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린 BCC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에는 정부 정책이나 시장 동향 등에 관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양수열>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나가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몇 년간 중국 경제가 어떻게 변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국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됐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의 갈등 완화 무드가 조성되긴 했지만 언제 또 정치∙외교적인 악재가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BCC(Business Connect China)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린도 올해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줄 최대 변수로 정치∙외교 상황 변화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투자자들은 계속 수익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계 미국인인 린 회장은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2008년 BCC 창업 이전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회사인 베스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와 맥킨지 등에서 근무했다.

BCC는 중국 전역에 10만명에 달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이다.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유수의 기업들을 비롯해 국적과 산업 분야를 달리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중국 진출 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고 있다.

고객사 방문을 위해 방한한 린 회장을 서울 을지로 위워크에서 만났다.


사드 위기 관련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최근 상황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비롯해 교육 수준이 높고 정보 공유 속도가 빠른 1선 도시의 경우 최근의 한·중 관계 복원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중소도시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반한감정 여파가 좀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 제품을 좋아하고 서울에서 면세점 쇼핑을 즐기는 다수의 중국인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중국인은 실용적인 민족이다.”

기업별로도 차이가 있나.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조치를 완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실적도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의 표적으로 지목돼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여파로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112개(수퍼마켓 13개 포함) 중 87개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롯데마트의 올해 1∼8월 중국 내 매출은 4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600억원)보다 7500억원(64.7%) 급감했다. 롯데마트의 올해 중국 매출은 1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중국 지점 전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을 BCC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지금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에는 정부 정책이나 시장 동향 등에 관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 내 상황 변화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대응책 마련을 돕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내 네트워크는 물론 글로벌 컨설팅사와의 파트너십도 큰 도움이 된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 체질 강화를 위한 조언은.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BCG) 등 세계적인 컨설팅사 출신 중국인을 채용하면 그들의 중국 내 네트워크는 물론 컨설팅사를 통해 형성된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강경영대학원(CKGSB)을 비롯한 중국 명문 MBA 출신이나 서구 명문 MBA를 졸업한 중국인을 채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좋은 방법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예전만 못한데도 첨단 기술 기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 가깝다. 이 때문에 상호 투자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기업 중에는 실리콘밸리에 투자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곳도 있다. 한국 기업도 실리콘밸리 투자와 중국 스타트업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과 함께 인공지능(AI)과 얼굴인식 기술 등 첨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전문 인력 양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인터넷에 온갖 정보와 경험담들이 넘쳐난다. 컨설팅 사업은 여전히 유효한 모델인가.
“인터넷에 정보가 많다고 하지만 상황에 딱 들어맞는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컨설팅 회사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면 경쟁력을 논할 필요도 없겠지만, 컨설팅 회사 경쟁력의 원천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제공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모방하기 어렵다.”

컨설팅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중국 기업 관련 자료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상장 기업은 중국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State Administration for Industry and Commerce)에 수익과 매출 등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해당 기업의 고객사 등을 통해 추가 정보를 수집해 주문 물량과 재고 등을 등록된 자료와 맞춰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결과 문제가 없더라도 전체 업계 평균보다 지나치게 실적이 좋다면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원자재를 다른 업체보다 훨씬 싸게 공급받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중국 진출 한국 기업 실적의 최대 변수는.
“한국 정부나 우방인 미국의 이해관계가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이익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드 위기 같은 정치 문제의 발생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 테드 린(Ted Lin·林宜德)
UC어바인 컴퓨터공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린엔지니어링 CEO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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