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고려대 경영학과, 2014년 다음 입사, 2015년 다음카카오 퇴사 /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서울대, 미국 시카고대 MBA, 전 맥킨지 앤드 컴퍼니 리더십센터 센터장 /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국사학과, KDI 국제정책 대학원 경영학 박사, 전 산업자원부 외신대변인, 전 경향신문 기자 /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고려대 경영학과,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 ‘콘크리트’ 창업 (왼쪽부터)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고려대 경영학과, 2014년 다음 입사, 2015년 다음카카오 퇴사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서울대, 미국 시카고대 MBA, 전 맥킨지 앤드 컴퍼니 리더십센터 센터장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국사학과, KDI 국제정책 대학원 경영학 박사, 전 산업자원부 외신대변인, 전 경향신문 기자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고려대 경영학과,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 ‘콘크리트’ 창업 (왼쪽부터)

밀레니얼 세대(1981~96년 출생‧이하 밀레니얼)의 선두주자인 1981년생은 올해 마흔 살이다.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불혹(不惑)이라 부르는 나이지만, 밀레니얼 마흔 살은 여전히 흔들리는 사(四)춘기에 가깝다. 직장이라는 조직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어도 회사 내 인간관계나 조직 문화에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열심히 일해도 그만큼 보상이 나오지 않으니 의욕도 떨어진다. 다른 회사는 나을까 싶어 몇 번이나 이직했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갓 직장에 들어온 ‘밀레니얼 막내’ 스물다섯 살 96년생에게 회사는 이해되지 않는 것투성이다. 나는 일개 월급쟁이일 뿐인데, 윗사람은 항상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한다. 왜 굳이 매주 재미도 없는 회식을 해 쉴 시간을 빼앗는 것일까. 등산은 또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산행에 불참하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끌어다 가상 장례식을 몇 번이나 치렀는지 모른다.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강요에 숨이 막힌다. 참다못해 사표를 쓰고, 제주도로 ‘한 달 살기’ 여행을 떠난다.

신입사원부터 중간 관리자까지, 대부분 기업의 실무 인력이 밀레니얼로 채워졌지만 아직도 기업에서는 ‘밀레니얼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성세대 눈에 비친 밀레니얼은 일하기 싫어하고,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툭하면 사표를 던지는 ‘말썽꾸러기’다. 특히 연차가 낮을수록 기업이 치르는 ‘마찰 비용’은 더욱 많아진다. 취업 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1년 차 이하 직장인의 최근 1년간 평균 퇴사율은 27.8%에 달한다. 전체 직원의 평균 퇴사율인 9.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물론 기업에서도 밀레니얼을 붙잡기 위해 노력한다. 정장 대신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서로 존중하자는 취지로 직급 대신 ‘님’ 자로 호칭을 바꾸기도 한다.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퇴근 후 카톡 지시 금지’와 ‘회식 최소화’를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밀레니얼의 퇴사 열풍은 멈추지 않는다.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이코노미조선’은 직장인으로서의 밀레니얼을 진단하기 위해 ‘밀레니얼 리더’인 88년생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와 86년생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세대론 전문가인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그리고 조직 문화 컨설턴트인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를 한자리에 모아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직장을 ‘평생 함께해야 할 결혼 상대’로 여긴다면, 밀레니얼은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연애 상대’로 받아들인다”며 “이런 밀레니얼을 붙잡기 위해서는 ‘겉핥기식 파격’보다는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밀레니얼은 기성세대와 어떻게 다르고, 그 차이는 어디서 왔나.

이은형 국민대 교수 “밀레니얼은 ‘디지털 네이티브’다.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룬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디지털화했다는 뜻이다. 디지털 세상은 대학교수와 고등학생이 대등하게 토론을 나누는 평등한 공간이다. 수직적 위계질서를 견디기 어려워하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또 디지털 공간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알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전능감’을 갖고 있다 보니 개인에게 조직의 부품 역할을 요구하는 기존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많은 기업에서 밀레니얼의 높은 이직률 문제가 화두인데.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소속감 의식이 희미한 밀레니얼은 조직에서의 분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다 싶으면 거침없이 박차고 나온다. 1년 차 신입사원 퇴사율이 30% 정도라는 통계가 있는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합치면 실제론 50%에 육박한다. 요즘 친구들은 평생직장을 ‘촌스러운 옛것’으로 치부한다. 애초에 평생직장 자체가 회사를 위해 희생하면 많은 봉급과 성과급이 나오고, 그 봉급을 저축하면 매년 10%씩 이자가 붙고, 부동산을 사서 수십 배 가치가 뛰는 시기에 나온 개념이다. 저성장 시대인 지금과는 맞지 않다. 희생의 효익이 낮아졌기 때문에 조직에 충성할 명분도 사라졌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우린 이제 가족 같은 회사와 ‘결혼’하려 하지 않는다. 직장과 관계가 서로 좋을 때까지만 만나는 ‘연애’에 가깝게 변했다. 몇 년 다닐 것도 아닌데 왜 회사에 충성해야 하는가. 그런데 아직도 대부분의 회사는 직원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연애하고 싶은데 상대가 결혼하자고 하면 지친다. 결별, 즉 퇴사로 내몰리는 거다.”


밀레니얼의 일원으로서 이직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이은형 교수가 지적한 ‘전능감’이란 표현과 일맥상통하는데, 우리 나이대는 약간 자의식 과잉 같은 게 있다. 예컨대 나는 다음에 입사하고 1년 만에 퇴사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격려를 받으며 자랐는데, 사회에 나와 ‘신입사원 1’에 불과한 자신을 발견했다. 옆자리 5년 차 선배 모습이 곧 5년 뒤 내 모습이 될 테고, 내가 일을 좀 잘한다면 기껏해야 7년 차 선배쯤 되겠지. 그런 간극이 사표를 던지게 했다. 스타트업 트레바리를 창업한 것도 멋있게, 대단하게 살고 싶어서였다.”

이동건 “밀레니얼이 기본적으로 가진 ‘강한 성장 욕구’가 이직의 원인이 되는 것 같다. 미래는 극도로 불확실하고 회사는 날 책임져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믿을 건 내 실력뿐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내가 성장할 기회를 빨리 주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꼭 회사가 싫어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서 나가는 것만은 아니다. 2~3년 한 회사에서 일하고, ‘이제 내 성장을 위해 다른 자양분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이직한다. 최고 대우를 받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평균 근속 연수가 2년에 불과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기 성장 욕구가 가장 강한 사람이 모인 곳 아닌가.”


성장 욕구가 강하다는 것은 장점이면서 단점인 것 같다.

이동건 “그렇다. 마치 양날의 칼과도 같다.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해 주면 초과성과를 이뤄내지만, ‘회사만 성장하고 나는 퇴보한다’는 느낌이 들면 주저 없이 떠나고 회사는 휘청거린다. 이들의 성장 욕구를 어떻게 충족해줄지가 관건이다.”

이은형 “밀레니얼의 퇴사 리스크는 줄이고, 성장 에너지는 극대화하려면 ‘주도권 부여하기’가 중요하다.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면 신바람이 난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스스로 강구하는 것을 즐기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해법을 내놓기도 한다.”

이동건 “주도권을 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성과 확인’이다. 밀레니얼은 회사의 성장이 자신의 성장과 직결된다고 믿지 않는다. 자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성과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내가 열심히 했더니 내 평가가 올라가네! 회사도 내가 잘한 걸 알고 있네!’ 이런 신호를 확실하게 전달해주면 재미를 느끼고 일에 탄력을 받는다. 물론 확실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

장은지 “성장 욕구의 좌절이 아예 무기력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기성 조직의 한계 탓에 직장에서의 성장을 아예 포기한 공공기관 밀레니얼이 대표적이다. 직장은 생계의 수단일 뿐이라고 명확하게 선 긋고, 직장 밖에서 다양한 취미활동과 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 욕구를 충족하려 드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트레바리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팀원 개개인에게 주도권을 부여하고,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는 스타트업의 운영 방식을 규모가 큰 전통 기업에도 적용하려면.

장은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그러한 운영 방식은 상당히 ‘느슨한 조직’에서 가능한데, 조직은 규모가 커질수록 경직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공기업과 같은 기성 조직에서 밀레니얼을 받아들여서 설득하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스타트업에서보다 수십 배로 힘든 이유다.”

이동건 “조직 규모가 커서 어렵다면 ‘조직 쪼개기’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네이버는 웹툰과 페이 사업부를 아예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다. 카카오도 사내에 100개에 가까운 계열사가 있다. 물론 조직 내 잡음도 많을 테고 비효율과 혼란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더 유효한 성장 방식이기 때문에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나.”

이은형 “조직의 물적 분할이 어렵다면, 팀 단위로 자율권을 부여하면 된다. 큰 틀에서 전략적인 방향은 윗선에서 설정하고 목표 달성 방법에 대해서는 밀레니얼에게 운영권을 내주는 것이다. 이때 ‘운영적 자율’을 이끌 팀장급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많은 조직에서 밀레니얼과 그 윗세대가 ‘꼰대’라는 벽으로 단절되어 있지 않나. 이런 장벽을 허무는 절차도 선행돼야 한다.”

장은지 “해외 사례를 보면 많은 기업이 팀장급에게 아예 팀원을 고용하고 해고할 권한까지 준다. 내 팀을 육성할 권한과 책임을 줘서 조직을 마이크로화하고, 팀장급의 주도권이 팀원의 주도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밀레니얼 최고경영자(CEO)가 ‘조직 내 밀레니얼’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는지 궁금하다.

윤수영 “대응보단 감당에 가까운 것 같다. 같은 세대라고 해도 그 범위가 너무 넓고, 개인마다 지향점과 욕구가 제각기 달라 일일이 맞출 수 없다. 더구나 스타트업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며 몇 달에 한 번씩 스테이지가 바뀌는 조직 아닌가. 예전엔 골고루 할 줄 아는 제너럴리스트에게 중책을 맡겼지만, 회사가 커지면 특정 영역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변화한 회사 환경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하면 쿨하게 헤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린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편이다.”

이동건 “나 같은 경우에는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대신 ‘팀원이 곧 고객이다’라는 마인드를 장착했다. 고객은 파악하고 적응하는 대상이지, 이해하고 바꾸려는 대상이 아니지 않나. 팀원들의 불만 사항에 촉각을 세우고 최대한 기민하게 해소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를 계속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윤수영 “팀원을 고객처럼 대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는 애초에 고객이 곧 팀원이다. 새로운 독서 모임을 만들 때마다 운영자 역할로 ‘파트너’를 파견하는데, 이들은 기존 독서 모임 참가자 중에서 섭외한 전(前) 고객이다. 한순간에 고객이 공급자로 바뀐 상황인데,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나.”

이동건 결국 소통이 중요하다. 웃고 떠드는 소통이 아니라 명확하고 자세한, 그러면서도 감정적이지 않은 피드백(feedback)이 진짜 필요한 소통이다.


‘밀레니얼은 아예 세대가 달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는 CEO에게 조언한다면.

이은형 “사실 이전 세대나 지금 세대나 본질은 같다. 밀레니얼이 회식을 꺼린다고 하는데, 선배들만 즐거운 이기적인 회식은 옛날에도 싫어했다.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즐거운 회식이면 기꺼이 참가한다. 무작정 일을 시키면 당연히 반감을 품는다. 업무에 대한 이유와 맥락, 취지를 잘 납득시키면 마치 덕질하듯 일에 푹 빠진다. 밀레니얼은 승진하기 싫어한다는 편견도 있는데, 사실 승진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만 조직에 몸 바쳐 자기 자신을 완전히 희생해야만 하는 지금의 승진 체계를 거부하는 것뿐이다. 선배 세대 때는 먹고사는 것이 상대적으로 각박해서 이런 불만을 표출하지 못했고, 밀레니얼은 표출이 가능해졌다는 점만 다르다. 어떻게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윤수영 “세대론 자체가 조금 성급한 구분짓기가 될 수도 있다. 세대가 아니라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욕망이 다르고, 타협점이 다른 것이라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도 있고, 성장을 추구하는 기성세대도 있다. ‘밀레니얼에 대한 해법을 찾자’는 논의 자체가 어쩌면 공허한 외침 아닐까.”

장은지 “CEO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패러다임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는 끝났고, 획일화한 방식으로 더는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오히려 남다른 시각을 가진 개인의 한 방이 큰 비즈니스 성과로 돌아올 수 있는 시대다. ‘밀레니얼이 퇴사하지 않도록 잘해주자’는 것은 근시안적 해결책이다. 개인을 존중하는 조직, 사람을 존중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

정미하 기자,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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