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서 진행자와 서기는 필수다. 사안, 회의 목적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자, 실행자 등 필요한 역할을 누가 할지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
회의에서 진행자와 서기는 필수다. 사안, 회의 목적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자, 실행자 등 필요한 역할을 누가 할지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

여러분의 부서 회의 풍경은 어떤가. 많은 직원들이 “쓸데없이 너무 많은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불평하지 않는가. 질적, 양적으로 관리가 허술하다고 못마땅해하진 않는가. 낭비·공회전 회의 등 문제회의의 공통점은 비슷하다. 회의 횟수와 운영에서 준비가 안 돼 있고(미비), 목적이 없고(무목적), 결론도 없다(미결).

직장인의 가장 큰 회의(懷疑)는 ‘회의(會議)’이고, 회의는 문화적 세금을 내는 필요악이라는 냉소적 시각까지 있다. 한 취업포털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이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어차피 최종결정으로 반영되지 않아서(30%) △회의 시간이 길어져서(25%) △회의 횟수가 너무 많아서(12.5%) △동료들의 의욕과 준비도가 낮아 답답해서(10%)의 순이었다.

리더도 할 말은 있다. 누구는 일방통행 원맨쇼 회의를 하고 싶어 하는 줄 아는가. 왜 멍석 깔아 놓으면 앞에서 말하지 않고선 뒤에서 구시렁대는가. 공지·전달사항은 인트라넷, 메일로 보면 된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읽겠는가. 우이독경, 마이동풍이라도 눈으로 보면서, 입으로 말해야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이에 구성원은 “회의가 말 그대로 의견을 모으는 자리인 경우는 드물다. 실제론 일방적인 전달이 주목적이다. 그런 의도를 알기에 입을 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 회의를 안 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그렇지 않다. 앤드루 그로브 인텔 전 회장은 “회의는 경영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회의는 경영의 필수적 수단이다. 회의가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시간 낭비 요소라고 말하는 것은 화가에게 캔버스가 가장 큰 시간 낭비 요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는 하루 종일 캔버스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회의는 경영에 필수적, 시간낭비 아냐”

문제는 회의가 아니라 회의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데 있다. 과연 회의를 회의(懷疑)하지 않게 하는 운영방식은 어때야 하는가. 장풍-병풍-방풍의 회의가 되지 않고 거풍(擧風)이 되는 회의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줄이고 늘리고 나누고 정하고 돌리고의 5가지 운영법칙이 필요하다.

첫째, 리더는 말을 줄이라. 줄일수록 좋다. 조직 소통 총량의 법칙이 있다. 리더가 말을 줄여야 구성원의 말이 늘어난다. 회의실도 거풍되기 시작한다. 구성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정적의 순간을 버티라. 침묵을 하면 누군가는 나선다. 구성원들은 리더 간보기를 한다. 정말 의견을 듣고 싶은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의 요식 절차인지를 알아보고 그에 따라 대응한다. 침묵하고 잠깐 기다리며 심사숙고할 시간을 주라. 말을 짧게 하려고 할수록 준비가 필요하다. 회의 시작하기 전 다음과 같이 자문하고 정리해보라. “나의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가” “나는 누구에게 말하는가” “나는 왜 이 목표를 이야기하는가” “집단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할 이야기는 무엇인가.”


참석자 의견 이끌어낼 질문 많이해야

둘째, 일방적인 전달보다 질문을 늘리라. 좋은 질문은 사전 준비의 확실한 증거다. 커뮤니케이션 학자 제임스 루카스는 리더의 소통에서 결정적 명령과 전달은 전체 소통 비율의 5% 정도면 충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참가자의 의견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더 많이 하라. 그리고 질문을 구체화하라.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면 구체적 의견을 이끌어낼 수 없다. 어떤 의견을 구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참가자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정확하게 그 원인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시점을 바꿔 주제를 던져 보라. 예를 들어 ‘고객의 입장에 선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경영자의 입장에 선다면’ 등으로 관점을 전환해 생각하게 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심중 의견이 있더라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것이다. 리더의 심중 결론이 노출되는 순간, 토론은 사라진다. 지지의 꼬리 물기가 일어난다. 오히려 당신 심중의 반대편에서 공격적 질문을 해보라. 물개 박수 일변도의 하나마나 회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역할을 나누라. 회의는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막상 끝나고 나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빠진 듯 허무한 느낌이 든 적이 없는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회의는 역할이 나뉘어 있지 않아서다. 회의에서 진행자와 서기는 필수다. 사안, 회의 목적에 따라 최종 의사결정자, 실행자 등 필요한 역할을 누가 할지에 대해 사전에 결정하라. 역할을 돌아가면서 해도 좋다. 회의를 리더만이 주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역할과 책임이 있어야 프로세스가 발동한다. 리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애쓰지 말고 역할을 분산하라.

넷째, 회의의 목적과 기대효과, 기본 원칙을 정하라. 각 기업 문화를 들여다보면 끝장 회의, 초장 회의 등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다. 초장에 끝내는 짧은 회의, 끝장을 보는 긴 회의, 뭐가 더 효율적인가. 정답은 없다. 회의 목적에 따라 다르다. 아이디어 회의면 아이디어를 도출할 때까지 길게 해도 무방하다. 반면에 의사 결정회의라면 끝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임팩트 있게 진행하는 게 좋다. 어떤 회의든 공통사항은 사전 준비다. 회의 성패는 시간이 아니라 사전 준비가 좌우한다. 참가자가 사전에 준비를 해와야만 참여가 가능하도록 회의를 진행하라. 회의 기본 원칙으로 질문 준비, 발표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기본 원칙은 구성원의 뜻을 모아 결정하는 게 좋다.

다섯째, 모든 결정과 과제는 가능하면 당일 기록을 남기고 전체 회람하게 해야 한다. 회의 참석자, 비참석자 모두에게 필요하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어도 각각 이해한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은 관련 안건 진행 상황 파악에 참고할 수 있다. 자료 회람은 쓸데없이 의무 방어전으로 참석해야 하는 직원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그래야 회의 투명인간이 줄어든다.


▒ 김성회
연세대 국문학과 석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주요 저서 ‘성공하는 ceo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