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일본 오사카 우메다(梅田)역 근처 대형 잡화점. 칫솔 모(毛)부터 몸체까지 전체가 새까만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것은 칫솔 색깔만이 아니었다. 포장도 다른 제품에 비해 크게 돼 있었다. 이 칫솔은 2005년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덴털프로 블랙 시리즈’ 제품이다. ‘칫솔은 하얗다’는 선입견을 깨고 소비자들에게 ‘검은색 칫솔은 특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상식을 깬 이 제품을 만든 것은 올해 창업 90주년을 맞은 일본의 구강(口腔) 제품 전문 기업인 ‘덴털프로’. 2012년 기준 자본금 3000만엔(약 3억9000만원)의 중소기업이지만, 연 매출은 30억엔(약 390억원)에 육박하는 강소기업이다. 특히 치간칫솔 시장에서는 라이온·가오·존슨앤드존슨 같은 일본 및 글로벌 대기업을 제치고 40%의 일본 시장 점유율로 1위다.


치간칫솔 시장에선 대기업 제치고 1위

덴털프로는 1978년 일본 최초로 연령별로 구분한 영·유아용 칫솔 ‘톰과 제리’ 시리즈를 출시했다. 칫솔을 0~3세, 3~6세, 6~10세용으로 구분해 디자인을 다르게 했다. 니시오 노리히코(西尾則彦) 전무는 “중소기업이 브랜드를 만들려면 대기업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덴털프로의 중핵(中核)으로 성장한 치간칫솔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낸 케이스다. 이 회사가 치간칫솔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4년까지만 해도 일본 치간칫솔 등 치간 세정 도구 시장은 16억엔(약 210억원) 규모에 그쳤다. 하지만 덴털프로는 일본 사회의 고령화(高齡化)가 빠르게 진행되자 치간칫솔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덴털프로는 전용 기기를 개발해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개당 가격을 150엔(약 1960원)에서 45엔(약 590원)으로 내리고 치과 의사들과 공동 마케팅을 벌인 결과, 일본의 치간 세정 도구 시장은 2012년 140억엔(1835억원)대로 커졌다.

덴털프로가 검은색 칫솔을 처음 개발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당시 덴털프로는 대학 연구실과 공동으로 치약 없이도 이를 닦을 수 있는 성분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성분을 칫솔 모에 코팅하자 칫솔 모 색깔이 오물에 오염된 것처럼 누렇게 변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칫솔 모를 검은색으로 물들여버린 ‘블랙’ 시리즈를 기획했다. 그러나 흰 손잡이에 검은 칫솔 모가 달린 모습이 마치 구둣솔 같다는 악평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 상품화에 재차 실패한 뒤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2005년 도쿄(東京)의 대형 유통업체와 공동 기획을 하면서 이 업체의 요구대로 칫솔 전체를 검은색으로 만들고 포장을 크게 하니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니시오 전무는 “우리가 한두 번 시도해 보고 포기했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었을 것”이라며 “꾸준히 시대에 맞춰가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화 시도를 한 것이 성공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