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조회 수 1억3000만 회를 훌쩍 넘기며 웹드라마가 독자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는 변곡점이 된 ‘전지적 짝사랑 시점’. 카메라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사진 와이낫미디어
총조회 수 1억3000만 회를 훌쩍 넘기며 웹드라마가 독자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는 변곡점이 된 ‘전지적 짝사랑 시점’. 카메라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사진 와이낫미디어

텔레비전(TV)의 시대가 지고, 모든 미디어는 이제 유튜브로 통한다. 시청률 10%를 넘기기도 힘든 방송국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동안, 2019년 유튜브의 광고 매출은 151억달러(약 18조5200억원)로, 미국 메이저 방송사인 NBC(60억달러, 약 7조360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브랜드·제품 홍보는 대행사에 맡기고 ‘본업’에만 집중하면 됐던 시기는 지났다. 방송사뿐만 아니라 언론사, 관공서, 기업 등 너 나 할 것 없이 저마다 채널을 만들고 영상으로 소통해야 하는 필(必) 유튜브 시대다.

수많은 기업이 전담 부서까지 만들며 유튜브에 뛰어드는 데 비해 성공 사례는 드물다. 수백만 조회 수를 기대하고 야심 차게 업로드한 영상은 대중의 외면 속에 묻히기 일쑤다. 잘나가는 영상을 따라해도, 유명 인플루언서(influencer·온라인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를 섭외해 주목도를 높여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유튜브 이용자들이 도대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성이 아닌 감성에 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 세대가 공감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감성으로 점철된 ‘꼰대 콘텐츠’에 바이럴(viral·바이러스와 입소문을 합친 말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에 메시지를 퍼뜨리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야, 여자들이 볼 땐 나 같은 스타일 어떨 것 같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성 친구에게 고백할 마음을 먹은 남자.

“너? 완전 별로지. 여자들은 원래 너처럼 거친 스타일 안 좋아해.”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소개시켜 달라는 뜻으로 알고 철벽을 치는 여자.

한 번의 끊김도 없이 이어지는 장면엔 두 사람의 속마음이 엇갈린다.

‘짝사랑은 눈치 게임이다. 누군가는 먼저 1을 외쳐야 시작될 텐데.’


2016년 6월 10일 공개된 2분 6초 분량의 영상, ‘전지적 짝사랑 시점(전짝시)’은 웹드라마가 독자적인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는 변곡점이 됐다. ‘네가 좋아했던 그 사람도 내심 너를 마음에 두고 있었을지 몰라’라는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최적화한 독특한 연출로 풀어냈다. 옷깃만 스쳐도 가슴이 설레는 청춘들은 ‘전짝시 앓이’에 빠졌고, 시즌3까지 1억3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히트 쳤다.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10대가 열광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웹드라마다. 짧게는 15초, 길어도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어색한 ‘발연기’로 대사를 주고받고, 내용은 토닥토닥 유치한 사랑싸움이 대부분이다.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지만, 10대들은 공감하고 열광하는 ‘최애’ 콘텐츠다.

‘이코노미조선’은 성공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의 비결을 10대가 열광하는 웹드라마에서 찾고자 했다. 와이낫미디어는 ‘전짝시’와 더불어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리얼 타임 러브’ ‘일진에게 찍혔을 때’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웹드라마의 강자다. 유튜브 구독자만 200만 명에 이르고, 누적 조회 수 8억80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5월 15일 서울 서교동 와이낫미디어 사무실을 찾아가 김현기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Chief Contents Officer)와 정헤레나 책임 프로듀서(CP·Chief Producer)에게 “영업 비밀을 가르쳐달라”고 청했다.

이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10대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것이 와이낫미디어의 철학”이라며 “파격적인 시도로 차별화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지식재산권(IP)으로 다져가며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와이낫미디어가 아낌없이 공개한 영상 콘텐츠 성공 비결을 여섯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왼쪽부터) 정헤레나 와이낫미디어 책임 프로듀서 동국대 신문방송학 졸, 앤미디어 PD, ‘테이스티로드’ ‘겟잇뷰티’ 등 연출, ‘리얼 타임 러브’ ‘리얼 하이 로맨스’ ‘처음이라서’ 등 기획김현기 와이낫미디어 최고 콘텐츠 책임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 알마로꼬 창립, 크리에이티브 컴온스 대표, ‘전지적 짝사랑 시점’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일진에게 찍혔을 때’ 등 제작 총괄 / 5월 15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김현기 와이낫미디어 최고 콘텐츠 책임자와 정헤레나 책임 프로듀서. 사진 최상현 기자
(왼쪽부터)
정헤레나 와이낫미디어 책임 프로듀서 동국대 신문방송학 졸, 앤미디어 PD, ‘테이스티로드’ ‘겟잇뷰티’ 등 연출, ‘리얼 타임 러브’ ‘리얼 하이 로맨스’ ‘처음이라서’ 등 기획
김현기 와이낫미디어 최고 콘텐츠 책임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 알마로꼬 창립, 크리에이티브 컴온스 대표, ‘전지적 짝사랑 시점’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일진에게 찍혔을 때’ 등 제작 총괄 / 5월 15일 서울 서교동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김현기 와이낫미디어 최고 콘텐츠 책임자와 정헤레나 책임 프로듀서. 사진 최상현 기자

포인트 1│‘전지적 시청자 시점’ 붙잡기

‘전짝시’에는 재미있는 탄생 비화가 있다. 와이낫미디어는 창립 당시 장르를 불문하는 스낵 콘텐츠(snack contents·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그런데 창립 멤버였던 이나은 작가가 어느 날 “속마음이 다 드러나는 짝사랑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보자”며 기획안과 대본을 들고 왔다. 사내에 전문 인력이 없었던 탓에 이나은 작가가 연출까지 맡았고, 촬영감독은 영상 전공 대학교 2학년생을 섭외해 초보 제작팀을 결성했다. 영상 편집 난이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원테이크(one take·끊지 않고 한 번에 촬영하는 영상 기법)’ 위주로 촬영했는데, ‘차선책’이 오히려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김현기 CCO는 “당시 기성 제작사에서 제작하던 웹드라마는 영상 기법도 TV 드라마와 별다를 바 없었고, 단지 이야기 볼륨을 줄이고 러닝 타임(running time·재생 시간)을 잘게 쪼갠 정도였다”며 “어쩌다 보니 ‘전짝시’는 ‘말하는 사람이 달라질 때마다 커트(cut)가 바뀌어야 한다’는 관습을 깨게 됐는데, 시청자에겐 하나의 이야기를 몰입감 있게 전개한다는 측면에서 신선함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테이크 기법은 ‘전짝시’의 시청 시간을 늘리는 데도 기여했다. 정헤레나 CP는 “나중에 연구해보니 영상의 커트가 바뀌는 부분에서 시청자의 주의가 환기되며 집중적으로 이탈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고, 몰입도를 위해 의도적으로 원테이크를 유지했다”고 했다.

‘무음 모드’에서 영상이 가진 전달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바일 환경의 시청자는 소리를 켜지 않고 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고, 유튜브·페이스북 등의 ‘미리보기’도 소리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화면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짝시’는 두 주인공의 대사는 일반적인 하단 자막으로, 속마음 내레이션은 화면 좌우 필기체 자막으로 나타냈다. 김 CCO는 “스크린에서 TV로 시청 기기가 바뀌며,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가 생겨난 것처럼, TV가 아닌 모바일로 보는 웹드라마는 그에 맞는 영상 문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포인트 2│제목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김현기 CCO는 “웹드라마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제목”이라며 “아무리 좋은 스토리라도 제목이 끌리지 않으면 원점에서 다시 기획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서로를 짝사랑하는 두 사람의 속마음을 전지적 시점으로 들여다본다는 데서 지은 제목이다. 웹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제목을 활용한 다양한 패러디가 양산됐는데, 그중 하나가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다.

‘연애 미수’라는 제목은 ‘모든 짝사랑은 미수에 그친 연애’라는 발상에서 나왔다. 짝사랑이 죄도 아닌데, 괜한 죄책감에 시달려 본 이들의 폐부를 꿰뚫는다.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은 지하철 역명을 사용해 직장 동료 사이에 썸을 타는 두 주인공의 미묘한 거리감을 함축했다. ‘우리는 스물일곱 번을 멈추고 한 번 방향을 바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다. 김 CCO는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은 제목 덕분에 중국에서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논의 중이기도 하다”며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역명이 한자라 ‘공감 코드’가 통한 것”이라고 했다.


웹시트콤 ‘리얼 타임 러브’는 ‘인스타그램 라이브’가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든 10대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나타냈다. 사진은 여주인공 홍연이 라이브 도중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는 장면. 사진 와이낫미디어
웹시트콤 ‘리얼 타임 러브’는 ‘인스타그램 라이브’가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든 10대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나타냈다. 사진은 여주인공 홍연이 라이브 도중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는 장면. 사진 와이낫미디어

포인트 3│타깃 좁혀야 ‘진짜 공감’ 얻어

웹시트콤 ‘리얼 타임 러브’의 주인공, 예술고등학교 2학년생 홍연은 ‘입 냄새 때문에 차였다’는 루머에 분개해 충동적으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켠다. 인스타 팔로어로 맺어진 전교생에게 공개적으로 해명하겠다는 것. 그러나 너무 흥분한 탓인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고 만다. 다음 날 학교에선 ‘새 남자친구가 누구냐’며 난리가 난다. 거짓말쟁이가 되기 싫었던 홍연은 십년지기 남사친(남자사람친구) 문예찬을 가리키며 “쟤가 내 남자친구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가짜 연애가 시작된다.

기성세대가 이 웹시트콤을 시청한다면, 주인공 홍연의 행동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공감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10대들의 행동이 이렇다. 내일 어떤 옷을 입을지, 방 청소를 할지 말지, 저녁으로 뭘 먹을지까지 라이브 방송으로 결정한다. ‘리얼 타임 러브’가 단일 콘텐츠 채널로 24만 명의 ‘진성 팬’ 구독자를 확보한 비결은 그만큼 실체적인 공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헤레나 CP는 “‘10대’나 ‘20대 여성’ 같은 모호한 타깃보다는 ‘페르소나(persona·가면)’ 수준까지 구체화한 타깃 시청자를 설정하고 연구해야 ‘진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며 “‘리얼 타임 러브’의 경우 ‘성인과 아이의 경계에서, 꿈은 찾았는데 미래는 불안하고, 남들보다 넘치는 끼가 가끔 ‘또라이’처럼 비치기도 하는, 18세 예술고등학교 학생’이라는 페르소나가 이야기를 저절로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아예 배우에게 표현 방식을 맡길 때도 있어요. 싸우는 신에서 기본적인 대본만 주고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마음껏 날뛰어 봐라’고 해요. 상상 속의 10대가 아닌, 진짜 10대를 끄집어내서 카메라 앞에 세우는 거예요.”


포인트 4│시청자에게 찍혀서는 안 된다

‘일진에게 찍혔을 때’, 제목부터 무시무시하다. 남자 주인공 ‘지현호’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귀에 피어싱을 두 개나 한 ‘일진’이고, 여자 주인공 ‘김연두’는 그런 일진에게 실수를 범해 자진해서 ‘빵셔틀’이 된다. 이목을 끄는 것도 좋지만, 학교 폭력이 얼마나 민감한 이슈인지 생각해본다면 뇌관이 타들어가는 폭탄에 손을 집어 넣는 격이다.

김 CCO는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원작인 게임 제목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판권을 가져올 때부터 당연히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기획 단계에서 원제를 수정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제목을 바꾸는 대신 작품에 등장하는 ‘일진’ 캐릭터의 프레임을 바꾸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시즌1 첫 화의 첫 장면에서 일진 주인공들은 불량 학생에게 돈을 뺏기는 반 친구를 구해주고, “아직도 이런 깡패 녀석들이 있네”라며 선을 긋는다. ‘누군가의 잣대로 인해 멋대로 일진이라 불렸던, 공부는 좀 못하고 목소리는 좀 컸던 애들. 이건 얘네들에 대한 이야기다.’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김 CCO는 “드라마상에서도 이 친구들이 나쁜 짓을 하는 건 하나도 없다. 하는 행동만 놓고 보면 오히려 모범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무리 매력적인 제목이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중화하기 어렵다고 예상되면 미련 없이 포기한다. 6월 9일 방영 예정인 웹드라마 ‘가두리 횟집’의 원래 제목은 ‘어장 관리 그녀’였다. 뭇 남성들을 쥐락펴락하며 화려한 20대를 보내고, 30세에 횟집 사장이 된 여자가 주인공인 로맨스 드라마다. ‘뭐 저런 드라마 제목이 다 있나’는 지적에 “진짜 ‘횟집 어장’을 관리하는 주인공인데요?”라고 당당하게 응수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겠다’ ‘굳이 화(禍)를 자초할 필요 있겠나’는 판단에 제목을 수정했다.


웹툰으로 재해석된 ‘전지적 짝사랑 시점’과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된 ‘오피스 워치’. 사진 카카오페이지·Box B
웹툰으로 재해석된 ‘전지적 짝사랑 시점’과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된 ‘오피스 워치’. 사진 카카오페이지·Box B

포인트 5│시즌제는 기본, IP의 무한 활용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즌2·3까지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구상한다. 시즌1을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시즌에는 좀 더 완성도를 높인다. 말하자면 시즌1은 우리에게 ‘파일럿 프로그램’ 같은 개념이다.”

김 CCO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콘텐츠 프랜차이즈’라는 슬로건 아래, 와이낫미디어의 모든 신규 콘텐츠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IP로 자리잡기 위한 전략도 함께 수립한다”고 했다. ‘전짝시’의 경우에도 시즌1이 좋은 반응을 얻고 나서, 단발성 콘텐츠에 그치지 않도록 곧바로 후속편 제작에 착수했다.

시즌2가 방영된 시점은 시즌1이 종영되고 한 달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작가가 연출까지 겸업해야 했던 이전 시즌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퀄리티가 급상승했다. 불가피하게 사용했던 원테이크 기법은 고급스럽게 다듬어져 ‘전짝시’의 확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와이낫미디어는 이렇게 확보한 IP를 리메이크,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글로벌 공동제작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전짝시’는 웹툰으로 재창조돼 카카오페이지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연재하고 있다. 독자가 45만 명에 달하는 히트작 웹툰으로 재창조됐다.

웹드라마 ‘오피스워치’는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됐다. 김 CCO는 “오피스워치의 내용이 인도네시아 정서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 인도네시아 유명 배우를 캐스팅한 리메이크 웹드라마로 제작됐다”며 “현지 사정에 맞게 일정 부분 각색했지만, 내용이나 CG 등 많은 부분에서 원작의 포맷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연예인을 캐스팅하기보다는, 작품을 할 때마다 대규모 오디션을 거쳐 ‘신선한 얼굴’을 찾아내는 것도 IP 사업을 위한 포석이다. 정 CP는 “자기 IP가 이미 대중에게 각인된 유명인과 작품을 만들면, 단기적인 성과는 나올지 몰라도 ‘와이낫스러움’은 약해진다”며 “유명인을 섭외할 비용으로 IP의 퀄리티를 높이는 선택을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포인트 6│기존 틀 깨는 참신한 수익 모델

제일기획에 따르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2019년 3조2824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보다 17.2% 성장했다. 1977년 이래 단일 매체가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웹드라마의 최대 장점은 이런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의 높은 활용성이다. TV 드라마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이야기 흐름을 해치는 간접광고(PPL)를 억지로 끼워 넣어야 하지만, 편성의 제약이 없는 웹드라마는 아예 특별편을 제작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인터넷 강의 업체 시원스쿨을 광고주로 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를 제작했다. 광고성 콘텐츠임에도 ‘웹드스럽게’ 카페에서 시원스쿨 인강을 듣는 남녀 주인공이 이어폰 하나를 한 짝씩 나눠 듣는 로맨틱한 장면을 연출했고, 다른 남자 주인공이 질투하는 모습까지 담아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콘텐츠의 광고성을 인식하면서도 하나의 특별 편으로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였다.

‘리얼 타임 러브’는 주인공 커플이 인스타그램에 가상의 커플 계정을 개설해 6만8000명의 팔로어를 모았다.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여타 인플루언서와 다를 바 없이 활동하고, 심지어 협찬받아 광고 게시물을 노출하기까지 한다. 김현기 CCO는 “팬들이 웹드라마상의 커플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내는 것을 기반으로, 아직까진 작은 커머스 실험을 하고 있는 정도”라며 “브랜디드 콘텐츠, PPL, 제작 지원, 국내외 유통 수익, 유튜브 광고 수익 외에도 기존 틀을 깨는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