의 기강도 흔들린다.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