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9월 초 뉴질랜드에 설치한 인공지능 자판기. <사진 : 블룸버그>
코카콜라가 9월 초 뉴질랜드에 설치한 인공지능 자판기. <사진 : 블룸버그>

“존, 생일 축하해! 콜라 한 병 쏠게!”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일하는 밥이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 존의 생일 턱으로 콜라 한 병을 주문하면 존은 “고마워” 하며 가까운 자판기에서 콜라 한 병을 꺼내 마신다. 9월 초 뉴질랜드에 설치된 코카콜라의 ‘인공지능(AI) 자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세계에서 5만여 대의 자판기를 운영 중인 코카콜라는 인공지능 음료 자판기를 미국과 유럽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코카콜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연결된 인공지능 자판기는 세계 어디서나 가족, 친구를 위해 음료를 주문할 수 있고 상품 가격을 원격으로 바꿀 수 있으며 판촉 행사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자판기 이용 고객은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가까운 자판기에서 음료를 받으면 된다.

‘코카콜라는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로 승부하는 기술 기업이다.’ 세계 최대 음료 기업인 코카콜라가 인공지능과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포브스’ 등이 최근 보도했다.

코카콜라가 올해 초 출시한 체리 스프라이트는 소비자들이 기호에 맞는 음료를 선택한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탄생했다.

200여 개국에서 500여 개의 브랜드로 390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는 코카콜라는 하루 19억 개의 음료를 팔고 있는데 인종·종교·날씨·문화배경·취향이 다양한 수많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려면 ‘빅 데이터’ 기술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산도와 당도가 최적화된 오렌지를 재배하고 생산하는 과정도 날씨 데이터, 위성 이미지, 곡물 수확 정보 등 빅 데이터를 활용한다.

코카콜라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와 비슷한 인공지능 비서도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탑재된 채팅 로봇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좋아하는 맛과 색깔의 음료를 말하면 원하는 음료를 만들어 주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AI 자판기 설치하고 AI 광고 도입

1억500만 명에 달하는 코카콜라 페이스북 팔로어, 3500만 명의 트위터 팔로어 등 소셜미디어 이용자 정보도 엄청난 자산이다. 인공지능과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올리는 코카콜라 제품 콘텐츠를 어떤 연령대의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마시고, 지인들과 공유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2초에 한 편씩 코카콜라 관련 소셜미디어 콘텐츠가 생성된다”며 “특정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가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보다 네 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 글로벌 디지털 책임자인 마리아노 보사즈는 “우리가 콘셉트를 얘기하고 광고 회사가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화된 이야기 구조를 시험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을 이용한 광고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콜라 회사가 아니라 토털 음료 회사다.”

코카콜라의 변신을 주도하는 인물은 제임스 퀸시(James Quincey·52) 최고경영자(CEO)다. 퀸시 CEO는 지난 5월 취임 직후 “탄산음료에 집착하지 않고 차와 생수 등 다양한 음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탈(脫)콜라 전략’을 선언했다.


에너지 음료 회사 ‘몬스터’ 인수 추진

2009년 이후 장기 집권했던 무타르 켄트 전 CEO가 회장으로 물러나고 퀸시 CEO가 등장한 배경에는 코카콜라의 짙은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130년 전통의 코카콜라는 한때 미국의 대중문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상징하는 최고의 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대표 상품인 코카콜라는 ‘공공의 적’이 됐다.

퀸시 CEO의 첫 일성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본사 인력 20%에 해당하는 1200명을 감원한다는 발표였다. 퀸시 CEO는 “앞으로 3년 안에 연간 8억달러(약 9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입맛과 취향 변화에 맞춰 사업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의 전성기를 끝낸 것은 환경의 변화다. 건강 음료와 에너지 음료로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고 있고 선진국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설탕세, 이른바 ‘콜라세’가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

‘500㎖짜리 탄산소프트음료에 3g짜리 각설탕 18개 분량인 54g의 당(糖)이 함유돼 있다’ ‘탄산음료에 포함된 인산이 칼슘 흡수를 막아 청소년 뼈 약화의 원인이 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탄산음료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코카콜라가 졸지에 ‘악마의 음료’가 됐다.

코카콜라의 5대 시장인 멕시코가 2014년부터 설탕 음료에 10%의 설탕세를  물리고 있고 최대 시장인 미국 필라델피아도 올해 설탕세를 도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미국의 대도시들도 설탕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비탄산음료, 건강 식품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펩시코 등 경쟁사와 달리 탄산음료 비율이 70%대에 달하는 코카콜라가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437억달러(약 49조원)였던 매출이 2016년 418억달러(약 47조2300억원)로 뒷걸음질쳤다. 2012년에 비해 13%나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수익도 20% 이상 떨어졌다. 주력 제품인 코카콜라 매출은 10년 연속 줄고 있고 ‘다이어트 콜라’ 매출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글로벌 브랜드 순위도 최근 27위까지 추락, 브랜드 가치 손실액이 100억~318억달러나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탄산음료 산업이 술, 담배 산업과 함께 건강을 해치는 산업이란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각국 정부가 앞다퉈 설탕세 도입 등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젊은 시절 코카콜라 판매원으로 일하는 등 유명한 코카콜라 애호가이자 코카콜라의 최대 주주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퀸시 CEO의 임명은 매우 똑똑한 투자”라며 환영했다. 버핏 회장은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GE 지분을 모두 팔아버렸지만 코카콜라 주식은 보유하고 있다. 

코카콜라 주가는 최근 퀸시 CEO가 레드불에 이어 미국 에너지 음료 시장 점유율 2위(26.8%) 기업인 몬스터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Plus Point

1996년 입사해 CEO까지

코카콜라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제임스 퀸시 CEO. <사진 : 블룸버그>
코카콜라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제임스 퀸시 CEO. <사진 : 블룸버그>

제임스 퀸시 CEO는 1965년 영국 런던에서 출생했다. 생화학과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5살 때 버밍햄으로 이주한 뒤 킹 에드워드 고교를 졸업하고 리버풀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베인 앤드 컴퍼니와 맥킨지 등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1996년 코카콜라 전략 담당으로 영입됐다.

스페인어에 능숙해 코카콜라 입사 직후 멕시코 등 라틴 아메리카 담당으로 일했고, 북서 유럽과 노르딕 지역 부문장(2008~2012년)을 지낸 뒤 2013년 유럽 담당 책임자, 2015년 최고운영책임자가 됐다.

나이지리아의 주스 업체를 사들이고 중국 곡물 음료 회사를 인수했으며 유니레버 대두 음료 브랜드 확보를 주도하는 등 비탄산음료 브랜드 인수·합병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부인 재키 퀸시 여사와 사이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최고운영책임자였던 2015년 연봉은 680만달러(약 77억원)였다. 당시 CEO였던 켄트 회장의 연봉은 1460만달러(약 165억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