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 에디슨이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모기업 에디슨전기조명회사를 설립한 것이 1878년이니, GE는 올해로 139년 역사를 맞는다. 그런 GE의 고민은 어제나 오늘이나 한결같다. 거대한 덩치를 이끌고 어떻게 성장하느냐이다. GE는 그 해답을 외부에서 찾았다. GE는 2008년에 처음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 바깥에서 올렸고, 2007년에는 52%에 달했다. 2020년까지는 80%로 올릴 계획이다.

GE의 2인자 존 라이스(John Rice) 부회장은 이 새로운 여정을 주도하는 선장이다. 홍콩 금융 중심지 센트럴(中環)의 업무 빌딩인 원익스체인지스퀘어 33층 사무실에서 만난 라이스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세계화와 현지화의 균형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라는 현명한 세계화 전략을 강조했다.


GE는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의 80%를 미국 바깥에서 올릴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 전략은.
“지난해 우리가 100만달러 이상의 수주를 딴 나라가 모두 164개국이다. 이 중 20개국에선 각각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기술과 지역의 수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동 사막에서 쓸 엔진은 열·바람·모래를 견딜 수 있어야 하며, 고원 지대의 엔진과는 달라야 한다. 우리는 획일화된 기술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계 톱클래스의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그것을 로컬 시장의 니즈에 맞게 현지화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GE가 경험할 세계는 지난 10년과 어떻게 다를까.
“지역에 따라 엇갈릴 것이다. 앞으로 3~5년간 유럽의 일부 나라는 역풍을 계속 맞을 것이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도 거친 바다처럼 출렁일 것이다.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정부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모든 정부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 같은 기업에 그것은 관세나 비관세 장벽 같은 ‘규제 행동주의(regulatory activism)’를 의미한다. 한국에도 새 대통령이 들어섰다. 그는 기업의 비즈니스 관행과 투명성에 대해 강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할 것이다. 내가 또 하나 눈여겨보는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스피드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랍의 봄’이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보라. 요즘 사람들은 시위를 하기 위해 시청 광장으로 갈 필요가 없다. 60억 인구가 자기 방에서 손가락 하나로 의견을 표현하고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우리 같은 기업의 행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일 정부나 기업이 투명하지 않거나 윤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큰 은행이든 GE든 튀니지 정부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예전엔 없던 일이다.”

2020년까지 글로벌 부문을 80%로 키운다는 건 거꾸로 미국 비율이 20%로 줄어든다는 말인데, 미국의 시대가 저무는 것인가.
“미국은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의 성장 속도가 미국이나 서유럽보다 빠르다는 데 있다. 현재 금융을 제외한 산업 부문 매출이 1000억달러 정도인데, 이 중 40% 정도가 개도국에서 발생하고, 나머지는 미국·유럽·일본에서 생긴다. 신흥시장은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데, 서유럽의 일부 지역은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아니면 저것’식은 결코 아니다. 신흥시장만 중요하고 선진국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유럽이 곤경에 처해 성장도 투자 기회도 없을 거라 말하지만, 그건 남유럽 일부 국가에 국한된 얘기다. 1억4000만 인구의 동유럽은 여전히 인프라 건설이 활발하다. 유럽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모든 지역을 동일시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아시아도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아시아라는 이름 하나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제조업은 힘을 잃었고, 일자리는 잘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 한 가지 밝혀두고 싶은 게 있다. 일자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제로섬 게임을 떠올린다. 내가 중국에 일자리 하나를 만들면 미국이나 서유럽에 일자리 하나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일자리는 시너지(synergy)다.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중국에 비행기를 수출하고, 우리가 두 회사에 비행기 엔진을 팔기 때문에 미국에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일자리란 ‘여기 아니면 저기’식이 아니다.”

35년간 GE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
“그 질문을 ‘왜 나는 35년 동안 GE에 계속 남아 있을까’라고 바꿔도 되겠나? 그 질문에 세 가지 대답이 있다. 첫째,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점이다. 하루 중 그렇게 긴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면 더 좋을 것이다. 둘째, GE는 늘 배우는 문화를 가진 회사다. 오늘의 나는 작년의 나보다 더 나은 리더가 돼야 한다. 또 내년엔 올해보다 더 성장해야 한다. 이는 실수에서 배우고, 새로운 나라와 문화·시장·제품에서 늘 배우려는 문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셋째, 여기서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세상엔 돈을 버는 여러 길이 있지만, 가능하다면 중요한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인생은 하찮은 것에 신경을 쓰기에 너무 짧다. 나의 기억할 만한 경험은 모두 이러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35년 동안 모신 3명의 회장에 대한 생각은.
“존스 때는 내가 너무 신참이어서 그가 내 이름도 몰랐을 것이다. 잭(웰치)과 제프(이멜트)에게서는 지금과는 다른 길, 더 좋은 길을 찾아내는 힘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점들을 연결하는(connecting dots) 능력을 배웠다. 트렌드와 기회를 포착하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배웠다. 리더십은 과학이자 예술이다. 그 요체는 어제의 아이디어 중에서 별로 좋지 않아 바꿔야 할 것과 완벽해서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을 구별해내는 것이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세상은 움직이는 표적들로 가득하고, 사람이 바뀌는 속도보다 상황이 더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또 단순 명쾌하게 말해야 한다. 리더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런 덕목을 잭과 제프에게서 배웠다.”


▒ 존 라이스 John Rice
GE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