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파페치’가 선보인 ‘미래형 스토어’. 옷걸이와 디지털 거울에 연동돼 작동하는 센서는 고객이 선택한 색상·사이즈를 인식해 따로 계산대로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 블룸버그
온라인 쇼핑몰 ‘파페치’가 선보인 ‘미래형 스토어’. 옷걸이와 디지털 거울에 연동돼 작동하는 센서는 고객이 선택한 색상·사이즈를 인식해 따로 계산대로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 블룸버그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 패션의 만남이 가속화되고 있다. ‘엔트로피’라는 앱을 켜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버버리’ 가방을 비추자 화면에는 260배로 확대된 가방이 보였다. AI는 3만여종의 가방·지갑 사진 수천만장을 학습해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분석하고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해냈다.

타미힐피거·루이뷔통은 AI로 움직이는 챗봇(채팅로봇)을 도입했다. 소비자들은 매장을 방문할 필요 없이 챗봇으로 연중무휴 언제 어디서나 상품·서비스 문의를 한다.

온라인 쇼핑몰 ‘파페치(Farfetch)’가 선보인 ‘미래형 스토어’ 입구에는 출입하는 고객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센서가 부착돼 있다. 옷걸이와 디지털 거울에 연동돼 작동하는 센서는 고객이 선택한 색상·사이즈를 인식해 따로 계산대로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 개별 고객에게 맞춤 추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본 패스트패션 브랜드 지유(GU)는 일본 도쿄 긴자 매장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옷을 계산대 하단에 넣었다 빼면 기계가 의류 가짓수와 가격을 스스로 인식해 계산한다. GU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2015년부터 일본 전역 수십개 매장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다.

버버리, 루이뷔통, 파페치 등 글로벌 패션업계는 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영입하고 첨단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 패션업계는 아직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부 대기업이 자사 쇼핑몰 의류 판매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를 기반으로 제품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최근 계속된 성장률 둔화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나 기술 도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안팎으로 위기를 겪었다. 국내 패션시장은 내수 부진 등으로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고 미·중 무역전쟁,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해외시장 활로를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의 최근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1.9%에 불과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 패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패션업계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가파르게 변화하는 패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영국 패션 브랜드 ‘올세인츠’는 ‘디지털화’로 2011년 법정관리 직전에서 건실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다시 살아났다. 2012년 올세인츠 최고경영자로(CEO) 취임한 윌리엄 김은 온라인 사이트 개설, 디지털화를 통한 업무 효율화 등으로 2011년 전 세계 63개에 머물렀던 매장을 2017년 219개로 늘렸다. 적자 상태였던 매출을 4년 연속 끌어올려 2015년 2억5200만파운드(약 3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국 패션기업 대부분이 역성장하는 와중에 이뤄낸 성과다.

박주영 한국유통학회장은 “올세인츠뿐 아니라 인디텍스·패스트리테일링 등 글로벌 패션시장을 석권한 패션기업은 모두 적극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키워 온 기업”이라며 “앞서가는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제품 혁신도 물론 중요하지만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효율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1│디지털 혁신할 CTO·CIO 영입 필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국내 패션업계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 번째 과제는 조직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 작업을 이끌어갈 수장인 CTO·CIO 영입이 필수적이다.

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성공한 ‘버버리’를 살펴보자. 버버리는 2006년 앤절라 아렌츠가 CEO를 맡으면서 디지털 혁신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정보기술(IT) 부문에 약 7000만파운드(약 1000억원)를 투자해 IT 혁신을 단행했다. 또 존 더글러스 CTO를 새롭게 임명하고 기존 후방에서 지원을 담당했던 IT 역할을 기업의 전략, 비즈니스, 마케팅 부서와 함께 전방에서 실행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전환했다. 전 세계 IT 조직·인프라를 통합해 물류부터 매장 판매에 이르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SNS·모바일 분석 조직을 신설해 디지털 조직을 강화했다.

버버리의 디지털 혁신은 실적을 견인했다. 2007년 8억5000만파운드(약 1조2000억원)였던 매출은 2017년 27억3300만파운드(약 3조9000억원)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억5700만파운드(약 2240억원)에서 4억6700만파운드(약 6700억원)로 세 배가량으로 늘어났다.

버버리와 같은 글로벌 패션기업이 CTO와 CIO라는 임원진을 따로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의 역할이 패션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고 앞으로의 패션시장에서 기업들이 전력을 쏟아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CIO는 기업의 디지털 인프라를 담당하는 임원이다. 패션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인 ‘재고 최적화’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각 부서에 적절한 디지털 툴(도구)과 인력을 배치해 실적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재고 최적화란 머신러닝(기계학습), 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생산해야 할 최적의 재고량을 측정해내는 작업이다. 기업 전체의 디지털 운용능력이 재고량 예측의 정확성을 좌우한다. CTO는 디지털 인프라보다는 판매를 촉진하는 디지털 기술 등에 초점을 맞춘다. 소비자와 어떻게 더 잘 소통할 것인지, 어떤 디지털 툴로 구매율을 높일 것인지를 고민한다.

국내 대다수의 패션기업은 ‘디지털화’를 전자상거래(e-commerce)로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자 이 분야의 경력자를 뽑아 e-커머스 사업부를 꾸리고 이 안에서 재고를 소진하는 방식에 국한해 디지털화를 이룬 것이다.

이런 체제로 디지털화된 기업들은 몇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첫 번째는 ‘낮은 e-커머스 실적’이다. 사업부장 밑에 e-커머스 담당자를 두면 e-커머스 담당자는 재고를 핸들링할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다. e-커머스는 판촉을 밀어붙이면서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재고를 담당자가 충당할 수 있을 때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주어진 재고를 소진하는 목적으로는 태생적으로 실적을 내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사내 디지털 팀이 e-커머스 사업부에 국한된 경우 e-커머스 이외의 부분에서 디지털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이 추구해야 할 디지털의 방향은 e-커머스보다 훨씬 더 큰 범주의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 패션기업의 조직도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패션기업처럼 국내 패션기업도 활발하게 CTO·CIO를 영입해 디지털 조직을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CEO가 디지털에 정통해야 한다. 국내 패션기업의 디지털 혁신은 CTO·CIO의 역할과 체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부터 시작해야 한다.


몽클레어와 일본 후지와라 히로시가 협업해 만든 제품. 사진 몽클레어
몽클레어와 일본 후지와라 히로시가 협업해 만든 제품. 사진 몽클레어

2│디지털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CTO와 CIO를 영입했다면 그다음으로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도 국내의 많은 패션기업이 직원 간 회의, 협력업체와의 미팅, 주요 사안의 결재 과정을 문서로 남기고 있다. 문서로 남기기 어려울 때는 기억에 의존하기도 한다. 원단업체에 발주서를 띄우는 작업, 공장에 물건을 주문하는 작업, 모든 직원이 공유해야 하는 일정 등을 일일이 손으로 쓰고 팩스로 보내는 기업이 속도 경쟁이 생명인 패션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기획·생산·물류·판매 전 과정이 종이가 아닌 디지털로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다.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면 기업의 모든 행위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당장 모든 인프라를 디지털화할 수 없다면 직원 간 소통 툴부터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슬랙 등 업무용 소통 툴을 활용하면 직원 간 업무 공유가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일어나, 버리는 시간이 없어진다. 업무 과정이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상사가 고의로 결재를 지연시키는 일 등이 사라지고 빠른 교류로 중요한 순간에 담당자 부재로 벌어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업무용 메신저는 단순한 도구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상급 직원과 디지털에 친숙한 젊은 직원들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도록 돕는다. 또 기업이 앞으로 제품수명주기관리(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와 같은 고가의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한다. PLM은 제품 설계를 위한 아이디어 수집, 기획 단계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관련된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3│생산시스템 효율성 높여야

국내 패션기업이 성장 정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 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 패션시장에서 통용됐던 성공전략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통하지 않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마케팅이 그 예다.

흔히 패션산업을 ‘감성 산업’이라고 말한다. 한 패션 브랜드의 콘셉트와 이미지가 주는 감성이 소비자에게 통했을 때 구매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패션업계는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섰을 때 어떤 느낌을 주고 싶은가’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떤 이미지로 기억하길 바라는가’를 고민했다.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 방식에 최대한 공을 들이고 의류 제품의 섬세한 마감 등에 집중했다. 덕분에 한국 패션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과 봉제 마감 수준은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패션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브랜드가 매장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분위기와 감성을 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매장을 찾지 않고 온라인으로 제품을 검색한다. 매장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찾기 전에 온라인 검색부터 먼저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소비자의 91%가 의류 매장을 찾기 전에 온라인 검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제 패션업계에 주어진 숙제는 제품 생산과 물류의 속도를 높여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급속도로 팔려나가는 인기 제품을 빠르게 채워 넣고 홍보하는 속도를 감당할 수 있어야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글로벌 패션기업 1위인 인디텍스그룹의 자라는 디자인부터 매장 진열까지를 2주 만에 끝내는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자라의 부상으로 한국의 많은 패션기업이 자라를 표방한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를 출시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속도와 효율이 중요한 SPA 시장에서 자라와 경쟁하려면 생산시스템의 효율성이 확보돼야 했지만 국내 브랜드 대부분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콘셉트와 이미지는 자라와 비슷하게 출발했다. 비슷한 크기의 매장에 비슷한 품목 수, 비슷하게 저렴한 가격대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사업 범위가 작은 내수 시장에 국한된 국내 브랜드들과 달리 자라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7200여개 매장을 둔 자라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고, 브랜드 성장을 뒷받침할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과거 브랜드가 적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던 시기에 생산시스템의 효율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시기엔 소비자의 구매가 몇몇 인기 브랜드로 집중됐다. 한 브랜드가 성공하면 폭발적인 매출이 일어나 기업 내부적으로 어떤 비효율이나 낭비가 있었든지 간에 수익이 났다.

하지만 시장이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진 현재는 브랜드의 이미지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생산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게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는 무기가 됐다. 국내 기업들이 ‘감성 경영’에서 벗어나 보다 치열하게 생산 효율화를 고민하고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4│경쟁기업과의 전략적 협업 

최근 글로벌 패션업계에선 패션 대기업이 다른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스타트업과 협업해 패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럽 명품 패딩 브랜드 몽클레어는 지난해 외부 패션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서브 컬렉션을 출시했다. 과거에는 모든 의류가 내부 디자이너의 기획을 통해서만 생산됐지만,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외부와 손을 잡은 것이다. 몽클레어는 지난해 2개 컬렉션을 내부 디자이너가 기획하고 6개 컬렉션을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들었다. 외부 협업을 통해 나온 참신한 제품들이 잘 팔리면서 지난해 몽클레어의 상반기 순이익은 40%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간 또는 기업과 외부 디자이너 간 협업이 정체된 국내 패션기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주영 학회장은 “국내 패션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여파로 기업의 고용 부담까지 커졌다”며 “패션기업이 새로운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대신 다른 기업이나 디자이너와 손잡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yword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것.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솔루션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기존 운영방식과 서비스 등을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Plus Point

디지털 혁신으로 ‘제2의 창업’ 나선 유니클로

일본 도쿄 아리아케에 있는 유니클로 새 본사 건물 내부. 사진 블룸버그
일본 도쿄 아리아케에 있는 유니클로 새 본사 건물 내부. 사진 블룸버그

현재 글로벌 패션기업 중 디지털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을 꼽는다면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유니클로를 들 수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 2017년 전자태그와 AI, 빅데이터 기술 등을 사업에 전면 도입하는 ‘아리아케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목표는 지금까지 1년이 걸리던 제품의 기획, 생산, 판매까지의 시간을 2주일 내로 단축해 소비자 수요를 더 빠르게 파악하는 한편 재고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또 현재 전체 매출의 5% 수준인 온라인 판매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니클로는 2017년 11월부터 전 세계 매장 제품에 전자태그를 붙여 실시간 재고 관리와 고객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고객이 점포나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사이즈, 색상, 디자인 등을 알려주면 옷을 맞춤 제작해 10일 이내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 AI를 탑재한 모바일앱에서 코디와 트렌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 등도 도입했다.

유니클로는 도쿄 아리아케에 대형 물류센터를 세우고 2017년에 본사 기능도 이곳으로 이전했다. 과거 본사에서 7개 층에 나뉘어 일했던 기획·디자인·R&D·마케팅·판매·영업·IT 인력 등 1000여 명을 6층 사무실 한곳에 모아 서로 협업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현업 부서의 디지털 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IT 인력들을 각 부서 바로 옆에 배치했다.

유니클로가 디지털 혁신에 팔을 걷어붙인 건 ‘성장 정체’ 위기감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기본 품목 위주의 중저가 의류를 아시아 공장에서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 2015년까지 거의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그러나 치열해진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기존의 생산 시스템을 토대로 계속 성장하기란 쉽지 않았다. 2016년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6%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유니클로의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 전환의 목표는 ‘판매 개선’과 ‘낭비 줄이기’다. 이 두 가지 목표를 이뤄내지 못하는 디지털 전환은 의미가 없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니클로가 디지털 혁신에 나선 것은 디지털 전환 없인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한국 패션기업도 빠르게 기술 도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