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신임 CEO로 선임된 다라 코스로샤히. <사진 : 블룸버그>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신임 CEO로 선임된 다라 코스로샤히. <사진 : 블룸버그>

1979년, 이란 혁명의 광기를 피해 아버지 손을 잡고 미국으로 이주했던 아홉 살 난민 소년이 38년 만에 세계 최고의 미래 기업으로 평가받는 ‘자동차 공유 기업’ 우버의 사령탑에 올랐다.

“이 사람이 우버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

8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우버의 ‘올핸즈 미팅(All-hands meeting).’ 직원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깜짝 등장한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창업자 겸 전 CEO가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48)를 소개하자 탄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믿을 수 없는 일을 현실로 만든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 혼신을 다해 여러분을 위한 전사(fighter)가 되겠다.”

코스로샤히 신임 우버 CEO는 상기된 목소리로 “18~36개월 내에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변화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Expedia) CEO였던 코스로샤히가 2020년까지 받기로 한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우버 CEO직을 수락했다”며 “코스로샤히의 보수는 최소 2억달러(약 2260억원)가 넘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연봉 킹’ 경영자에서 억만장자 경영자 자리를 ‘예약’한 코스로샤히 우버 CEO에게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700억달러(약 80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초우량 비상장 기업인 우버는 GM이나 테슬라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2009년 창업 이후 승승장구하던 우버는 올해 초 전 엔지니어였던 수잔 파울러의 폭로로 사내 권력 암투, 백인 우월주의, 남성 중심 문화, 성추행에 관대한 직장 문화가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의 표적이 됐다.


“칼라닉의 충실한 그림자 역할 가능성”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들여 구글에서 스카우트한 레번 도르프스키가 구글의 자율주행차 특허를 훔친 사실이 드러나 구글에 특허권 소송을 당했다. 우버는 1심 재판에서 졌고 도르프스키는 회사를 떠났다.

CEO 겸 창업자인 칼라닉의 돌출 행동도 회사를 어렵게 했다. 칼라닉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멤버로 참여했다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거세지자 사퇴했고, 우버 택시 기사와 말다툼하는 영상이 공개돼 망신을 당했다. 한국 출장 당시 여성 접대부가 있는 노래방에서 회식을 했다가 성학대, 성추행 의혹을 샀다. 결국 이사들이 들고일어나 지난 6월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버 지분 13%를 가진 벤처투자사인 ‘벤치마크’가 칼라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대주주 간 갈등과 알력이 난투극 수준으로 치달았다. 우버가 비틀거리는 사이 경쟁 기업인 리프트는 신규 가입자 수에서 우버를 추월했다.

코스로샤히는 당장 사분오열된 이사진의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창업자인 칼라닉 전 CEO는 우버 주식 10%(의결권 주식은 16%)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 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코스로샤히 영입에도 칼라닉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닉은 지난 6월 CEO 사퇴 직후 타히티로 휴가를 떠났는데 익스피디아 오너인 배리 딜러 회장의 요트를 이용했다. 배리 딜러 회장은 코스로샤히를 익스피디아 CEO로 발탁한 인물이다. 칼라닉은 상황이 모두 수습되면 CEO로 복귀하겠다고 공언했다.

칼라닉과 소송 중인 벤치마크는 코스로샤히의 CEO 선임에 찬성했지만 칼라닉 상대 소송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코스로샤히는 당장 공석 중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최고다양성책임자(CD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주요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사분오열된 이사회를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코스로샤히가 배리 딜러 회장을 충직하게 보필했던 것처럼 칼라닉의 그림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1969년 이란 테헤란에서 출샌한 코스로샤히는 아홉 살 때 미국으로 이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이란계 미국인 경영자로 꼽힌다.

코스로샤히는 팔레비 국왕 치하 이란에서 제약, 화학, 식품, 유통 기업을 소유했던 재벌 가문 출신이다. 코스로샤히 가문은 이란 혁명 발발 뒤 재산을 줄줄이 몰수당하고 일족 전체가 신변 위협을 느끼자 뿔뿔이 흩어져 미국과 캐나다로 피신했다.

미국 입국 당시 코스로샤히는 난민 신분이었다. 그가 열세 살 되던 해 이란에 남은 할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이란에 재입국했던 부친이 6년간 억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로샤히는 미국으로 먼저 이주한 일족들 덕분에 유복한 유년 생활을 보냈다. 그는 뉴욕 부촌인 태리타운에 1906년 록펠러가 지은 삼촌의 호화스러운 저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억만장자 프레드 코크가 나온 뉴욕의 사립 명문 해클리 고교 출신으로 브라운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선 밸리 콘퍼런스’ 주관사로 유명한 투자사인 앨런 앤드 컴퍼니(1991~98년)였다. 1998년 미디어 재벌인 배리 딜러가 운영하는 IAC 전략담당(부사장)으로 옮긴 뒤 2003년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짜리 익스피디아 인수를 성공시킨 다음 2005년 최고경영자가 됐다.


“사려 깊고 신중한 경영인” 평가받아

익스피디아 경영 실적은 눈부시다. 2005년 21억달러(약 2조4000억원)였던 기업 매출이 2016년 87억달러(약 9조8000억원)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코스로샤히 CEO는 사려 깊고 신중한 경영인이란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경영자 평가 사이트인 글라스도어(Glassdoor)에서 93% 지지를 받을 정도로 직원들과 관계도 좋다. 인공지능과 음성 검색이 여행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며 집 안 곳곳에 음성 지원 장치를 설치할 정도로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작년 인터뷰에서 “언젠가 모든 여행 일정을 말로 예약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반이민 정책, 샬로츠빌의 백인 우월주의 행진과 유혈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트위터에 올렸다.

뉴욕타임스의 ‘감사, 기술 혁신위원회’ 이사를 겸하고 있는데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이 “디지털과 국제 사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라며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Plus Point

막강 패밀리 네트워크 자랑

코스로샤히와 그의 아내 시드니 샤피로. <사진 : 블룸버그>
코스로샤히와 그의 아내 시드니 샤피로. <사진 : 블룸버그>

코스로샤히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 임원, 투자자로 거부가 된 친족이 6명이나 있는 등 막강한 패밀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동생인 카베 코스로샤히는 앨런 앤드 컴퍼니 이사다. 사촌인 아미르 코스로샤히는 인텔이 작년 4억달러(약 4500억원)에 인수한 인공지능 기업 ‘너바나’의 창업자로, 현재 인텔 임원이다. 쌍둥이 사촌인 알리 파트로비와 하디 파트로비는 2009년 마이스페이스를 2000만달러(약 226억원)에 매각한 뒤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대박을 낸 ‘수퍼 엔젤’ 투자자다. 삼촌 하산 코스로샤히는 캐나다 굴지의 제약 및 음악 재벌 기업 오너다.

‘포천’은 코스로샤히 익스피디아 CEO를 2017년 연봉 9640만달러(약 1100억원)로 ‘S&P 500대 기업 경영자’ 가운데 ‘연봉 킹’이라고 보도했다. 2012년 시드니 샤피로와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했고,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