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경제논설위원. 그는 자본가들의 그릇된 부의 축적 과정을 지적한 ‘부의 축적가들(2021)’을 추천했다. 사진 FT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경제논설위원. 그는 자본가들의 그릇된 부의 축적 과정을 지적한 ‘부의 축적가들(2021)’을 추천했다. 사진 FT

경제 불평등 전문가가 쓴
부의 축적가들
척 콜린스 | 폴리티 | 42.86달러 | 240쪽 | 4월 12일 발행

“여름휴가 중입니다.”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경제논설위원은 최근 ‘이코노미조선’이 올여름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내자 이렇게 답했다. 한 차례 더 보낸 이메일에서는 “흥미로운 책을 추천한다”라고 답했다. 그가 추천한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불평등 전문가인 척 콜린스가 쓴 ‘부의 축적가들: 억만장자들이 수조달러를 숨기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지불하는 방법(The Wealth Hoarders: How Billionaires Pay Millions to Hide Trillions, 2021)’이다.

콜린스는 미국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진보 정치 싱크탱크 ‘정책연구재단’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불평등에 대한 통찰력 높은 분석을 정책 입안자, 교육자, 활동가에게 제공하는 온라인 정보지 ‘불평등(Inequality.org)’의 공동 편집장도 맡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십 년 동안, 세무사, 회계사, 그리고 재산 관리자로 구성된 소위 ‘비밀 군대’가 음습한 ‘부의 방어 산업’을 발전시켰다고 지적한다. 부유한 상위 0.01% 계층이 가진 수조달러를 숨기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받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책은 저자가 직접 진행한 인터뷰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저자는 미국에서 부의 권력화를 통한 ‘세습 왕조’ 건설과 정착을 위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내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저자는 “‘불평등의 대리인’들의 내막을 폭로해 그들이 어떻게 익명의 유령 회사, 가족 사무실, 역외 계좌, 불투명한 신탁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지를 추적한 책”이라고 자평한다. 책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세 정책 등 더욱더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마무리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주목받는 불평등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울프 위원은 “미국의 일부 부호들은 상속받은 재산을 무원칙한 재산 방어 산업의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법률적 보호의 거미줄, 즉 조세 회피처나 심지어 자선 재단에 위탁한다”라며 “이 책은 이런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골적인 폭력성도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Plus Point

‘상위 1% 금수저’ 스스로 포기한 경제 불평등 전문가 척 콜린스

척 콜린스는 2012년 베스트셀러 ‘99 to 1(한국 번역서 제목은 왜 세계는 불평등한가)’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 책에서 99%의 노력이 1%의 계층에게 몰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세계의 불평등 상태를 묘사하고, 더 나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콜린스의 생애도 흥미롭다. 그는 미국의 글로벌 육가공 기업 ‘오스카마이어’ 창업주의 손자로 태어났다. 이른바 상위 1%의 부(富)를 가진 ‘금수저’였다. 그러나 그는 26세에 모든 상속 재산을 기부했다. 이후 납세 공정성과 공동 번영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 리더들과 부유한 개인들의 조직인 ‘공공의 선을 위한 부(Wealth for Common Good)’를 설립했다.

2016년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아버지 윌리엄 H.게이츠와 함께 상속 재산에 대해 더 과세하고 연방 상속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 ‘부와 공공복지(Wealth and Our Common-wealth)’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