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CEO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결코 쉽지 않은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학습(學習·learning)’이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유명한 CEO를 꼽자면 단연코 잭 웰치(Jack Welch)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GE는 일관성도 없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며 상이한 사업들이 불완전하게 모여 있는 회사였다. 이런 회사를 명확한 비전 아래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웰치는 취임 직후부터 전사(全社)적인 학습 문화를 추진했다.

그가 내세운 학습의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anytime, anywhere, and from anyone) 배운다’였다. 그의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역(逆)멘토링’이다. 역멘토링은 반대로 아랫사람에게서도 기꺼이 배우는 것을 말한다.

1999년 영국으로 출장을 간 웰치는 우연히 만난 젊은 엔지니어로부터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웰치는 출장을 마치고 본사에 돌아가 500명이 넘는 GE의 고위 중역 모두에게 “각자 젊은 인재들로부터 인터넷을 1 대 1로 배우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것도 2주 내로 말이다. 이게 바로 요즘 유행하는 역멘토링의 공식적인 출발점이다.

웰치는 항상 이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는 반드시 자신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웰치에게 있어서 학습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적(知的)인 만족이 아니었다. 이를 실천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배움은 상대방 이야기 경청할 때 가능

학습, 공유, 실천을 강조하는 잭 웰치의 리더십 덕분에 GE는 경영 효율이 급신장했다.

요즘 한국 기업의 많은 CEO들도 수많은 조찬 모임과 최고경영자 과정, 독서 클럽에 참석한다. 하지만 배움에도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진정한 배움은 자신의 의견을 잠시 접어두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때 가능하다. 너무 자기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찬 리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학습할 여유가 없다.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결국 리더의 기호에만 집중하게 된다. 결국 리더가 원하는 것 외에는 하지 않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 빠지게 된다.

둘째, 기업의 리더에게 있어서 학습의 궁극적인 목적은 실천을 통한 성과 향상이다. 잭 웰치에게 있어서 학습은 실천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일부 CEO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이나 교육 수준을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교육을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 적이 있다. 과도한 학습으로 인해 마치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자만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이런 사람을 ‘과잉 교육된 리더(over-educated leader)’라고 부른다.

한국의 리더들이여, 조금만 덜 배우고 조금만 더 실천하자. 얼마나 배웠는가보다는 배운 것 가운데 내가 얼마나 실천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자. 배운 내용 가운데 몇 가지를 실천했는지, 즉 ‘실천 비율 (execution ratio)’을 생각해 보자. 학습만 있고 실천이 없는 과잉 교육된 리더가 아닌지 냉정히 판단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