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필라테스 기구 리포머를 사용해 운동하는 모습이다. 생소한 기구인 만큼 지도자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필라테스 기구 리포머를 사용해 운동하는 모습이다. 생소한 기구인 만큼 지도자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평소 목디스크를 앓고 있던 김소현(28)씨는 최근 목 뒤쪽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재활의학과를 방문했다. 잠을 잘 못 자 목을 삐끗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김씨는 “최근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목에 힘을 주는 행위를 한 적 있냐”는 의사의 물음에 “2주 전부터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의사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디스크 부위에 무리한 힘을 가하는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정확한 지식 없는 강사에게 필라테스를 배웠다가 다치는 등 피해를 입는 사례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헬스·필라테스 사업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6년 1640건, 2017년 1864건, 2018년 1892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그중 부상 등에 관한 피해구제 사건은 매월 1건 이상으로 집계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국가 혹은 대한체육회의 체계적 관리가 되지 않고, 민간 지도자 자격증이 난립하고 있어 정작 ‘전문적인 지도자’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씨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필라테스를 배운 것을 그의 잘못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재활에 탁월한 운동’이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필라테스에 관심을 갖게 된 김씨는 등록 전에 필라테스를 지도하는 곳을 직접 방문해 확인까지 거쳤다. 그가 “강사의 프로필을 보고 수업을 결정하고 싶다”고 하자 직원이 강사의 프로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필라테스 관련 협회의 이름이 생소해 어떤 곳인지 자세히 알기가 어려웠다. 무려 10여 개의 자격을 갖고 있다고 돼 있어 약간 미심쩍었지만 등록을 결정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까지 개설된 필라테스 지도자 자격증만 510종이다. 국내의 한 사단법인 필라테스지도자협회의 지도자 과정은 총 180시간으로 6~8개월이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약 400만원의 강습 비용을 지불하고 지도자 과정을 수강하면 자격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중에서 국가공인 필라테스 자격은 한 건도 없다. 2015년 국민체육공단에서 운영하는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이 대폭 개편됐으나, 필라테스는 자격증 종목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2015년 제도가 개편될 당시에는 필라테스라는 종목 자체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협회 등이 개설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자격증 종목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도자 자격증 관련 검증, 법률·규제 미비

자격 미달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강사의 무분별한 확산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수강생들에게 돌아간다. 2017년, 필라테스 강사의 잘못된 운동 지도로 인해 발생한 낙상사고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피해자는 “필라테스 수업 도중 기구에서 떨어져 치아 부상과 입술이 찢어져 꿰맸는데 센터 측에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강사가 수업 전에 기구에 대한 주의 사항을 충분히 설명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필라테스의 본고장인 미국과 가까운 나라 일본에는 이미 필라테스 지도자 공식 협회가 개설돼 있다. 심지어 일본의 한 국제필라테스지도자협회에서는 최소 400~700시간의 지도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취득할 수 있는 민간 자격증의 2배가 넘는 교육 이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박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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