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개회의에서 재닛 옐런(가운데) 의장과 스탠리 피셔(왼쪽) 부의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지난해 6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개회의에서 재닛 옐런(가운데) 의장과 스탠리 피셔(왼쪽) 부의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재닛 옐런(71)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연임에 성공할까?

‘세계의 경제 대통령’ 옐런 의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월스트리트와 국제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 의장 임기는 4년.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옐런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만료된다.

FRB는 흔히 행정·입법·사법부에 이은 미국의 제4부, 연준 의장은 ‘제2의 권력자’로 불린다. FRB가 정하는 기준금리에 따라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요동하는 주가에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의 환호와 한숨이 교차한다.

사실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옐런 의장이 중도 퇴진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옐런 의장을 줄기차게 비판했고 옐런 의장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준이 오바마 행정부를 위해 제로 금리를 장기간 지속시켜 자산시장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의 연임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당선되면) 다른 사람을 임명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옐런은 매우 정치적이다. 본인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등 인신 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옐런 의장도 발끈해서 “우리(FRB)는 회의에서 정치를 논의한 적이 없다. 우리의 (기준금리) 결정에 정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나는 비정치적인 연준을 이끌기를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경질 확실’에서 재신임으로 무게 중심 이동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옐런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태도가 확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옐런을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등 우호적인 말을 쏟아 내며 재신임 가능성을 처음 내비쳤다. “그녀(재닛 옐런)를 좋아합니다. 맡은 일도 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차기 의장의) 강력한 후보죠.”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옐런은 지금까지 저금리를 잘 유지했고 이는 미국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됐다”며 옐런 의장의 재신임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트럼프가 옐런 의장에게 연임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옐런 의장의 재신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월스트리트에서도 옐런 의장의 유임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이코노미스트 6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옐런 의장의 연임을 예상하는 응답이 21%로 가장 높았다. 옐런 의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임명을 예상하는 응답은 14%였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11.5%),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11.3%)가 뒤를 이었다.

월스트리트의 호평은 옐런 의장이 기준 금리 결정을 시장의 충격 없이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사실 다우존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월스트리트가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다. 월스트리트는 전통적으로 저금리를 선호한다.

하지만 옐런 의장의 연임을 예상하는 응답 비율이 절반도 안 되는 21%에 불과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게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들의 솔직한 생각인 것 같다. 조엘 나로프 나로프 경제 자문역은 “깜짝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특징 아니냐”고 했고 제임스 스미스 파섹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누가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알겠느냐”라고 했다.


“경쟁자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옐런 의장의 강력한 경쟁자는 게리 콘 nec 위원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로 다소 김이 빠졌지만 미국 정치 전문 미디어 폴리티코와 CNBC 등은 7월 12일(현지시각) “옐런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차기 연준 의장은 게리 콘 NEC 위원장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발언을 근거로 “콘 위원장의 의지가 있다면 차기 연준 의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의회 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한 의원이 “콘 위원장이 수용하면 차기 연준 의장 취임에는 무리가 없다. 콘 위원장도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콘 위원장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트럼프노믹스’를 이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가 딱 맞는다. 하지만 콘 위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골수 민주당원인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인 작년 11월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고 있고 올해 1월 nec 위원장이 되면서 백악관과 연준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26년간 일하면서 2인자 자리까지 올랐던 콘 위원장이 연준 의장이 된다면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윌리엄 밀러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경제학자 출신 인사가 연준 의장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콘을 오랫동안 알았고, 그와 같이 일하면서 존경심을 갖게 됐다”며 “콘도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인사들도 고려 대상”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후임 연준 의장을 지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혀 연준 의장 조기 교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 의장을 재신임해도 옐런 의장이 고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71세인 옐런 의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7월 12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옐런 의장은 본인 거취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다. 옐런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을 제안하면 수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Plus Point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우선하는 ‘비둘기파’ 재닛 옐런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 : 블룸버그>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사진 : 블룸버그>

옐런 의장은 재정 정책을 통한 경제 안정에 중점을 두는 케인스 경제학파로 분류되며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안정을 우선, 월스트리트에서는 ‘비둘기파’로 통한다.

1946년 뉴욕 브룩클린에서 유대계 의사인 줄리어스 옐런과 아나 옐런 사이에서 태어났다.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과 조세프 스티글리츠가 박사 논문 지도교수였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조지타운대 교수가 남편이다. 하버드대, 런던정경대(LSE)에서 강의했고,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하스경영대학원 교수로 일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CEO,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낸 뒤 여성 최초로 2014년 2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후임으로 연준 의장이 됐다. 아들 로버트 애컬로프도 워릭대 경제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