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트레저 트럭(Treasure Truck)’을 통해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 <사진 : 아마존>
아마존은 ‘트레저 트럭(Treasure Truck)’을 통해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 <사진 : 아마존>

연말 쇼핑 시즌을 맞은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17년 만에 가장 양호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경제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2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 11월 132.6을 기록한 후 최고치다. 앞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1월 소비자신뢰지수를 124로 전망한 바 있다. 파트타임 근로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U-6)은 10월 7.9%로 떨어져,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9월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1.2%로 전년 동기(1.1%) 대비 높아졌다.


아마존 3분기 매출 전년 대비 35% 증가

미국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서, 12월 마지막 주인 연휴 기간 소비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시장 조사업체 리서치나우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휴가 시즌 쇼핑을 끝냈다’는 소비자는 전체의 22%에도 미치지 않았다. 12월까지 미국인의 연휴 쇼핑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온라인 유통강자인 아마존은 다시 한번 시장 확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휴가 시즌 미국 소매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아마존은 이번 연말 쇼핑 시장에서 전체 매출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아마존의 전략과 함께 다른 소매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 방안을 분석했다.

아마존의 지난 3분기 북미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에 가입한 회원 수는 9000만명으로 전체 미국 가구 중 60%를 차지한다. 아마존에서 판매된 총상품가치는 지난 3년 동안 연간 약 30% 증가해 미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평균 성장률(14%)보다 높았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아마존의 성장 동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상품을 제공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빠른 배송을 포함한 업계 최고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4억종 이상이다. 이는 월마트가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상품 수(6000만종) 대비 6배가 넘는 수치다. 아마존의 회원수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브랜드가 아마존에서 제품을 팔게 된 것이다. 아울러, 10월 15일 15달러 미만의 신선 식품에 대해 판매자 수수료를 15%에서 8%로 인하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상인들이 아마존에서 다양한 소포장 식료품을 팔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올 휴가 시즌 아마존의 가장 큰 변화는 아마존에서만 독점 제공하는 브랜드와 자체브랜드(PB)상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마존은 지난 2년간 의류, 전자상품, 식료품 등의 카테고리에서 20여건의 PB상품을 출시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수퍼마켓 ‘홀푸드마켓’의 자체브랜드인 ‘365’를 포함해 자체브랜드 상품의 총매출은 올해 4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마존은 선물 추천 및 검색 결과 등에 자체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100달러 이하 선물용 전자상품’이라고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게재된 상품 중 20%가 PB상품이다. 남성용 셔츠와 AA건전지 등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PB상품의 비율이 약 30%에 달했다.


아마존 고객 70% 가격에 만족

인공지능(AI) 쇼핑의 발달 또한 아마존 PB상품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음성 인식 AI 스피커 ‘에코’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쇼핑 방식과 구매 목록도 달라지고 있다. 고객이 음성 주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상품을 일일이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에코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의 상품 결과만을 제공한다. 베인앤드컴퍼니가 알렉사를 이용해 음성 주문 서비스를 테스트해 본 결과,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지 않는 이상 알렉사는 고객의 기존 주문, 아마존의 선정 상품 및 아마존 PB상품 위주로 제품을 제안했다.

RBC 캐피털 마켓은 2020년까지 1억2800만대의 에코가 각 가정에 설치돼 고객당 평균 400달러를 쇼핑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에코 상품군이 지속 성장하고 음성 주문이 대중화됨에 따라, 아마존은 자사의 방대한 상품 구색을 활용하여 고객의 쇼핑 의사결정에 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 고객의 70% 이상은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다. 11월 1일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에 1억개 이상의 상품을 30% 할인해 판매한 바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항상 ‘최저가’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가격을 자주 바꾸는 편이다.

최근 베인앤드컴퍼니가 시장 조사업체 마켓트랙과 함께 아마존의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해 분석한 결과, 아마존은 카테고리별로 상이한 가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상품, 스포츠 용품, 장난감 및 완구류 등 온라인 거래가 활발한 품목에서는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존은 전체 판매 시간의 17~25% 동안 이들 세 카테고리의 제품을 타사 대비 저렴한 ‘업계 최저가’로 판매한다. 또한 전체 판매 시간의 41~57% 동안은 타사와 동일한 최저가로 판매한다. 아울러, 세 카테고리에서는 평균적으로 가장 큰 할인율을 제공한다. 즉, 인기 상품의 가격을 적극적으로 인하해 ‘가장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라는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아마존은 최근 수주간 자사 부담으로 일부 상품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일부 상품 가격을 최대 9%까지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이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게 되더라도,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정가의 판매가를 보전받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촉진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브랜드 제조업체 및 독립 판매자의 운영상 복잡도를 증가시킬 위험도 상존한다. 갑작스럽게 재고가 고갈되거나, 아마존 이외의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할 때 적정 가격을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임 회원 연장 비율 90% 이상

베인앤드컴퍼니가 올해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고객 충성도 및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아마존은 가정용품, 가전, 스포츠 용품, 운동복 등의 카테고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분야는 여성 의류였지만, 여전히 상위 50%는 유지했다.

높은 소비자 만족도 점수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덕분이다. 프라임 회원은 일반회원 대비 28점이나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 유지율은 1년 차 91%, 2년 차 96%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마존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트레저 트럭(Treasure Truck)’을 통해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고 있다. ‘트레저 트럭’은 우리나라 말로 ‘보물 트럭’이라고 할 수 있다. 시애틀에서 시작돼 미국 전역으로 확장 전개 중인 ‘트레저 트럭’에서는 물건을 직접 팔지 않는다. 아마존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매일매일 ‘트레저 트럭’이 제공하는 파격적 딜 내용을 확인한 후, 이 가격이 마음에 든다면 먼저 구매를 완료해야 한다. 이후 소비자가 제품 수령 위치를 선택하면 ‘트레저 트럭’이 해당 지역으로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트레저 트럭’이 해당 지역에 도착하기 전 모바일 앱을 통해 알림을 제공해준다. 아마존은 기존 배송 서비스에 더하여 ‘트레저 트럭’을 통한 새로운 소비자 확보를 위해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둘째, 아마존 제품과 PB상품의 판매망을 확장했다. 아마존 상품이라고 해서 아마존닷컴 혹은 아마존 상점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은 콜스, 홀푸드, 베스트바이,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 다양한 유통매장에서 킨들과 에코 등 아마존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일부 콜스 매장은 에코와 관련된 기술을 직접 선보이는 ‘스마트 홈 경험’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아마존의 기술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 소비자는 증강현실을 통해 쇼핑할 물건을 시각화해 볼 수 있다. <사진 : 아마존>
아마존 소비자는 증강현실을 통해 쇼핑할 물건을 시각화해 볼 수 있다. <사진 : 아마존>

증강현실 이용해 쇼핑 도와

셋째, 증강현실(AR)을 활용해 고객의 쇼핑을 돕는다. 아마존 소비자는 11월 1일부터 아마존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증강현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에코에서 신형 소파, 침대까지 자신의 집에 해당 상품이 어울릴지 여부를 시각화해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침대를 놓고 싶은 곳을 비추면, 화면에 상품이 배치된 모습이 나온다. 비록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완벽하지 않고, 이케아 등 가구업체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쇼핑 앱 사용자가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경쟁우위가 있다.

넷째, 아마존은 자체 배송 시스템인 ‘셀러 플렉스’를 미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이 제3의 도매 공급업자 물류창고에서 배송상품을 가져와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이틀 내로 배송 가능한 상품 수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그간 페덱스, UPS 등 운송업체를 통해 상품을 배송해왔다. 매 분기 주문 처리에 수십억달러를 소비하는 아마존으로서는 제품 배송 과정에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다섯째, ‘스마트 초인종’ 서비스를 통해 현관 도난의 우려를 줄였다. 제품을 수령할 사람이 집에 없더라도, 배송기사가 직접 문을 열고 집 안까지 들어가 주문한 물건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방식은 이렇다. 집에 아마존 키를 장착한 고객이 온라인 주문 시 ‘자신이 집에 없을 때 배송기사가 집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지’를 체크한다. 배송기사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스마트폰의 아마존 앱으로 잠금해제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연다. 이때 고객에게 문자로 상황이 통보된다. 고객은 집 안에 장착된 ‘아마존 클라우드 캠’을 통해 배송기사의 모습을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배송기사가 집을 나가고 문이 닫히면 다시 고객에게 통보된다. 아마존 키의 사용이 보편화되면, 추가 신규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집에 사람이 없을 때에도 집 안을 청소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선식품을 주문했을 때 배송기사가 상품을 냉장고에 직접 넣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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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 미국 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의 하나로 미시간대학과 민간경제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매월 발표하는 지표다. 제2차세계대전 후 미국 소비자의 경기 판단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지수는 현재의 지역경제 상황, 고용 상태와 6개월 후의 지역경제, 고용 및 가계 수입에 대한 전망을 조사해 발표하는데, 1985년 평균치를 100으로 기준 삼아 비율로 표시한다.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미국의 전통적인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다. 이날에는 연중 최대의 세일이 진행되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상승돼 이전까지 지속된 장부상의 적자(red igure)가 흑자(black igure)로 전환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 이날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세일 기간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각종 상품 구매가 집중되는데, 블랙프라이데이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Plus Point

유통 업체는 오프라인 전략 강화해야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위치한 애플 매장. <사진 : 애플>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위치한 애플 매장. <사진 : 애플>

베인앤드컴퍼니는 아마존이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유통업체들이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소매업을 완전히 말살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혁신 없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업체들은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 모든 브랜드는 아마존의 전략을 분석하고, ‘아마존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마존 대비 전통적인 유통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경쟁우위는 매장 네트워크다. 휴가 시즌 매출의 약 80%는 매장을 통해 창출되며, 점점 더 많은 쇼핑 활동으로 고객 대면 채널이 확장될 것이다. 아마존은 이제 막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하고 실험하기 시작했지만, 대다수 유통업체에 뒤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당면한 도전 과제는 물리적 채널과 디지털 채널의 장점을 결합해 매끄럽고 매력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매장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고객이 학습하고, 독특한 상품을 찾고, 서비스를 받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화장품 유통업체 세포라와 IT업체 애플이 대표적이다. 이들 매장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매장에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소매업체 TJ맥스 역시 매장에 다양한 할인 상품을 구비해 소비자에게 ‘보물찾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월마트가 4700여 매장에서 2만여 건의 연휴 축제를 주최한다고 발표한 것도 독창적인 경험 제공을 통해 매장 내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많은 오프라인업체가 문을 닫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부 유통업체들의 비결은 바로 오프라인 매장 경험 강화에 있다.

유통업체들은 아마존이 손에 넣을 수 없는 PB상품 혹은 독점 브랜드 같은 독창적인 상품 구색을 제공할 수도 있다. 전략은 유통업체 및 개별 브랜드 제조업체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신선한 뉴스, 훌륭한 가치, 친절한 서비스가 승리로 가는 지름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으로 유통업체들은 매장을 ‘옴니채널 배송 허브’로 사용할 수 있다. 고객은 무료배송을 좋아하지만 배송 속도, 예측 가능성, 쉬운 반품에도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의 ‘리저브 앤드 트라이 인 스토어’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으로 상품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해 두었다가 인근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해당 제품을 입어볼 수 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유연한 고객경험 제공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며 구매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