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도시에서 탄생했다.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창업한 도시는 미국 시애틀이다. 시애틀 주민들은 연중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에 전통적으로 따뜻한 커피를 즐겼다. 또 미국 경제 중심지와 거리가 있어 주민들은 여가와 여유를 중시했고, 카페 문화를 선호했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가 탄생한 포틀랜드는 산과 강이 많은 도시다. 많은 주민이 자전거와 조깅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포틀랜드에서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용품 회사가 탄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이 제주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생산한다. 이니스프리가 브랜딩한 것은 단순히 그곳에서 자란 원료와 재료가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그 자체다. 제주의 라이프스타일인 자연주의가 화장품에 적용된 셈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산업에 적용하려면 우선 지역 문화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구성원의 의식주, 생활 모습, 지역의 역사와 종교는 물론 여기에 영향을 끼친 자연환경, 해당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고 사용되는 원료와 소재도 포함돼야 한다.


문화에 스토리 보태면 부가가치 상승

이에 더해 각 지역 문화에 스토리를 보태고 브랜드를 만들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지역 생활문화를 해석하고 표현한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한다. 선진국들은 지역 기반 산업을 육성할 때 주로 농업(1차산업)에서 시작해 부가 산업(2차산업·3차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대표적이다. 보르도는 포도 산지에서 양조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의 와인을 제조할 뿐 아니라 와이너리 관광을 통한 서비스 산업을 통해 활발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면 몇 가지 기반이 필요하다.

첫째, 라이프스타일 산업 현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설문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가치관·관심사·라이프스타일 등)와 문화 정체성(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인식하는 정체성, 이미지, 브랜드, 장점과 단점 등)에 대한 체계적 자료가 있어야 한다.

둘째,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사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제주의 화장품과 녹차 산업, 대덕의 첨단과학 산업, 부산의 신발과 해양레저 산업, 포항의 철강문화 산업, 강릉의 커피 산업, 경주의 불교 산업, 안동의 유교 산업, 안산의 다문화 산업 등이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지역 산업이다.

셋째, 라이프스타일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전문 인력과 젊은 세대를 통해 지역 문화 소재 발굴, 신규 사업 공모전, 지역별 라이프스타일 산업 홍보를 통한 관광객 수요 창출 등에 힘써야 한다.

지방 정부와 기업, 주민이 힘을 합쳐 ‘넥스트 이니스프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다수의 자생적인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조성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