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부상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좁은 도로가 막혀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커졌다.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다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아파트 진입로 양옆에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 탓에 소방차가 10분 이상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4월 17일부터 ‘4대 불법 주정차(소화전, 버스정류소, 횡단보도, 교차로 모퉁이 근처에 차를 세우는 것) 주민신고제’를 시행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누구라도 위반 차량의 사진 2장을 1분 간격으로 촬영해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신고하면, 담당 공무원 확인 없이 곧바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있다.

시행 이후 한 달간 전국에서 5만6688건의 신고가 몰릴 정도로 호응도 뜨거웠다. 유형별로는 횡단보도 위 불법 주정차가 2만9680건(52.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차로 모퉁이(1만2352건), 버스정류소(9011건), 소화전(5645건)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만5496건으로 제일 많았고, 이어 서울(6271건), 인천(5138건), 부산(3563건), 대구(3159건)가 뒤를 이었다.

첫 주 신고 건수 가운데 26.9%였던 과태료 부과 비율이 넷째 주에는 56.4%로 치솟았다. ‘불법’ 판단 기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군포·성남 하루 신고 횟수 3회로 제한

하지만 신고 시간과 횟수 등에 제한을 두는 곳이 많은 데다 그 기준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어서 이와 관련한 불만도 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밤 10시가 넘으면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밤늦게 신고할 경우 운전자와 신고자 간에 시비가 붙을 수 있고, 운영 인력도 부족하다는 이유지만, “교차로 모퉁이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은 보행자의 야간 사고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행안부의 제도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사고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다.

평일과 휴일에 따라 신고 시간 요건이 달라지기도 한다. 의정부의 경우 평일은 아침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4대 불법 주정차 신고를 받는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대에 신고할 경우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

신고 횟수 제한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군포와 성남, 대구 달서구 등은 하루에 최대 3회까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해 놨다. 반면에 수원에서는 횟수 제한이 없다.

한 네티즌은 이와 관련해 “(신고 횟수 제한이) 악의적인 반복 민원을 방지하기 위함이라지만 주민신고를 독려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행안부는 신고 시간이나 횟수 등에 제한을 두는 것이 주민신고제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정된 인원과 시간을 이유로 단기간에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4대 금지구역은 24시간 내내 예외 없이 차를 대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지자체마다 제한 없이 신고를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