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 내정된 래리 커들로. <사진 : CNBC>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600억달러 추가 관세, 중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제, 중국 관광객 비자 발급 제한 등 초강력 중국 무역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인 미국 백악관의 경제 컨트롤 타워가 교체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14일(현지시각) 유명 언론인인 래리 커들로(Lawrence Alan Larry Kudlow·71)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커들로 내정자는 CNBC 인터뷰에서 “어제(13일) 저녁 뉴욕 5번가에서 우버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며 “‘이거 자네가 원하는 자리 맞지?’라고 묻길래 ‘네’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친화력 뛰어난 ‘마당발’

CNBC의 유명 경제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인 커들로 내정자는 방송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과 블로그를 운영하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는 유명 언론인이다. 지난 대선 초반부터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세제 개혁, 규제 완화 등 핵심 선거 공약을 입안한 ‘트럼프의 재야 경제 참모’로 알려진 인사다.

“그가 전면에 등장하는 데 왜 14개월이나 걸렸는지 의문(제프리 소넨펠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이란 코멘트가 나올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용이 예상됐던 인사다. 2016년 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 초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물망에도 올랐다.

게리 콘 전 위원장 사임 이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국장 등과 함께 후임 물망에 올랐지만 “높은 관세 부과는 증세와 같다.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 칼럼을 기고,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모든 면에서 생각이 같지는 않지만 대부분 일치한다. 나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며 그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커들로 내정자는 친화력이 뛰어나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정계와 재계, 언론계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넨펠트 교수는 “그와 만난 사람은 누구나 그와 친구가 된다”며 “윌버 로스 상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등 트럼프 정부 핵심들도 그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마이클 요시카미 데스티네이션 웰스 매니지먼트 창업자도 “커들로는 정상급 소통 능력의 소유자”라며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누구보다 잘 전달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커들로 내정자는 미국의 경제, 미국의 주식시장,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관된 믿음을 강조,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정책 코드’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인물로 꼽힌다.

청년 시절부터 민주당 선거 운동에 참여한 골수 민주당원이지만 경제 정책에서는 ‘레이건 공급주의자(Regan supply-sider)’를 자처, 감세가 경제 성장과 소득 증대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란 소신을 가지고 있다. ‘과도한 세율이 세금 규모를 오히려 줄인다’는 ‘래퍼 곡선(Laffer Curve)’의 창시자인 경제학자 아서 래퍼(Arthur Laffer)의 제자이기도 하다. 부동산 보유세, 배당과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에 반대하고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장벽 설치에 찬성, 보수주의 논객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행정부 주도로 1조5000억달러에 대한 감세 개혁안이 통과되자 “미국 경제가 매년 3~4% 추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환영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뉴저지의 부유한 집안 출신이며 강렬한 핀 스트라이프 정장에 화려한 넥타이를 애용, 패션 잡지의 베스트 드레서 목록에 단골로 등장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개인 성향도 비슷하다.

과거 잘나가던 월스트리트의 이코노미스트에서 알코올과 코카인 중독으로 추락했다 재기한 그의 개인사가 알코올 중독으로 동생을 잃은 트럼프 대통령의 애정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3월 13일 그의 지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래리는 아주아주 재능 있고 뛰어난 인재다. 나의 오랜 친구이자 진정한 지지자”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반대해 국가경제위원장에서 물러난 게리 콘. <사진 : 블룸버그>

“중국 압박 공감”

자유무역, 자유시장 지지자인 그가 대통령의 최측근 경제 참모에 내정되자 윌버 로스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국장 등 강경 보호무역론자에 대한 일정한 견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와 현지 미디어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커들로 내정자도 CNBC 회견을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는) 중국이 자초한 면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규칙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중국을 겨냥한 통상 공세에 반대하지 않음을 내비쳤다.

그는 “일괄 관세에는 반대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도 협상을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생각을 바꿨다”며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한 방 날리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방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커들로의 임명 소식에도 뉴욕 다우존스 주가는 200포인트나 빠졌다”며 “이번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인사들을 백악관으로 집결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진 스펄링은 “이번 인사는 대통령이 국가경제위원장 자리를 장단기 경제 정책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책을 프로모션하는 자리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plus point

술·코카인 중독 극복

커들로 내정자는 1947년 뉴욕주 뉴저지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뉴저지의 유명 사립학교인 엘리자베스 모로우 스쿨, 드와이트-잉글우드 스쿨을 나와 1969년 뉴욕의 로체스터대(역사학과)를 졸업했다. 프린스턴대 우드로 윌슨 공공정책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했으나 중퇴했다.

대학 재학 중 베트남전 반대 운동 등 학생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민주당 조셉 더피의 상원의원 선거 운동에 참여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연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 1980년대 레이건 정부 시절(1981~85) 연방정부 예산국에서 일했다.

1987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로 자리를 옮겨 수석 이코노미스트까지 승진했으나 1994년 전격 해고됐다. 주요 클라이언트가 참석하는 회의에 예고 없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훗날 그는 “당시 술과 코카인에 절어 한 달 코카인 구입비가 1만달러나 됐다”고 회고했다. 

술과 코카인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2001년 CNBC 시사 경제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객원 해설가로 간간이 출연하다가 고정 출연자가 되고 이후 CNBC의 ‘커들로 리포트(2009~2014년)’ 등 간판 시사 프로그램의 앵커를 맡아 유명해 졌다. 코네티컷 상원의원 출마설 등 정계 진출설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지역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커들로 리포트’), 시사 블로그(‘커들로의 머니 폴리틱스’)를 운영하고 있다. 두 번 이혼한 끝에 1986년 화가인 주디스 폰드 여사와 결혼했다.

방성수 조선비즈 편집위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