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스포츠 애널리틱스 콘퍼런스’에 2000명의 참석자가 몰렸다. 이 자리에는 세계 스포츠계 거물들만이 아니라 경영의 구루(guru)들도 함께 모여 첨단 기술과 스포츠 그리고 경영에 대해 논했다.

경영학자들이 이 자리에 모인 까닭은 최근 경영계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빅데이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그 안에 깔려 있는 트렌드를 찾아내는 것이다. 경영학자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주먹구구식 예측과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정밀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빅데이터 경영은 아직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다. 어떻게 기업 운영에 활용할지 고민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미국 MLB(프로야구)는 10여 년 전부터 빅데이터가 추구하는 관련된 모든 데이터 통합, 비정형(非定型) 데이터 분석, 실시간 의사 결정이란 방식을 도입해 이미 빅데이터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투구 하나하나 단위로 수십 년 동안의 야구 경기 내용을 세밀하게 자료화해 놓았기 때문이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팀의 ‘머니볼’은 이를 현장에서 실천한 대표 사례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른 팀들이 간과한 새로운 승리 공식을 만들어냈다. 즉, 타율·타점·홈런 등 다른 팀에서 큰돈을 들이는 지표보다 볼넷·출루율 등이 더 승리와 직결되는 숫자임을 간파한 것이다. 빈 단장은 이 분석을 토대로 부자 팀들이 외면하는 선수들을 영입해 적은 돈으로 우승을 노리는 실속 있는 강팀을 만들었다.


유능한 경영학도들 스포츠계로 몰려

스포츠계가 새로운 경영 이론의 경연 및 실험장(場)이 되자, 신세대의 유능한 경영학도들이 스포츠계로 몰려들고 있다. 빌리 빈 단장과 더불어 오클랜드에서 머니볼을 이끈 폴 디포데스타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2004년 당시 31세 나이로 LA 다저스 단장을 맡아 직접 팀을 운영했다. 그는 2003년 ‘포천’ 선정 ‘40세 이하 혁신가 10인’ 중 1명으로 뽑혔다.

NBA팀인 휴스턴 로케츠의 단장인 데릴 모리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통계를 전공하고 MIT대 슬론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은 공학 경영인이다. NFL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 부회장 겸 COO인 푸락 무라타이는 스탠퍼드대 MBA 졸업 후 전략 컨설팅사인 베인&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었다. 직감과 근성을 중시하는 스포츠계가 과학적 경영 이론의 ‘실전(實戰)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계에서 실험을 거친 새 분석 기술이 기업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팀들이 모든 구장에 수백 대의 영상 분석 카메라를 설치해 타구 방향과 야수의 움직임을 영상 데이터로 기록·분석하는 비정형 영상 데이터 분석이 그렇다. 이 방식은 최근 일부 유통 기업에서 도입해 대형 매장 안에서 고객들이 어떻게 쇼핑 카트를 움직이는지, 패션 매장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고객들이 어떤 옷을 구매하는지를 정밀하게 관찰·분석한다.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 시작된 분석 기술을 적용해 예전엔 불가능했던 매장에서의 고객 행동 예측과 분석까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 장영재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

/ 정리 :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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