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뉴스 창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 3월호 표지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이 실렸다. 그런데 우리가 익숙하게 봐온 저커버그의 얼굴이 아니었다. 시합을 막 끝낸 권투 선수처럼 얼굴 곳곳에 멍자국이 가득했고, 오른쪽 눈두덩이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평소의 옅은 미소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공허한 눈빛만이 가득했다.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지였다.



와이어드 3월호 표지.

의회 청문회에서 난타당한 페이스북

지난해 11월 미국 의회에서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사법소위원회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의 주인공은 페이스북이었다. 의원들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추궁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페이스북 고문 변호사 콜린 스트레치는 러시아 정부와 관련 있는 계정을 통해 2015년에서 2017년까지 8만 건의 게시물이 미국인 1억2600만 명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스트레치 변호사는 러시아 관련 게시물이 페이스북 전체 게시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미미하다고 덧붙였지만 누구도 그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며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를 프랑켄슈타인 박사에 비유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동시에 많은 사람이 뉴스를 접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66%에 달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본다는 미국인은 45%에 달했다. 트위터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답한 사람은 11%,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한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을 뉴스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페이스북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뉴스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에는 이용자 맞춤형 뉴스 구독 서비스인 페이퍼(Paper)를 선보였고, 2015년에는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이라는 뉴스 서비스를 공개했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언론사의 뉴스 사이트로 갈 필요 없이 페이스북 안에서 뉴스를 볼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언론사의 뉴스 사이트로 가는 데 평균 8초 정도가 걸렸다면 인스턴트 아티클에서는 1~2초면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인스턴트 아티클을 공개하면서 “페이스북에 있는 다른 모든 콘텐츠처럼 뉴스도 빨라져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더 많은 뉴스를 읽게 되고, 이는 뉴스 생태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뉴스 창구로서 자신들이 가지는 영향력을 무시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문제 있는 게시물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자신들은 플랫폼에 불과하다며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 인터넷 기업은 제3자가 올리는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을 담고 있는 미국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230조 뒤에 숨으려고만 했다.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맡았던 샌디 파라킬라스(Sandy Parakilas)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자신들의 사업 모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변화도 피하려고만 했다”며 “페이스북이 스스로 악성 콘텐츠를 검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와이어드의 기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페이스북의 한 직원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를 가리켜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저커버그를 존 스타인벡의 소설 ‘생쥐와 인간’에 나오는 레니에 비유했는데, 레니는 지능이 떨어지는 거인으로 결국 친구의 총에 맞아 죽는다.



지난해 11월 미국 의회에서 열린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에 페이스북 게시물들이 증거 자료로 제출됐다. <사진 : 블룸버그>

2년 전부터 뉴스 편집 논란 본격화

페이스북은 러시아 스캔들 때문에 원치 않은 링에 올라 주먹 세례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갑자기 생긴 건 아니었다. 논란이 본격화된 건 2년 전이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인 기즈모도는 2016년 5월 페이스북이 ‘트렌딩 뉴스’ 서비스에서 정치 편향적인 뉴스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폭로했다. 트렌딩 뉴스는 페이스북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 있는 뉴스를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다. 기즈모도는 트렌딩 뉴스 편집을 담당한 페이스북 직원 벤저민 피어나우(Benjamin Fearnow)의 폭로를 인용해 “페이스북이 보수적인 성향의 뉴스는 트렌딩 뉴스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즉각 기즈모도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페이스북의 글로벌 사업부 부사장을 맡고 있던 저스틴 오소프스키는 트렌딩 뉴스 선정 과정을 공개하면서 “기사를 검토하는 사람이 정치적인 관점에 따라 특정 뉴스를 배제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피어나우의 폭로는 뉴스 창구로서 페이스북이 제대로된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트렌딩 뉴스 논란 이후 미국 사회는 좌우를 막론하고 페이스북을 공격하고 있다. 와이어드는 피어나우를 사라예보에서 암살되면서 제1차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된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에 비유했다. 피어나우의 폭로로 저커버그가 일궈낸 소셜미디어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러시아 스캔들은 피어나우의 폭로 이후에도 페이스북과 저커버그가 바뀐 것이 없다는 걸 확인해주는 사건일 뿐이었다.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은 내부에서도 터져나왔다. 페이스북 부사장을 지냈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는 지난해 11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페이스북을 공격했다. 그는 “사회를 조각내는 도구를 만들었다는 데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며 “우리는 단기적이고 말초적인 피드백의 순환고리를 만들었고, 이는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리하피티야는 지금은 페이스북을 나왔지만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샌드버그 COO는 남편이 사망한 후 팔리하피티야가 선물한 목걸이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대선 직후 저커버그를 만나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에 더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대선 직후인 2016년 11월 19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저커버그를 호텔 방으로 불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차기 대선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나 가짜 뉴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사진 : 블룸버그>

2018년 IT 기업 화두는 ‘신뢰 회복’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과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공동으로 한 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주요국의 디지털화 정도를 분석하고, 디지털화 촉진을 위해 각국 정책 입안자와 IT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제시한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42개국의 디지털 기술 수준과 이용자의 신뢰 수준을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수준과 이용자의 신뢰 수준이 가장 균형을 이룬 국가는 싱가포르와 노르웨이였다. 스페인·홍콩·핀란드도 좋은 편에 속했다. 미국과 영국·독일·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기술 수준은 높지만 이용자의 신뢰도가 낮은 국가에 속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바스카 차크라보티(Bhaskar Chakravorti) 터프츠대 교수는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면서도 더 이상 기술을 신뢰하지 않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거대 IT 기업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그들의 사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은 지난 2년 동안 제기됐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올해를 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심이 엿보인다. 저커버그 CEO는 매년 초에 ‘새해 다짐’을 공개하는데 올해의 새해 다짐은 “페이스북이 학대와 증오로부터 우리 사회를 잘 보호하고 있는지, 국가의 간섭을 잘 막아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였다. 그는 “우리의 도구가 남용되는 것을 막는 데 있어 우리는 많은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저커버그가 공개했던 새해 다짐들은 ‘매일 넥타이 매기’ ‘채식하기’ ‘중국어 배우기’ ‘책 많이 읽기’ 등 자기 계발에 관련된 사적인 내용이 많았다. 와이어드는 “저커버그가 예년과 달리 새해 다짐에서부터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며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를 계기로 저커버그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용자 감소 무릅쓰고 변화 모색

저커버그의 새해 다짐은 페이스북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페이스북은 1월 20일 새로운 뉴스피드 정책을 공개했다. 새로운 뉴스피드 정책은 언론사가 운영하는 페이지 대신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에 우선 순위를 두고, 언론사 신뢰도 조사를 통해 높은 평가를 받은 언론사 뉴스의 노출 빈도를 높이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뉴스피드 정책이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수익 감소를 무릅썼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은 ‘좋아요’와 ‘공유’ 기능을 통해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썼다. 전문가들은 뉴스나 브랜드 동영상 같은 공적 게시물보다 사적 게시물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저커버그도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변화 때문에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시간과 참여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가뜩이나 페이스북은 젊은층 이용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뉴스피드 정책까지 바꾼 것이다. 페이스북의 발표 이후 스티펠증권이 페이스북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에 페이스북의 시그니처인 ‘좋아요’ 로고가 전시돼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언론사들도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언론사인 폴라 데 상파울루(Folha de Sao Paulo)는 페이스북의 결정에 반발해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새로운 뉴스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 세르지오 다빌라 폴라 데 상파울루 편집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사에 불친절한 공간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도 성명서를 발표해 “페이스북이 신뢰받는 언론사를 가려내고 싶다면 케이블 TV 회사가 방송사에 돈을 내고 콘텐츠를 사듯이 페이스북도 언론사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캠벨 브라운 페이스북 뉴스파트너십 총괄은 2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사람들은 친구와 가족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한다”며 “우리가 제공하는 플랫폼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뉴스 사업자가 있다면 떠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장에는 이런 변화가 페이스북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맞는 방향이라는 의견도 많다. 차크라보티 교수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불신은, 거대 IT 기업이 신뢰 회복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며 “앞으로는 이용자의 신뢰를 얻는 회사가 경쟁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 point

정신 건강 해치는 소셜미디어

영국의 로열공중보건소사이어티(Royal Society for Public Health)는 지난해 소셜미디어가 이용자의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만 14세에서 24세의 소셜미디어 이용자 1479명이었다.

보고서는 소셜미디어가 이용자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소셜미디어가 불안감이나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나만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지 등을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이 이용자의 정신 건강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를 고독하게 만들고 자기 신체에 대한 좌절감을 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다음으로 스냅챗, 페이스북, 트위터의 순서로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회사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장시간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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