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에도 국내 여행 명소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비단 천정부지로 치솟은 외국행 비행기푯값뿐만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국내 여행에 나섰던 지난 2년간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을 통해 국내에도 해외 못지않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 아닐까. 이에 ‘이코노미조선’은 최갑수 여행작가와 함께 올여름 휴가철에 떠나면 좋을 국내 여행 명소를 소개한다.
파래소폭포
파래소폭포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울산 울주
즐거운 해수욕과 가슴 뜨거운 일출, 시원한 계곡 탁족

울산의 남쪽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자리한 진하해수욕장은 울산 제일의 해수욕장이다. 40m의 넓은 폭을 자랑하는 하얀 백사장이 1㎞ 이상 펼쳐져 있다. 모래는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곱고 희고, 동해 특유의 맑고 푸른 물빛이 백사장을 희롱하고 있다. 파도는 밀려오는 북쪽으로 살짝 비켜 앉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잔잔한 데다 수심도 깊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진하해수욕장에서 10분 거리인 간절곶은 울주군을 대표하는 여행 명소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수평선 너머 붉게 떠오르는 해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담한 공원으로 꾸며져 있는데, 벤치도 놓여있고 카페도 있어 낭만적인 일출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울주군 내원암 계곡은 영남 제일의 탁족(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는 피서 방법)처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운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물이 크고 작은 바위를 거쳐 돌면서 많은 애기소를 만들었는데 여기가 탁족 명당. 물이 얕아 아이들이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내원암 계곡 못지않은 계곡이 또 있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계곡이다. 계곡에 자리한 파래소폭포는 울산 12경 가운데 하나인데, 15m 높이에서 수직으로 우뚝 서 있는 병풍바위 아래로 힘차게 낙하한다. 보기만 해도 더위가 싹 가신다. 


베틀바위 전망대
베틀바위 전망대

강원 동해
한국의 장가계를 만나다, 베틀바위

동해시 무릉계곡 일대 ‘베틀바위 산성길’은 한국의 장가계로 불리는 곳. 무릉계곡 관리사무소를 지나 왼쪽 길로 접어들면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베틀바위 전망대까지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계속 오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래도 곳곳에 훤칠한 소나무와 숲 사이로 언뜻 보이는 두타산 비경이 수고를 덜어준다. 한 시간쯤 땀을 쏟고 나면 회양목 군락지가 보인다. 회양목 군락지를 지나면 마지막 오르막길. 까마득한 나무 계단이 보인다. 심호흡 한 번 하고 계단을 오른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드디어 숨을 헉헉거리며 도착한 베틀바위전망대. 눈앞에 삐죽삐죽 솟은 기암절벽이 펼쳐진다. 과연 두타산의 명성에 걸맞다. 베틀바위 모습은 이름 그대로 베틀 같다. 하늘나라 질서를 위반한 선녀가 벌을 받고 내려와 이곳 무릉계곡에서 삼베 세 필을 짜고 잘못을 뉘우친 뒤 승천했다고 한다. 베틀바위 건너편 풍경도 장관이다. ‘천하 제일경’이라는 두타산의 명성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등산 초보자라면 여기까지 오르는 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족히 걸린다. 내려갈 때는 지나온 길을 되짚어가면 된다. 


해미읍성
해미읍성

충남 서산
역사 여행과 계곡 물놀이를 같이 즐겨보자

충남 서산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아침 일찍 출발한다면 하루 나들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조선 시대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해미읍성과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고즈넉한 절 개심사, 불교미술의 걸작으로 꼽히는 마애삼존불 그리고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용현계곡이 있다.

첫 코스는 읍내 한가운데 우뚝 선 해미읍성이다.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과 더불어 조선 시대 ‘3대 읍성’으로 불린다. 해미읍성에서 나온 길은 운산면 목장 지대를 지나 개심사로 이어진다. 이 길은 봉긋한 언덕들 사이로 기분 좋게 흘러든다. 개심사 범종각을 유심히 보자. 가람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이 하나같이 굽어 있고 배가 불룩하며 위아래 굵기가 다르다. 나무를 전혀 손질하지 않고 원래 모습대로 갖다 썼는데 오히려 이것이 파격미(美)로 다가온다.

운산면 용현리에 자리한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의 이름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터. 암벽에 선을 새기거나 솟아오르도록 다듬어 만든 불상을 마애불이라고 하는데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200여 개의 마애불 가운데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마애여래삼존상에서 용현자연휴양림까지 약 2.7㎞ 이어지는 도로 왼쪽에 용현계곡이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물놀이할 곳이 많다. 수심이 무릎 높이 정도라 가족끼리 편안하고 안전하게 휴가를 만끽하기 적당하다.

 

보림사 비자나무 숲
보림사 비자나무 숲

전남 장흥
신비롭고 아득한 비자나무 숲

장흥 보림사는 860년에 창건된 통일신라 시대 고찰이다.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린다. 여름이면 보림사 뒤쪽 울창한 비자나무 숲이 더 운치 있다. 수령 300년이 넘은 비자나무 5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뤘다.

비자나무 숲 사이로 시냇물처럼 산책로가 나 있다. 숲이 깊어 거센 햇빛 한 올도 침범하지 못한다. 숲 곳곳에는 의자와 삼림욕대도 있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누구나 걷기 쉽고,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충분하다. 비자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 사이에 잡풀이 무성한데, 자세히 보면 야생차밭이다. 그래서 이 길을 ‘청태전(靑苔錢) 티로드’라고 부른다. 청태전은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로,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발효차다. 청태전 티로드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다시 보림사다. 땀도 흘렸으니 시원한 약수를 맛보자. 대웅보전 앞에 오래된 약수가 있다.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가 ‘한국의 명수’로 지정했다. 수량이 일정하고, 비자나무 숲과 차밭의 자양분이 스며들어 미네랄도 풍부하다. 


각산 전망대
각산 전망대

경남 사천
푸른 다도해를 내 품에

남해고속도로 사천 IC를 빠져나온 후 3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달리면 삼천포다. 모충공원에서 삼천포대교공원을 거쳐 늑도까지 이어지는 길이 실안해안도로인데, 노을 지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실안해안도로 앞바다에는 저도와 마도, 둥근섬, 신섬, 늑도, 모개섬, 코섬 등이 겹치면서 그림처럼 떠 있다. 마음에 드는 해안도로 아무 곳에 차를 세워 두고 바다를 바라보면 그곳이 바로 일몰 감상 포인트다.

사천바다케이블카도 타보자. 사천바다케이블카는 바다와 산, 섬을 동시에 운행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전체 길이는 2430m. 이 가운데 대방 정류장과 초양 정류장을 잇는 해상 구간이 816m고, 대방 정류장에서 각산 정류장을 잇는 산악 구간이 1614m다. 케이블카 창문 너머로는 한려해상의 쪽빛 바다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삼천포대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각산 정류장에는 전망대와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봉수대가 있다. 각산 정류장에서 전망대까지는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이곳에서 남해를 감상할 수 있다.

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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