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2009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파티 비롤(Fatih Birol) 박사를 ‘세계 에너지를 움직이는 파워맨 7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터키 출신의 경제학자인 비롤 박사가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세계 에너지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IEA의 연례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등 각종 보고서를 총괄하며 이를 내놓을 때마다 세계 각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에 엄청난 파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롤 박사는 2011년 6월 ‘우리는 가스 황금시대에 들어섰나’란 보고서를 통해  셰일가스가 뉴(New) 에너지 혁명을 일으키고 있음을 선언했다.


원전 비중 중국 중심으로 더 늘어날 것
그는 공급과잉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태양광·풍력 산업에 대해 “현재의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남는 기업은 기술발전을 바탕으로 정부 보조금 없이도 경쟁력을 갖는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독일·일본 등의 원자력 발전 축소 또는 폐기 움직임에 대해서는 “원자력 발전을 폐기할 경우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되고 기후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더 힘들어진다”며 “원자력 발전은 앞으로 중국 등을 중심으로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했다.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 미칠 영향은.
“에너지 정책은 각국의 독특한 수요와 공급구조에 입각해서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 우리 분석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이 줄어들면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중 하나다. 원자력 발전을 줄이면 신재생에너지에 좋은 일인지 모르지만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점유율을 함께 증가시킨다. 특히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키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게 되면 탄소배출이 늘어나 기후 변화 방지에 역행한다. 한국·벨기에·프랑스·일본 등 제한된 에너지 자원을 가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원자력에 많이 의존해온 이유다. 특히 중국·인도와 같은 거대한 국가가 원자력의 도움 없이 급격히 늘고 있는 전기수요를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원자력 발전의 미래는 어떤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5년 원자력 발전량이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예측이 아니라 가정일 뿐이다. 최근 IEA의 신(新)정책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 세계 발전량 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5%에서 2035년 17%로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전체 에너지 수요량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6%에서 7%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지난해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 국제적으로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유지하거나 더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여론의 지지를 받으려면 안전문제를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한국에서도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종 결정은 전력수급적인 면에서 한국은 어떤 상황인지를 현실적으로 이해한 뒤 내려야 한다.”


▒ 파티 비롤 Fatih Birol
IEA 수석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