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항공은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왼쪽)을 기용한 광고보다 인플루언서 케이시 네이스탯의 유튜브 영상이 9배 이상 광고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사진 : 에미레이트항공·유튜브>
에미레이트항공은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왼쪽)을 기용한 광고보다 인플루언서 케이시 네이스탯의 유튜브 영상이 9배 이상 광고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사진 : 에미레이트항공·유튜브>

기존의 광고 매체 접근 방식과 다르게 전체 시청자가 아닌, 청중 내 타깃그룹에 도달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 있는 개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글은 이미 6년 전 ‘ZMOT(Zero Moment of Truth)’ 개념을 발표하며 소비자들이 검색을 통해 이미 매장 방문 전 구매의사 결정을 끝낸다고 밝혔다. 정보, 경험 중심의 평판이 브랜드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특히 많은 팬층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의 말 한마디에 기업 매출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2019년 20억달러 전망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설명하기에 앞서 인플루언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영향력 있는 개인’이라는 넓은 개념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그 정의가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플루언서를 1인 방송 진행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이들로 본다. 수억원의 광고료를 받고 제품을 홍보하는 배우 혹은 가수 등 연예인과 다르게, 친근함과 솔직함을 무기로 대중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들의 제품 리뷰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당신이 30대 중반의 여성인데, 커피숍에 앉아 있다. 갑자기 어떤 낯선 남성이 다가와 대화를 나누자고 청한다면, 놀란 당신은 얼른 자리를 피할 것이다. 한 달 뒤 가장 친한 친구가 한 남성을 소개하며, 그 남성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편견없이 얘기한다. 그 친구의 의도가 순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당신은 기꺼이 남성을 만나보겠다고 할 것이다.”

미국 내 가장 큰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관 중 하나인 미디어킥스(Mediakix)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규모는 2016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서 2019년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로 2배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해 미국 브랜드 중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한 브랜드는 약 60%로, 올해 말까지 약 75%로 증가할 예정이다.


8000여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켄달 제너의 에스티 에디트 광고. <사진 : 에스티 로더>
8000여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켄달 제너의 에스티 에디트 광고. <사진 : 에스티 로더>

56억원짜리 광고 압도하는 인플루언서 효과

지난해 에미레이트항공은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그해 마케팅 예산 2000만달러(약 226억원) 중 25% 비율인 500만달러(약 56억원)를 애니스톤에게 지급했다. 광고는 애니스톤이 꼬마 승객을 만나 항공기 곳곳을 돌아보며 여행하는 내용으로, 항공 여행을 권장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600만뷰(시청횟수)를 달성했다. 1뷰당 1달러 미만의 비용이 들었다는 점에서 제법 성공한 마케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진정한 마케팅 혁신은 따로 있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한 직원은 유튜브 스타인 케이시 네이스탯(Casey Neistat)에게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 그저 네이스탯이 에미레이트항공 경험을 즐기고, 그의 팬들과 공유하길 바랄 뿐이었다. 네이스탯은 실제로 기내에서 1등석 기내식을 즐기는 모습을 영상으로 두번 올렸다. 해당 영상은 총 5200만뷰를 기록해, 제니퍼 애니스톤 영상의 9배에 달하는 광고 효과를 냈다.

심지어 네이스탯은 영상 제작 스타트업 창업자로 많은 젊은 창업 희망자를 팬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됐을 경우 에미레이트항공은 충성 고객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네이스탯의 행보 자체가 매번 화제가 되기 때문에, 그의 에미레이트항공 1등석 체험 동영상은 남성잡지 GQ, 맥심 등에서도 소개가 됐다. 에미레이트항공 입장에서는 무료로 언론 홍보를 한 것이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와 함께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의류 브랜드 올드네이비(Old Navy)는 인플루언서 메건 리엔크(Meghan Rienks)와 함께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SNS 채널에 패션 콘텐츠를 올리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리엔크는 올드네이비에서 협찬한 옷으로 파티, 데이트, 직장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패션 스타일을 선보였다.

에밀리 와이스 글로시에 창업자는 “모든 여성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 글로시에>
에밀리 와이스 글로시에 창업자는 “모든 여성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 글로시에>

70여년 전통의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는 새로운 브랜드인 에스티 에디트(Estée Edit)를 론칭하기 전 좀더 젊은 소비자를 얻고 싶어,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의 아내 킴 카다시안의 여동생인 켄달 제너(Kendall Jenner)를 섭외했다. 8000여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제너는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82가지의 화장품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에스티 에디트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을 홍보했다.

미국 과일 주스 브랜드인 네이키드주스(Naked Juice)는 미용과 패션에 관심이 있으면서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인플루언서와 함께 마케팅을 진행했다. 유명블로거인 케이트 라 비에(Kate La Vie)는 멋스러운 일상복과 함께 네이키드주스를 연출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네이키드주스의 제품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찍은 사진이다.

뉴욕의 화장품 스타트업인 글로시에(Glossie)는 ‘평범한 여성’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기 위해 일반인이 만든 광고를 공유했다. 유명 블로거이자 인플루언서인 에밀리 와이스(Emily Weiss) 글로시에 창업자는 “모든 개개인의 여성들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성공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미국 경영전문 월간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의 ‘2017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광고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해왔지만, 최근 그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하루 2000여개의 광고를 접하지만 그중 5~6개만을 기억할 정도로 광고에 피로감을 느낀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여 고객을 설득하려는 마케팅 수단은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고객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고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공감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트위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48%는 인플루언서의 구매 추천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10대 청소년이 인플루언서들에게 느끼는 친밀도는 기존 미국 연예인에게 느끼는 친밀도보다 약 7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에 반응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소비자가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와 인플루언서와의 관계가 잘 구축된다면 이전의 마케팅 수단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들이 필요하다.


인플루언서 메건 리엔크가 의류 브랜드 올드네이비와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 <사진 : 올드네이비>
인플루언서 메건 리엔크가 의류 브랜드 올드네이비와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 <사진 : 올드네이비>

인플루언서, 기업의 판매원 되지 않아야

첫째, 적절한 인플루언서를 선택해야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인플루언서가 기업의 마케팅 대리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주로 SNS나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설명하면 우선, 기업의 타깃 소비자에게 가장 잘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목적은 특정 타깃 집단에 집중도가 높은 마케팅 효과를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플루언서는 대중적이기보다는 세분화된 타깃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브랜드 이미지 혹은 스토리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또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타깃층을 공략하는 만큼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또 무조건 많은 팔로어를 보유하는 소셜 사용자보다 팔로어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더욱 효과적이다. 도달할 타깃층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둘째,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인플루언서에게 그의 평소 라이프스타일과 동떨어진 제품의 일방적인 상품정보를 알리게 하기보다는 그의 평소 관심사항과 일치하는 제품들을 선택해야 한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기업 측에서 자신의 평소 관심사와 다른 분야의 제품을 마케팅해주길 바란다면 자신의 장기적인 평판이나 일관성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뢰하는 인플루언서가 라이프스타일과 일치하지 않는 제품을 보여준다면 인지부조화를 느낄 수 있다.

셋째, 강요보다는 참여가 우선이다. 소비자는 인플루언서가 어느 순간 기업의 편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인플루언서와 소비자의 상호적 관계 구축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믿고 따르는 인플루언서가 나를 대신해 체험해보고 나에게 추천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인플루언서가 나에게 제품을 판매하려 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바뀐다면 상호적인 관계는 깨지고 만다. 인플루언서가 기업의 노골적인 판매원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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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MOT(Zero Moment of Truth) 구글이 2011년 만든 용어로,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전 온라인·모바일 검색을 통해 리뷰의 질과 양을 보고 그 자리에서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것. 즉, 매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어느 곳에서 어떤 물건을 살지 미리 정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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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원 시장을 움직이는 중국 인플루언서 ‘왕훙’

중국 대표 ‘왕훙’ 장따이(왼쪽)와 파피장. <사진 : 웨이보>
중국 대표 ‘왕훙’ 장따이(왼쪽)와 파피장. <사진 : 웨이보>

중국에서는 보통 웨이보와 같은 SNS에서 팔로어를 최소 50만명 보유한 인플루언서를 ‘왕훙’이라고 부른다. 중국어로 ‘인터넷’의 ‘왕뤄(網絡)’와 ‘유명인’의 ‘훙런(紅人)’을 조합한 것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왕훙이 온라인에서 착용한 의상이나 사용하는 화장품이 1초에 수천개씩 팔리는 등 규모가 1000억위안(약 17조원)에 달하는, 이른바 ‘왕훙 경제’ 시장을 형성할 정도다. 왕훙의 월평균 수입은 2만1000위안(약 363만원)으로 한 직업군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초 웨이보에 짧은 동영상을 게재하기 시작한 ‘파피장’은 2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2000만 명에 육박한 팔로어를 보유하면서 중국 최고 왕훙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주 1편씩 올라오는 동영상은 5분 내외로 파피장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애, 결혼, 직장 생활 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영상 속의 파피장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 망가진 표정으로 거침없이 비속어를 내뱉어 인기를 얻고있다.

파피장은 2016년 1억2000만위안(약 208억원)의 가치를 인정 받아 왕훙 최초로 1200만위안(약 21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방송에 들어가는 광고 상품을 경매에 부쳐 2200만위안(약 38억원)에 낙찰시키는 등 영향력을 과시했다.

웨이보 팔로어 400만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장따이(張大奕)는 모델 출신 왕훙으로,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는 동시에 2014년부터 타오바오에서 여성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웨이보에 판매하고 있는 의류의 설명이 담긴 영상을 올려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매장을 오픈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동안 5번의 판매왕을 기록했으며 월 수익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따이가 업로드한 제품은 2초에 5000개씩 판매되면서 2015년 타오바오 전체 매출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장따이는 2시간 동안 최신 트렌드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의 의류를 설명하는 생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방송의 시청자는 41만명을 넘었으며, 하루 매출이 무려 2000만위안(약 3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 사이에도 왕훙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이 특정 제품을 추천했다 하면 불티나게 팔리는 사례가 쌓이면서 효과가 탁월한 마케팅 방법으로 떠올랐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중국 인구가 13억5000만명이 넘는 만큼 수십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왕훙은 그야말로 널리고 널렸다”며 “이들의 글은 수십만명이 볼 뿐만 아니라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온라인·모바일로 얻고 있고, 왕훙의 평가를 크게 신뢰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이들을 잘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