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재, 내로라하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인 가운데 가장 분주하고, 정력적이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를 꼽는다면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60) 소프트뱅크 사장이 단연 첫 번째다. 그는 작년 7월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320억달러(약 36조원)에 사들이는 등 최근 1년 동안 기업 M&A(인수·합병)에만 약 46조원을 쏟아부었다. 매일 최소 1200억원 이상씩 거래를 한 셈이다.

4월 21일 소프트뱅크 본사가 있는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시오도메(汐留) 빌딩을 찾았다. 그는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지금은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 시대”라고 말했다. ‘싱귤래리티’는 손 사장 평생의 꿈인 ‘정보혁명’의 최종 지향점으로 요즘 그가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단골로 강조하는 메뉴다.

그는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즉 컴퓨터에 의한 수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초지성)의 탄생을 의미하는 싱귤래리티가 아무리 늦어도 30년 후면 반드시 일상에 현실화될 걸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싱귤래리티’란 용어를 계속 강조하는데 어떤 배경에서인가.
“41년 전 열아홉 살(미국 UC버클리 유학 시절) 때 과학잡지를 들추다 사진 한 장을 봤다. 처음엔 미래 도시 설계도처럼 보였는데, 실은 손가락 끝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의 컴퓨터, 인텔이 막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였다. 어릴 때부터 ‘철완(鐵腕) 아톰(우주소년 아톰)’에서 아톰을 돕는 과학자인 오차노미즈 박사(코주부 박사)가 집채만 한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컴퓨터가 이렇게 작아질 수 있다는 데 전율했다.”

그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싱귤래리티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석(布石)’이었다. 그때부터 ‘언젠가 나도 이(마이크로프로세서) 세계를 이끌고 싶다’고 결심했다. 그때의 충격이 내 인생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로부터 40여년 만인 지난해 ARM을 매수한 건가.
그래서 그로부터 40여년 만인 지난해 ARM을 매수한 건가.

“10년 전쯤부터 손에 넣고 싶었지만 성사 여부가 확실치 않았다. ARM을 사기 전까지 1년간 싱귤래리티라는 중요 국면이 다가오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매수 발표 2주 전 ARM과 담판 지으려고 최고경영진 소재를 파악했더니 휴가 중이었다. 그래서 그들 휴가지인 터키 남부 마을의 레스토랑으로 날아가 회장·사장과 점심을 함께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매수 결정부터 성사까지 2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ARM이 싱귤래리티에 왜 중요한가.
“싱귤래리티, 즉 인간을 넘어서는 컴퓨터 초지성(超知性)이 나오려면 ‘딥 러닝(deep learning·컴퓨터가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배우는 기술)’이 필수다. 컴퓨터 스스로 학습해 발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딥 러닝을 하려면 (아기가 차츰 각종 정보를 흡수해 지성을 갖춰 가는 것처럼) 빅데이터를 계속 빨아들여야 한다.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이려면 사물인터넷(IoT), 즉 모든 사물과 컴퓨터가 연결돼야 한다. 매개체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필요한데, 현재 IoT용 프로세서 설계 분야에서 압도적 점유율(스마트폰·태블릿PC 95%, 자동차 95%, 웨어러블기기 90%)을 가진 회사가 ARM이다.”

싱귤래리티는 반드시 오나.
“그렇다. 지난 30년간 컴퓨터 계산능력은 100만배 증가했다. 계산은 물론 기억용량, 통신속도도 전부 100만배씩 증가했다. 컴퓨터 능력이 지금부터 또 100만배 좋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수퍼 인텔리전스 컴퓨터(super intelligence computer)’ 기술의 발전으로 30년 안에 ‘IQ 1만의 컴퓨터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30년 뒤에 IQ 1만이 아니라 3000이 될 수도 있다. 30년이 아니라 50년 뒤일 수도 있다. 그건 오차 범위 내일 뿐이다. 결국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영리해진다는 것이다.”

싱귤래리티가 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수퍼 인텔리전스의 등장은 인간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과학·교통·의료·비즈니스 모든 것이 재정의된다. 움직이는 모든 것에 컴퓨터칩(chip)이 들어간다. 즉 각종 로봇과 IoT 기기에 수퍼 인텔리전스 칩이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쓰는 안경·신발·옷·자동차·세탁기 등에 1000개 이상의 수퍼 인텔리전스 칩이 들어가게 돼 그것과 함께 살게 될 것이다.”

30년 넘게 비즈니스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핵심 요인 3개를 꼽는다면.
“비전(vision)이 첫 번째, 전략이 두 번째, 전술이 세 번째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제대로 이뤄지려면 내면에 열정(passion)을 갖고 있어야 한다. 먼저 본능적으로 이게 옳은가 그른가 판단한다. 그다음 디테일에 대해 아주 많이 조사한다. 민감도 분석, 즉 이쪽으로 가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다른 쪽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수백 수천 번 반복한다.”

한국에 있는 20대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조언한다면.
“무엇보다도 ‘높고 큰 꿈(high and big dre-am), 강한 열정(strong passion)을 갖고 많이 생각하라(think a lot)’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때 언제 내가 가장 쾌감을 느꼈는지를 생각해 인생의 길을 정하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부모가 시켜서’ ‘어떻게 하다 보니’ 하는 삶을 살아선 안 된다. 극단의 괴로움, 극단의 실패를 통해서 극단의 쾌감을 느끼고 그런 쾌감을 느낀 일을 파고들기 바란다. 그 일로 세계인이 즐거워한다면 흥분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100년 후, 200년 후 사람들도 고마움을 느끼고 기뻐할 일을 찾아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으면 좋겠다.”

손정의 사장은 2015년 인도계인 니케시 아로라(Arora) 전 구글 수석부사장을 영입해 소프트뱅크의 후계자로 삼겠다고 공언했다가 지난해 그를 내보내고 “다시 향후 10년간 경영자로 일하겠다”고 약속을 번복했다. 그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300년 기업’을 목표로 하는 소프트뱅크의 승계 계획이 궁금하다.
“글쎄,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앞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 손정의 孫正義
소프트뱅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