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30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403억달러 이래 11년 만의 최대 흑자폭이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수출 호조로 인해 흑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극심한 경기 침체 탓에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한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유가·환율 하락이라는 복병도 도사리고 있다. 어떻게 뚫어야 할까. 한국 수출의 사령탑 사공일(69) 무역협회장으로부터 그 해법을 들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8월17일 오전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회장실에서 진행됐다.

“중국 내수시장 거점 확보,

 서비스 수출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SummAry

· 현장 애로사항에 코드 부여해 철저 관리

· 중국·일본 내수시장 개척에 총력

· 의료·보건,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이 신성장 분야

· G20에서 국제 금융체제 개선 논의될 것

우리나라에서 세계 금융계 거물들과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사공일 무역협회장이다. 그는 스트로스 칸 IMF 총재,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 등 국제기구 및 주요국 경제수장들과 ‘막역한’ 사이다. 이들뿐만 아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교수,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장 등은 그의 전화 한통에 한국을 찾았다. 1993년 세계경제연구원을 설립해 거의 매달 ‘해외 석학 초청 세미나’를 연 것도 그의 이러한 역량 덕분이었다.

사공 회장의 글로벌한 인적 네트워크의 기반은 멈출 줄 모르는 공부에 대한 열정에서 기인한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매일 아침 두 세 시간씩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을 읽는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1980년대 전두환, 노태우 정부의 재무부장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떠났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했고,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과 G20 기획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에는 6만5000여 무역업체를 회원으로 거느린 한국무역협회 제27대 회장직에 취임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취임 후 토, 일요일도 없이 일한다는 것이 직원들의 전언이다. 나이를 잊은 그의 열정은 철저한 건강관리에서 비롯된다. 그는 매일 퇴근 후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열 바퀴 도는 것으로 몸을 관리한다. 일주일에 한번은 청계산이나 북한산 등을 꼭 찾는다. 좋아하는 골프는 끊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맡고 난 이후부터다. 그는 골프를 끊은 이후 시간이 더 많아서 좋다고 했다.

사공 회장과 인터뷰가 있던 날은 마침 양용은 프로골퍼가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날이었다. 양 선수는 마지막 라운드 역전불패를 자랑하는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3타차로 역전승하며 최고 권위의 PGA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코리아 브랜드’를 전세계에 알린 것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박세리가 미 LPGA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명승부 끝에 우승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것과 너무나 흡사한 장면이 사공 회장을 인터뷰한 날(17일) 연출됐다.

자연스럽게 인터뷰는 양용은 선수의 PGA챔피언십 우승소식으로부터 시작됐다. 사공 회장은 양용은 선수의 PGA챔피언십 제패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제품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 회장직에 취임한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현장’이었다. 지방 무역업계의 애로를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취임 이후 5월까지 그는 인천을 시작으로 청주, 대전, 부산, 창원, 울산, 대구 등 8개 지역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파악한 애로사항 하나하나에 코드번호를 부여해 매달 진행사항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규제 완화 추진 경과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지방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엄청 나더군요. 어떻게 보면 사소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도 많았어요. 그래서 일과성이 아닌 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느꼈죠. 사실 지역별 간담회에는 그 지역의 각 기관장들이나 자치단체장들도 참석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문제들이 풀린 경우도 많아요.”(웃음)

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그동안 역점을 두고 하신 것은 어떤 것입니까.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무역업계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첫째는 업계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파악해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하도록 했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조치하고, 관련 기관이나 부처에 이첩·이관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무역협회 11개 지부와 회장을 위시한 간부들이 직접 지방을 순회하면서 애로사항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460건의 각 분야별 업계 애로사항 중 186건을 해결했어요. 또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상품전을 개최하고, 세일즈단을 파견하기도 했지요. 해외 바이어 초청 행사도 여러 차례 개최했어요. 특히 중국 내수시장 진출 및 대일 무역 역조 개선을 위한 대일 수출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둘째로 거시적인 차원에서 주요국과 FTA 체결과 비준, 그리고 DDA 조기 성사를 위한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민간외교를 펼치고 있어요. G20 정상회의 차원에서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위한 정상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도 물론입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상반기 사상 최대의 무역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상 최대의 무역 흑자는 수출 증가보다는 국내 경기 부진과 원유 도입 가격 하락,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에 따른 수입액의 대폭 감소에 따른 겁니다. 전 세계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우리의 수출 감소량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것은 우리 수출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의미지요. 삼성전자나 LG의 휴대전화,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주요 세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오히려 확대했어요. 환율 상승에 어느 정도 힘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적극적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세계 일류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겁니다.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반면 환율 하락, 원자재 값 상승 등 불안요인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수출 전략을 어떻게 구상하고 계십니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겁니다. 특히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 수출 현장의 애로사항들을 해결해주는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만 만들어주면 시장 기능에 의해 기업들이 잘 해 나갈 겁니다. 규제 개혁과 노사 안정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력이 강화돼야 합니다. 기업은 스스로 끊임없이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신시장 개척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시장 개척 노력을 배가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현재 대대적인 내수 진작 시책을 펴고 있는데 이때에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도 단기적으로 환율 요인을 활용해 일본 시장 진출과 일본 기업의 투자 유치에 나서야 합니다.

중국, 일본 시장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발전 속도가 빠른 국가입니다. 앞으로 상당기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겁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관광, 보건,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수요도 증가할 겁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내수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따라서 중국 시장에 거점을 확보하고, 대중국 서비스 수출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현재 유리한 환율 여건을 이용해 중장기적인 새로운 시장 진출 전략을 짜야 합니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제품의 질적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그래서 일본 시장 진출도 상대적으로 쉬워졌어요. 최근 들어 우리 중소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하는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 시장 개척을 위해 협회가 추진했거나 추진할 예정인 정책은 무엇입니까.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올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 촉진단’을 이미 네 차례에 걸쳐 파견했어요. 중국 현지기업에 대한 조사와 무역 상담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측면에서 지원했지요. 그리고 사이버 트레이드를 최대한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세계 최대 무역 거래 웹사이트인 중국의 알리바바닷컴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2010년 5월에는 ‘2010 상하이 엑스포 한국공동기업관’을 설치, 운영해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예정입니다.

대일 수출 확대를 위해 ‘일본 유통업체 초청 수출 상담회’, ‘한국상품전’을 각각 2차례 개최했습니다. 일본 유통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대일 수출 유망 100개 기업을 선정했고, 대일수출 전문상사제도도 운영하는 등 여러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이기도 합니다.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고, 또 중국을 어떻게 이용해야 합니까.

2008년 중국의 GDP는 3조826억달러 규모로 아직은 미국 경제 규모의 23%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이미 독일 경제를 능가했고 1~2년 내에는 일본 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GDP 증가 기여도면에서 5년 후인 2013년경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게 될 겁니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 시장입니다. 중국을 우리 상품의 제3국 수출을 위한 가공생산기지로만 활용하려는 기존의 시각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중국 내수시장을 개척하고 거대한 서비스 수출 시장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중국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적인 측면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공 회장은 “주요국들과도 FTA를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미 FTA, 한·EU FTA, 한·인도 FTA 등이 해당국과 우리 의회에서 비준될 수 있도록 하고 G20를 통해 DDA가 조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FTA 체결 필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했다. 양국의 산업구조, 특히 제조업 구조를 보면 단기적으로 대일 무역역조가 심화될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두 나라가 윈-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일 FTA 협상 재개를 위해 양국이 여건 조성에 힘쓰고 있으며 이미 우리나라 내에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건설하고 일본 기업들의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일본의 많은 부품 기업들이 이 공단에 투자하고 한국 부품소재 기업들과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EU FTA를 통해서는 교역 증가뿐만 아니라 선진 경영기법과 기술, 판매 마케팅 등을 보유한 EU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세계 최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FTA 허브 국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무역구조로 화제가 옮겨가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무역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는 태양열, 풍력, 조력 등 녹색성장 산업은 큰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 분야에서 기회만 잘 포착하면 성장 동력과 일자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까요.

신재생에너지, 환경 관련 녹색 산업이 새로운 주축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여기에 금융, 관광뿐만 아니라 의료·보건, 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는 수출 의존적인 국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와 주요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외화 수입의 뒷받침 없이 내수, 즉 소비와 투자가 크게 늘어날 수 없어요. 또 적정수준의 외환 보유고 유지를 위해서도 외화 수입을 늘려나가지 않을 수 없지요. 따라서 수입과 외환 보유고 유지를 위해서도 수출을 늘려나가는 일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외화 수입을 위해 상품 수출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출이 이젠 더욱 중요해졌어요. 서비스 수출 확대를 위해서 관광, 보건, 의료, 교육 분야의 과감한 규제 개혁과 개방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보건·의료와 교육 서비스 시장은 한국 수출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의 보건·의료, 교육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에서죠. 서울·베이징은 비행기로 2시간 거리입니다. 지리적으로 서울이 중국의 심장부에 있는 것과 같은 이점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도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색하고 있는 정책이 있으시다면.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적극 실시하고 있는 경기 부양책의 내용을 보면 중소기업을 특별히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소기업들에 대한 수출 보험금액 지원, 총액한도 대출금액 확대, 대출 만기일 연장 등이 그것이지요.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법률적 조치가 이뤄지면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될 겁니다. 무역협회도 중소기업의 무역 현장 애로 개선을 위해 119 현장지원단을 운영하고, 무역기금을 확대하는 등의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요. 기업 스스로도 이제는 국제적인 안목을 갖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전문 인력 양성과 R&D에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 의장단으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G20 기획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사공일 회장이 위원장의 중책을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해당 부처 각료들과 한국은행 총재, 관련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2차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의제 선정과 정상회의 선언문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도 그의 역할이 컸다. 사공 회장은 런던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미·영 측 G20 정상회의 총책임자와 수차례에 걸쳐 긴밀히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0년대 재무부장관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남들이 3세대 걸렸던 것을 우리는 1세대 만에 해냈으니까요. 불과 50여 년 전에 우리보다 앞서 있던 나라들이 오늘날 우리 국민소득의 5분의 1, 심지어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도 많아요.”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먼저 제1차 워싱턴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로 볼 수 있는 보호주의 저지에 관한 정상간 합의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탠드 스틸(Standstill; 새로운 무역장벽 도입 금지) 주창이 받아들여진 결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제2차 런던 회의 시 의제 선정과 정상 선언문 작성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특히 런던 회의에서 금융 규제·감독체제 개편과 함께 거시경제 공조와 보호무역주의 저지 문제와 금융 규제·감독체제 개선 문제가 균형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해냈습니다. 그리고 G20 정상회의는 G7 정상회의처럼 ‘말잔치’가 아닌 실천 가능한 구체적 정책 대안이 제시되는 장이 돼야 한다는 데 G20 국가가 인식을 같이 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했지요.

9월에 미국 피츠버그에서 제3차 G20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G20 정상회의의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의는 세계 GDP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경제국 정상들의 모임입니다. 그동안 선진 7개국 모임보다 지구촌의 ‘유지 그룹’으로서의 대표성이 높아졌어요. 지난해 11월 워싱턴 그리고 올 4월 런던에서 개최됐던 두 차례의 G20 정상회의에서는 세계가 1930년대 대공황 때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한 거시경제 공조, 보호무역주의 저지, IMF와 세계은행의 개편, 금융 감독 규제체제의 개선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구체적 합의가 도출됐습니다. 피츠버그에서는 지난번 런던 정상회의 합의사항 추진 상황 점검과 함께 국제 금융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펼쳐지게 될 겁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한 세계 경제에 대한 회의가 다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금융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달러화를 중심으로 한 고정환율제도를 기초로 한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체제는 사실상 1970년 초에 붕괴됐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에 의해 미국 달러화가 사실상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전 세계 외환 보유고의 거의 65%가 달러화로 보유되고 있고, 전 세계 외환 시장에서 매일 일어나는 외환 거래 중 달러화 거래가 거의 85%에 달하고 있어요. 그러나 앞으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의 지배구조와 역할도 오늘날 달라진 세계 경제 여건에 맞게 개편돼야겠지요. 특히 BRICs와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신흥 경제국 등이 이들 기구의 운영에 그들의 경제력에 걸맞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구의 지배구조부터 개편되어야지요.

G20 4차 회의는 한국에서 열리는 겁니까.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차기회의 개최 자체와 개최지를 결정할 겁니다. 시기적으로는 내년 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기 이후의 세계 경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겁니다. 회의 유치를 ‘거의’ 기정사실로 보고 있지만, 각국 정상들이 결정할 사항입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일단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를 면하기는 힘들지만 내년에는 적어도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는 주로 각국이 주도적으로 펼치는 확장적 재정금융정책과 G20 중심의 국제 공조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민간소비와 투자는 아직도 저조한 상황이지요. 여하튼 그동안 경기 침체의 골이 너무 깊었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더블딥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조급하게 출구전략만 펼치지만 않는다면 더블딥을 면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경제는 언제쯤 회복될까요. 또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습니까.

세계 경제는 올 4분기부터 어느 정도 회복세가 본격화 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빨리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IMF나 OECD도 그렇게 전망합니다. 정부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기초가 튼튼해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회복이 관건입니다. 세계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출구전략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세계 각국이 출구전략을 미리 준비해서 경기 회복세가 더욱 확실해진 연후에 순차적 적용이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두어야 겠지요.

사공일 무역협회장 약력 : 사공일 회장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1980년대 대통령 경제특보와 재무부장관을 지냈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경제특보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주도했다. 서울대 상과대학과 미국 UCLA(경제학 박사)를 졸업하고, 산업연구원장, 외교부 경제통상대사, 재무부 장관, 고려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