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한민국의 오늘은 복잡하다.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모든 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만이 아니다. 세계가 대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섰다. 국제경제와 정치의 축이 새롭게 짜이고 있으며 주력산업에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 혼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바로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국가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물었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한식 세계화 위해 식품회사·식당도 벤처기업 지정 추진”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한식 세계화 위해 식품회사·식당도 벤처기업 지정 추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2기 위원단을 출범한 것이다. 지난 6월의 일이었다. 2기 위원단의 특징은 경제 부문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경제 부문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앞으로도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젊어졌다는 점도 변화로 꼽을 수 있다. 20대의 이제석 위원이 참여한 것이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미래지향적인 기획과 발상의 전환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곽 위원장은 ‘미래지향’과 ‘발상의 전환’, ‘패러다임 시프트’ 등의 표현을 자주 썼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도저히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표현임이 틀림없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것일까. 일자리에서 사교육, 중소기업의 성장 전략, 주력 산업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곽 위원장은 막힘없이 빠르게 답변해 나갔다. 그의 답변을 추리고 추리면 “노동과 자본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루어진다면 2040년,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위원회는 2040년 1인당 국민소득을 6만달러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많다고요? 저는 겨우 그거밖에 안 되느냐는 반응을 많이 들었는데요. 사실 연간 경제성장률을 3% 이하로 잡고 전망한 만큼 오히려 보수적인 수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이 95년에 1만달러를 돌파한 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만달러를 뚫지 못한 만큼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1만달러에서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하는데 6~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가 되니 기대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경제는 기술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노동과 자본의 질과 양에 의해 좌우됩니다. 결국 노동과 자본의 질과 양을 제고한다면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전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한국이 이것에 성공한다면 6만달러가 아니라 10만달러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노동과 자본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말에는 무수한 정책적 과제가 포함돼 있다. 위원회는 노동의 질과 양을 개선하기 위해 개방적 이민정책, 2중 국적 허용, 이민법 개정을 통한 해외 우수 인력 유치가 필요하고 자본 측면에서는 녹색과 환경이라는 자본을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모두 필요한 제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보다 당면한 문제는 ‘일자리 창출’일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곽 위원장은 “청년 실업의 문제는 일자리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기보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이 생각하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직장이 아니다. 그보다는 청년들이 관심 있는 일자리, 자신의 열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일자리라는 측면이 강했다. 금융서비스, 미디어·방송·콘텐츠, 요리, 서비스업이 대표적이란 설명이다. 동시에 이들 직종은 한국이 미래의 먹을거리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하는 분야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디어, 방송, 콘텐츠 분야는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일입니다. 설혹 월급이 적어도 열심히 하고자 하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이 산업들은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이제 미국과 중동에서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지 않습니까.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제빵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히트를 기록한 것도 그래서 아니겠습니까. 한식의 세계화를 정책적으로 육성해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원회는 한식의 산업화와 세계화를 위해 식품회사와 식당도 벤처기업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현재 지식경제부와 협의 중입니다. 지경부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곽 위원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일자리 나누기도 일자리 문제 해결에 큰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이미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95년의 경우 10억원을 수출하면 25개 정도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이젠 7~8개밖에 생기지 않는다. 일자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특근과 야근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일자리 나누기는 부족한 일자리와 장시간 노동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해법이란 게 곽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자리 나누기는 우리 사회의 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 해결은 역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금을 공제해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현재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심해 상당한 진통이 전망된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일자리 나누기나 세제 개편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실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기업의 고용 능력을 높이는 게 답일 텐데요. 특히 일자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창업 후 10년 안에 50인 이상을 고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기업은 94년 4.1%에서 2007년 2.2%로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뿌리 깊은 불공정거래 관행, 인력확보와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지원 방식도 변화해야 합니다. 먼저 직접 지원을 줄여야 합니다. 직접 지원은 투자자나 금융사들이 하도록 하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도와주는 방식입니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추진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할 수 있는 핵심적인 부문에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산업적으로는 녹색산업을 위시한 신성장산업과 핵심부품·소재·장비 등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유효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소기업의 애로 중 하나가 불공정거래 관행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됩니다. 다행히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상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대기업의 발상 전환이 필요합니다. 벤처 1세대 인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대기업과 일하면 무조건 손해 본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중소기업을 용역업체 정도로 취급한다는 겁니다. 이런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용역업체가 아닌 대등한 파트너로 봐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강해지지 않으면 대기업도 강해질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애플의 성공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애플은 수많은 중소기업의 애플리케이션과 부품기업, 콘텐츠에다 디바이스를 붙여 성공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의 힘이 모여 애플을 강하게 만든 셈입니다. 우리 대기업도 결국은 변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강해져야 대기업도 강해진다는 것을 받아들일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걱정스런 문제 중 하나는 양극화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확대되는 것도 사실 양극화 문제의 일단이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져 결국 양극화 구조의 고착화를 촉발할 것이란 우려가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교육 과잉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높습니다.

사교육 문제의 해결은 공교육 강화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원 평가제입니다. 우리 교사들은 우수한 자원들입니다. 대학에서도 사범대학의 커트라인이 높지 않습니까. 이 교사들이 공교육 강화의 선두에 서야 합니다. 교원평가는 그를 위해 필요합니다. 잘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면 더 열심히 할 것이고 자연히 공교육이 살아날 것입니다. 물론 반대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직장인들은 누구나 평가를 받습니다. 대학의 교수들도 학생들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교사들만 예외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신 평가제도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상대평가는 결국 ‘내가 살기 위해선 네가 죽어야 한다’는 식의 경쟁을 유발할 뿐이고 창의성 교육이라는 대의에도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문제를 풀려는 조급증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이해관계자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곽 위원장은 얼리 어답터로 유명하다. 휴대전화만 3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두 가지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술과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곽 위원장은 “스마트 시대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조직과 개인의 경쟁력은 큰 격차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마치 전쟁에서 갑옷을 입은 전사와 맨몸으로 싸우는 사람 사이의 차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로 ‘스마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 시대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마트와 디지털에 대한 국민들의 적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 변화가 만들어 낼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확대는 세대 간의 소통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과거에도 온라인이 등장하면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는데 여기에 모바일까지 끼어들면 그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 간 소통과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들도 이 변화에 적응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배워야 합니다. 그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