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지 2년여 만에 우리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개인과 기업, 시장과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추세를 10년씩 앞당기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거대한 가속이 강타한 세상은 팬데믹 이후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 뉴욕대 경영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거대한 가속’을 통해 이러한 물음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갤러웨이 교수는 이 책에서 팬데믹이 초래한 가장 결정적인 변화로 ‘속도’에 주목했다. 개인과 사회, 비즈니스의 모든 추세가 10년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급류가 이미 거대한 속도로 들이치고 있다고 강조하며 ‘비즈니스 판도’와 ‘고등교육 시장’ 분야에서 10년 빨리 찾아온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 나간다.


빨라진 비즈니스 시계

2020년 8월 애플은 시가총액 2조달러(약 2418조원)를 돌파했다. 미국 증시 사상 최초였다. 애플이 시가총액 1조달러(약 1209조원)를 넘는 데 42년이 걸렸는데, 1조달러에서 2조달러를 가는 데는 20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국 전자상거래 보급률 역시 팬데믹 직후 초고속 성장을 보였다. 2020년 4월 미국의 전자상거래 보급률은 30%를 기록, 지난 10년치 보급률 성장을 단 8주(2020년 3~4월) 만에 이뤘다. 이렇게 한쪽에서 쾌재를 부르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예약(Booking),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항공사(Airlines), 크루즈 및 카지노(Cruises and casinos), 호텔 및 리조트(Hotels and resorts)를 뜻하는 ‘BEACH’ 종목의 2020년 주가는 전년 대비 평균 50~70% 하락했다. 미국 유통 강자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와 건강식품 업체 GNC 등 쟁쟁한 회사들이 파산을 선언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을 단순히 ‘팬데믹 시기에 유리한 비대면 업종은 살아남고 대면 업종은 추락한 것’으로 분석한다면 매우 단편적인 통찰이라고 갤러웨이 교수는 말한다. 그는 지나칠 만큼 빠르고 가혹하게 전략 스펙트럼을 바꿀 수 있고, 손쉽게 비용 구조를 바꾸는 게 가능한 기업은 어떤 업종이든 갑작스러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 업체 월마트가 유통 공룡 아마존의 독주에도 여전히 성장하는 것은 이러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 교수, UC 버클리 경영학 석사, 섹션4 창업자 겸 현 대표이사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 교수, UC 버클리 경영학 석사, 섹션4 창업자 겸 현 대표이사

15년 안에 대학의 25%가 사라진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팬데믹으로 대학 캠퍼스는 비어버렸고, 온라인 강의와 원격 교육이 도입된 덕분에 대학 교육의 공간적 제약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문제는 팬데믹 이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캠퍼스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의 필요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0년 8월 미국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대학생의 3분의 1이 학교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갤러웨이 교수는 향후 이러한 경향은 빨라지고 현행 고등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등록금 값어치를 못하는 25%의 대학이 15년 안에 사라지며, 살아남은 학교는 벤처캐피털이나 빅테크와 손잡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커리큘럼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