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혁신의 대명사가 된 것은 일반인들의 눈에 엉뚱해 보이는 것을 시도해 실패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문화에서는 실패도 값진 경험으로 본다. 이처럼 혁신을 권장하는 문화 속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로 2008년 8월 창업한 이래 지금까지 1억8000만 명 이상이 이용했으며, 300만 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된 숙소 예약 서비스가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소마(SOMA) 지역 브래넌가 888번지에 본사를 둔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 bnb)다.

에어비앤비는 공동 창업자 3명이 생계를 위해 방 한편을 낯선 사람에게 내주고 돈을 받았던 경험에서 착안해 2008년 설립됐다. 창업자들은 낯선 나라로 놀러 오는 숙박객에게 공기 침대(airbed)로 만든 잠자리와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 자체로도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말도 안 된다’며 반대했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에어비앤비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창업 초기 기업)’으로 성장했다. 추정 기업 가치만 해도 255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하는 공유 경제 1위 기업이다. 2016년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1000명 이상 사업장 중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2위), 페이스북(5위), 구글(8위), 애플(25위)보다 직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35)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에어비앤비가 창업 이후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를 고객이 아닌 동업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스스로가 1인 사업자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조직한다. 에어비앤비로서는 믿을 수 있는 동업자 수천, 수만 명을 얻은 셈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는 계기는 금전적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는 게스트와 호스트 간에 양방향 평가를 남길 수 있는 리뷰 시스템이 있고, 이곳에 올라온 후기는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공개된다. 연중 예약이 꽉 차는 ‘수퍼 호스트(supe host)’가 탄생하는 건 이들이 호스트 일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본사 직원을 뽑을 때도 ‘호스트’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본다. 채용 과정에서 다양한 절차를 거치지만 ‘묘비명은 무엇인가’ ‘직접 한 선물 중 가장 인상 깊은 물건은 무엇인가’ 등 평소의 생활 태도나 가치관을 물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사람인지를 평가한다. 이런 철학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 덕분에 에어비앤비가 컸다고 본다.”

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낯선 사람과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라는 가치가 무너지지 않도록 고민했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정보가 너무 없어도 서로를 믿기 힘들고, 정보가 넘쳐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소셜 미디어 계정, 신분증 확인 등 간단한 절차만으로 전혀 알지 못했던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고 믿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회사 조직을 구성하고 키워나가는 데에도 ‘신뢰’는 놓치지 않으려 했던 핵심 가치다.”

일하기 좋은 직장 1위로 선정됐다. 기업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가나.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창업자의 배경과 사업 제품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기업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의 기업 문화는 굉장히 창의적인 것에서 비롯된다. 내가 다녔던 디자인 스쿨에서는 여러 사람과 협업해서 결과물을 내는 ‘스튜디오 컬처(studio culture)’라는 게 있다. 협업하는 문화가 에어비앤비의 기업 문화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제품 자체가 풍기는 에너지도 기업 문화에 영향을 준다. 에어비앤비는 낯선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대하는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 브랜드 자체가 내뿜는 밝은 에너지가 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marriage of art and technology)’은 에어비앤비의 창조적 기업 문화를 낳았다.”

장기적으로 회사를 어떤 모습으로 키워나갈 생각인가.
“공동창업자들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우리는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에어비앤비의 첫 호스트가 됐다. 앞으로도 에어비앤비에 방을 등록하고 전 세계 낯선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호스트’를 위한 회사로 키울 것이다. 요즘에도 주기적으로 전 세계 호스트와 게스트를 만나서 소통을 한다. 에어비앤비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듣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회사 자체로 보면 현재로서는 상장(IPO) 계획이 전혀 없다. 오로지 직원들을 위한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들이 진심으로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회사 말이다. 직원들이 ‘인생에서 최고의 일을 하고 있다’ ‘좋은 기업 문화에 푹 빠져서 일하고 있다’ ‘일을 통해 깊은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에어비앤비는 지난달 전 세계 에어비앤비 수퍼 호스트들을 본사로 초대해 개인의 성향에 따른 맞춤 여행을 지원하기 위한 차세대 전략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가격대와 여행지를 입력해 숙소를 찾는 ‘서칭(searching)’ 개념을 적용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여행 방식과 성향을 입력하면 여행자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지역사회와 숙소가 추천하는 ‘매칭(matching)’ 방식을 도입한다.

얼마 전 고객 맞춤형 새 전략을 공개했다. 회사의 비전이 새로 정립됐다고 봐도 되나.
“모든 CEO가 해야 할 일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에어비앤비의 비전은 굉장히 간단하다. 에어비앤비 사용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경험을 주고 감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지인처럼 살자(Live like a local)’는 기업 철학처럼 누구든지 낯선 곳을 가게 돼도 이방인처럼 느끼거나 외롭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숙박 공유 사업을 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겠다. 사람들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경험을 선물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막연하고 거창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믿는다.”


▒ 브라이언 체스키 Brian Chesky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