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6일 인도 뭄바이에 있는 유명한 타지마할호텔에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자동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2박 3일 동안 이 호텔을 점거했다. 이로 인해 호텔에 머물던 수천명이 비상 대피하거나 인질로 잡혔다. 당시 호텔 직원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손님들을 대피시켰다. 직원들의 안내로 1500여명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12명의 호텔 직원이 희생됐다.

희생된 타지마할호텔 직원들에 대한 모회사인 타타그룹의 보상은 파격적이었다. 첫째, 해당 직원이 사망한 시점부터 은퇴까지의 모든 급료를 지급했다. 사망 시 직원의 나이가 30세였다면 은퇴 나이인 60세까지 30년치 평생 연봉을 지급했다. 둘째, 사망 직원 유자녀들의 평생 학비를 지원키로 했다. 4년제 대학은 물론 대학원, 해외유학까지 포함한다. 셋째, 사망 직원 유자녀들과 부양자들의 평생 의료비를 지원한다. 넷째, 액수에 관계없이 사망 직원이 진 모든 부채를 탕감해줬다. 다섯째, 사망 직원 모두에게 각각 360만~850만루피(약 9000만~2억125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이 돈은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1000달러 남짓한 나라에서 엄청난 금액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보상 조치였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100여개 자회사와 45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최고경영자 타타 회장이 테러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80여명의 가족 집을 일일이 방문해 진심으로 위로했다는 점이다. 그는 사흘 내내 희생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조문했다. 타타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타타대우상용차의 김종식 전 대표는 “이런 보상조치와 위로 행보는 타타그룹 모든 직원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직원들은 타타그룹과 리더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주인의식을 다짐했다. 이것이야말로 신뢰경영 리더십의 생생한 사례”라고 했다.

2002년 인도를 뒤흔든 회계부정 사건이 터졌다. 진원지는 타타그룹의 금융 자회사인 타타 파이낸스였다. 사건의 시작은 내부고발이었다. 당시 타타 파이낸스는 경영상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타타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스가 부정의 낌새를 눈치챘다. 타타선스는 자체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한 결과, 타타 파이낸스에서 내부자 거래와 분식회계 등 일부 비정상적 행위를 발견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사정 당국에 고발할 것인가, 아니면 덮을 것인가? 타타그룹은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당국에 즉각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사정 당국에 고발하자 타타 파이낸스 사장이 구속되고, 타타 파이낸스는 파산했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그룹 자금 70억루피(약 1750억원)가 투입됐다.


“소비자·직원·협력사·국가 위해 최선”

혹자는 “내부 감사 결과를 그냥 덮었다면 큰 문제없이 지나갔을 텐데,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 기업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일 것이다. 특히 부정을 저지르고도 이를 덮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조사까지 무산시키려 하는 일부 대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 라탄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물론 부정행위를 남들 모르게 조용히 막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부정사건을 공개하지 않으면 묵시적으로 ‘이런 종류의 부정행위는 회사에서 용인해주는구나’라고 사원들이 의당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사건은 라탄 회장의 판단대로 됐다. 오늘날 타타 파이낸스를 거론할 때 아무도 당시 타타의 부정행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타타가 내부 부정을 어떻게 용기 있게 드러냈는지, 모든 손실을 감수하면서 책임을 진 존경스러운 행위만 기억할 뿐이다. 정직과 용기, 신뢰, 존경, 이것이야말로 기업을 성공시키는 진짜 경영 전략이 아닐까.

1868년 잠셋지 나사르완지 타타가 세운 타타그룹은 1901년 인도 최초로 대규모 제철소를 지은 데 이어 타타항공(1932년) 등을 세웠고 1950년대 말 인도 최대의 기업집단이 됐다. 이후 자회사인 타타스틸과 비교해 생산 능력이 4배나 큰 영국·네덜란드 합작 철강사 코러스(2006년), ‘영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재규어-랜드로버(2008년)를 각각 인수했다.


자선단체가 타타그룹 자산 66% 보유

인도에서 삼성그룹 못지않은 위상을 갖고 있는 타타그룹은 외형이나 ‘문어발식’ 구조로 볼 때 영락없이 한국 재벌기업을 빼닮았다. 그러나 타타가 우리 재벌들과 다른 점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지 않고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회로부터 받은 것은 사회로 환원한다’는 창업주의 철학 아래 직원과 협력업체, 고객, 국가,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타타는 철강과 수력발전 등 국가 기간산업 육성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물론 직원 복리후생, 빈민구제사업, 협력업체와 상생, 인재양성, 이익금의 사회환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소유구조는 독특하다. 자산의 3분의 2(66%)를 타타가문이 출자한 자선단체가 갖고 있다. 타타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이익금이 자선단체, 즉 국민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타타는 정치권이나 언론, 법조계 등 힘이 있는 세력과 유착하지 않으며, ‘검은돈’과는 상종도 하지 않는다. 중소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상생과 공존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타타는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를 실천하는 생생한 사례다. ‘깨어있는 자본주의’란 기업의 이해당사자인 주주와 고객, 직원, 협력업체, 사회 등 모두를 배려하고 공존·공영하는 경영을 말한다. 이는 주주에게만 신경 쓰고 단기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탄생했다.

타타는 1890년대부터 이를 기업경영에 구현하며 실천해오고 있다. 타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100년 넘게 인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1년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였던 타타그룹 매출은 2011년 1000억달러(약 114조원)가 넘어 43배 성장했고, 순익은 51배나 급증했다. 수익구조도 완전히 바뀌어 1991년 매출의 5%만을 해외에서 올렸으나 2011년에는 매출의 59%를 해외에서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타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어떻게 지속 성장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부단한 기업혁신과 기업가정신 덕분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2008년 3월 타타자동차는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했다. 이로써 영국이 자랑하던 세계적 명차(名車) 재규어는 피식민지 국가였던 인도에 넘어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난과 부정적 의견이 판을 쳤다. 타타가 기술만 빼먹고 ‘먹튀’할 것이라느니, 적자로 인해 타타그룹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등 비관적 전망이 난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규어-랜드로버는 수십년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부실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곧바로 닥치는 바람에 2008년 재규어-랜드로버의 판매량은 16만7000대로 전년 대비 32% 급감했다. 4억4800만달러(약 5400억원)의 적자가 났다.

철저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이 뒤따랐다. 그 결과 2010년 판매대수는 24만3621대로 26%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고, 순익도 18억달러(약 2조원)에 달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30만6000대를 팔아 연간 판매대수가 사상 최초로 30만대를 넘었다. 매출 성장률은 29%였다. 이런 고속 성장세는 2012년 들어서도 계속돼 작년 10월까지 29만4291대를 판매했고,매출 증가율은 35%였다. 부실기업의 대명사였던 재규어-랜드로버의 성공은 부단한 기업혁신과 위험을 무릅쓰는 기업가정신, 군림하지 않는 기업문화, 노동자·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타타는 ‘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기업이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21세기적 성공 모델이다.


▒ 라탄 타타 Ratan N Tata
타타그룹 명예회장

▒ 나타라잔 찬드라세카란 Natarajan Chandrasekaran
타타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