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은 총 1조876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주택자와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과세 인상 폭이 크다.
2020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은 총 1조876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주택자와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과세 인상 폭이 크다.

앞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연 소득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 1만6000명은 소득세율이 42%에서 45%로 인상돼, 1인당 평균 5625만원의 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연달아 내놓은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12·16 대책)’과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6·17 대책)’, 주택 시장 안정 보완 대책(7·10 대책)에서 예고한 대로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부담도 늘어났다.

증권거래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는 대신 신설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주식양도소득세는 그 적용 대상이 수익 2000만원 초과에서 5000만원 초과로 올라갔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의한 거래소득도 새롭게 과세 대상이 됐다. 투자세액공제 확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 개편 등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도 담겼다.

정부는 7월 22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번에 확정된 세법 개정안은 8월 12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8월 25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3일 이전까지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이후 국회 조세소위 등의 법안 심사를 통해 본회의 의결이 완료되면 법적 효력이 생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성장 동력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고, 서민·중소기업 및 일자리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과세 형평 제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 “세제·정책 전반에 있어서는 넓은 재원과 낮은 세율을 유지한다”며 “증가하는 항목과 줄어드는 항목이 같도록 조세 중립적으로 개편했기 때문에 증세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지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법이 경기 부양을 위해 감면한 세금을 ‘부자 증세’를 통해 벌충하는 구조로 개편돼, ‘좁은 재원과 높은 세율’ 기조로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의 세부담은 총 1조7688억원 줄어들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이 총 1조8760억원 늘어난다.


포인트 1│주식 수익 5000만원 초과하면 ‘주식양도소득세’ 낸다

과세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뜨거웠던 ‘주식양도소득세’는 애초 전망보다 공제 범위가 확대됐다. 2023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 과세 체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주식이나 공모 주식형 펀드를 합산해 5000만원 이하의 수익을 거둔 개인 투자자는 기본공제 대상으로 주식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20%, 3억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이 매겨진다.

이는 기존에 정부가 예고했던 주식양도소득 과세 기준보다 완화된 것이다. 6월 25일 발표된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주식양도소득 과세의 기본공제를 ‘수익 2000만원 이하’로 정해 개인 투자자의 거센 반발을 샀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7일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지시했고,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장 3년까지였던 이월공제 기간도 최장 5년까지로 확대됐고, 징수 방식도 월별 원천징수에서 반기별 원천징수로 전환됐다. 한 세무 전문가는 “개인 투자자의 반발을 샀던 여러 조항을 애초 계획보다 완화한 것은 주식시장의 활성화가 세수 감소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며 “5000만원 초과 수익을 내는 투자자의 경우 투자액이 보통 수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고소득 자산가로 과세 대상을 좁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인트 2 │다주택자·법인에 이중 세 폭탄

다주택자와 법인 보유 주택은 ‘징벌적 과세’의 표적이 됐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의 경우 종부세율이 0.6~2.8%포인트 올라 최고 6%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종부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3억원 이하 1.2%(기존 0.6%) △3억~6억원 1.6%(기존 0.9%) △6억~12억원 2.2%(기존 1.3%) △12억~50억원 3.6%(기존 1.8%) △50억~94억원 5%(기존 2.5%) △94억원 초과 6%(기존 3.2%)로 인상됐다. 기존에 종부세 인상 대상이 아니라던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도 0.1~0.3%포인트 올랐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격이 각각 2020년 15억원과 13억원, 2021년 16억5000만원과 14억원인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기존 종부세율이 적용되는 2020년에는 2650만원의 종부세를 내지만, 2021년에는 6856만원으로 전년보다 158%(4206만원) 증가한 종부세를 내게 된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및 3주택 이상의 경우 중과세율 인상으로 인해 세부담이 많이 증가하지만, 이러한 다주택자는 2019년 기준 전 국민의 0.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법인 보유 주택의 경우 2주택 이하(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 이하)는 종부세율 3%,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은 종부세율 6%를 단일세율로 적용받는다. 개인에 대한 종부세율 중 최고세율을 적용받을 뿐만 아니라, 종부세 공제와 세부담 상한도 폐지된다. 다만 사원용 주택 등은 기존과 같이 비과세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지역 내에 법인을 이용한 주택 매입이 증가하고 있다”며 “법인을 통해 주택을 분산 보유하는 경우 인별(개인·법인)로 합산 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 체계상 세금 부담을 회피할 수 있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은 10%포인트 인상됐고, 실거래가 9억원을 초과하는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은 적용 요건에 거주 기간이 추가됐다. 법인의 경우 주택 양도 차익에 매겨지는 추가 과세를 10%포인트 인상해 최고 45%의 법인세율을 적용토록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는 “통상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종부세부담을 높이는 대신 양도세부담을 줄이고, 거래를 억제하려면 그 반대로 세법을 조정한다”며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는 종부세와 양도세 모두를 큰 폭으로 인상해 ‘퇴로가 없는 개정안’이 됐다”고 말했다.


포인트 3│비트코인에도 과세…액상형 담배 세금은 2배

‘과세 사각지대’였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소득도 과세 대상으로 편입된다. 가상자산 수익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돼 소득금액이 연간 250만원 이상인 경우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상 과세대상소득으로 열거돼 있지 않아 비과세돼 왔다.

다만 오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이 유지되는 가상화폐 특성상 실제 세금 징수는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며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개인 간 거래의 경우 언제 사고팔았는지 알기 어려워 양도 차익을 산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율은 두 배로 뛰었다. 기존에는 니코틴 용액 1㎖당 370원이었지만 740원으로 인상됐다. 정부는 궐련이나 궐련형 전자담배 등 담배 간 과세 형평 제고를 위해 소비세율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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