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는 2010년 은퇴한 밥 루츠(Bob Lutz) 전 부회장을 최고임원(자문역)으로 복귀시켰다. GM은 2011년 상반기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년 만이었다. 그는 2001~2010년까지 GM 부회장을 맡았다. GM은 2008년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지만 3년 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미국 언론은 그 공을 루츠에게 돌리고 있다. CNN머니 등은 “GM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이를 건져내 제품 개발로 눈을 돌리게 한 인물” “GM이 다시 ‘타고 싶어지는 차’를 생산하도록 한 이”라고 했다.

미시간주 앤아버에 있는 밥 루츠의 농장에서 만난 그는 지난 10년간 GM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쏟아냈다.

그는 인터뷰 도중 GM이 위기를 겪은 순간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든 ‘무엇이 최선인지 우리만 알고 있다’는 식의 거만함, 최고경영자(CEO)와 간부들이 하는 말이 복음처럼 받들어지는 문화, 논쟁을 억누르는 분위기, 이 속에서 ‘최고 퀄리티를 가진 아름다운 차’에 대한 GM 본래의 철학은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빈카운터의 공격, 카가이의 반격

그가 잠시 멈추더니 시가를 꺼내 물고 말을 이어갔다. “이유가 뭔지 아나? ‘최고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카가이(car guy·제조 기술인력)’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금융지식으로 무장한 ‘빈카운터(bean counter)’들이 부상했다. 조직 안에서 제조 기술자를 은근히 무시하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GM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고, 차도 돈의 한 형태이며, 차를 더 많이 팔아야 돈이 된다’고 생각했다.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은 조직의 하부(대부분 고급 디자인이나 운행감에 대한 이해가 없는)로 내려갔다. 50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조직의 꼭대기에서 제품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비용 절감’은 가능할지 몰라도 ‘매출 증대’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캐딜락 CTS를 개발하던 때의 일화를 언급했다. 생산 중인 캐딜락 CTS의 앞유리는 불안하게 기울어져 있었고(앞유리와 천장의 각도는 차의 안정감과 비율에 중요한 요소다) 차 천장은 너무나 평평했다. 그는 이유를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그렇게 하면) 전 모델에서 나온 천장을 재활용할 수 있으니까’였다.

그는 겨우 천장 하나 아끼려고 차를 저렇게 망쳐놓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 즉시 종이와 펜을 들고 릭 웨고너 GM CEO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는 편지에서 지금까지 지켜본 GM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좋은 차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썼다. 웨고너는 루츠의 손을 들어줬고, 캐딜락 CTS는 1년간의 수정 기간을 거쳐 시장에 나왔다. 웨고너는 GM 조직원 모두가 루츠의 편지를 읽도록 했고, 언론들도 ‘GM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며 편지 내용을 인용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GM의 탁월한 카가이들에게 이건 오래 기다리던 자유선언문 같은 것이었다. 거대 기업에서 진짜 인재들이 어디 있는지 아는가?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급이지만 MBA가 없는, 그래서 경영지식이 풍부한 동료들이 승진하는 사이 점차 존재감이 없어지는, 그런 이들 안에 인재가 숨어 있다. 나는 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싶었다. 이후 젊은 디자이너들에게서 강력하고 창의적인 디자인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돈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금융인들은 그때쯤이면 영업이익 증가를 위한 광고 예산, 제품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원가 절감을 주장한다.

고객의 눈을 속이려 해도 결국 다 들통나게 돼 있다. 그는 언제나 제품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빈카운터들이 다가와 ‘이제 좀 한숨 돌리자(relax)’라고 말하게 놔두면 불행이 시작된다. 그것이 GM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관료화가 회사 갉아먹어”

루츠는 기업의 관료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CEO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관료화다. 그것이 조직을 비만하게 한다. 조직에는 인사부·회계부·법률팀 등 각자의 영역이 있다. 조직이 커지면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자신의 제국을 더 확장하고 싶어 한다. 인간 본능이다. GM도 마찬가지였다. 예산 책정 시간에 법률팀은 더 많은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인사팀은 새로운 경영 기술과 업무 평가 방법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때 CEO의 역할은 ‘지난 20년간 그런 것 없이 잘 살아왔어.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가지를 치도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츠는 GM에서 겪은 PMP(Performance Management Process·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떠올렸다. 그는 “모든 직원이 다음 해 목표를 세워 적어 낸다. 경영진은 그걸 취합해 토론하고 기업의 공동목표를 정한다. 릭 웨고너와 온종일 끝도 없는 회의를 하고 나면 릭이 마침내 승리를 선언한다. ‘우리 모두 공동목표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 내년엔 이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성공적일 것이다!’ 내년에는 세상이 변한다. 2월만 돼도 그 전해 전 직원이 수백 시간을 들여 작성한 모든 서류가 파쇄기 속으로 들어갔다. 작년에 설정한 목표는 이미 올해 상황과 맞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낭비였다. 그런 것들이 나를 (GM에서) 미치게 만들었다. 리더는 계속 회사를 심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M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추락했다. GM은 파산 신청 후 구조조정과 제품 개발에 힘써, 올해 상반기 세계 신차 판매 대수에서 도요타를 앞지르고 1위에 올랐다.

루츠는 “GM의 쇠락, 실패 그리고 부활은 미국 산업 전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대변한다”고 했다.

그는 “GM은 ‘우리는 너무 크고 강력하다. 실패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도 자기 힘을 너무나 당연시했고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는 사이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의 가전 산업을 잠식했고 일본·한국은 ‘우리는 이제 미국보다 더 차를 잘 만들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한다. 미국 산업 전체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대신 돈과 영업이익률을 좇았다. 금융시장이 팽창했고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늘어났으며 여기저기서 버블이 생겼다. 재앙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제 미국의 산업 현장, 제조업 현장이 살아나야 한다. GM도 부활해 세계 최고의 차와 트럭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경험으로 GM과 미국 경제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 부활의 길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루츠는 피우던 시가를 내려놓고 자신의 농장을 안내했다. 짧게 깎은 잔디와 연못 주위로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의 나이 80세. 한 시간에 걸친 인터뷰 후에도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 밥 루츠 Bob Lutz
GM 전 부회장

/ 정리 :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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