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대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발 신용경색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때 주식투자 전문가들은 어떤 혜안을 갖고 있을까. “시장침체가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상승세가 더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현금흐름 등 기업의 내재가치를 따지는 등 기본으로 돌아가라.” 여의도를 대표하는 스타 펀드매니저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패닉에 빠진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 전하는 투자 훈수다. 지난 8월 18일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다사헌(조선일보 소유 전통한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두 주식운용본부장은 “혼돈의 시대에는 인내가 최고 보약”이라면서 “지금은 불확실성,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서두르지 말고 긴 안목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3분기 기업실적 확인 뒤 투자해야”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증시 침체 지속…독점 기업 매수기회”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외국인, 기관들이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사이 개미들이 혼란에 빠져버렸다. 2300을 넘어 2500포인트는 무난할 거라고 예상했던 코스피지수는 국제신용평가기관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유럽발 금융위기가 이탈리아, 프랑스로까지 전이될 조짐을 보이자 1700선 아래로까지 급락했다. 현재 여의도 증권가는 패닉 상태다.

주가상승 기대감부터 빼는 게 투자 1원칙

“돌이켜보면 사실 연초 2011년은 리스크(위험성)가 큰 해였습니다. 남유럽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이머징 마켓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었죠. 다만 이 두 가지 요인이 나쁘게만 작용하지 않는다면 올해는 기업 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지금은 이 두 악재가 시장을 지배하는 국면입니다. 문제는 기업의 유동성 문제라면 이를 공급해주면 쉽게 해결되는데 지금은 발권력 있는 국가들이 부채문제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신뢰회복과 의미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주식시장은 기대감부터 빼고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우리 기업 실적이 질적인 면에서 상당히 좋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형악재로 주가가 주저앉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무게를 뒀다. 곡물가로 대표되는 현물(commodity)시장이 안정되면서 3분기 이후부터는 이머징 국가(신흥경제대국)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정책공조만 잘 이뤄진다면 예상보다 빨리 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서는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안타깝지만 단시간 내 회복은 바라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런 현실을 이제 투자자들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은 그동안 숨어 있던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하나 둘씩 터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금융시스템이나 각국의 재정문제가 드러나면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움직임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취약한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것 같습니다. 미국 주정부, 중국 지방정부, 유럽의 중소은행 등 이제까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문제들이 계속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가인 저희도 예측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요즘 주식시장의 화두는 ‘장기국면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이다. 추가하락에 대비해 지금이라고 손절매를 해야 하냐, 장기적인 투자자세를 보여야 하느냐를 놓고 개인투자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에 대해 유 본부장은 “앞으로는 철저하게 리스크 대비 리턴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약세장은 모두가 낙관할 때 발생하고 강세장은 모두가 비관할 때 발생한다는 증시격언을 좌표 삼아 우량주식을 싸게 구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본부장은 특정 종목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다.



“상반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주)이 좋았다고 하는데 꼼꼼히 살펴보면 차화정이기 때문에 주식이 강세를 보인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이익이나 매출이 좋았기 때문에 차화정이라는 유망종목이 생겼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지금은 주객이 전도됐다고 봐야죠. 그런데 사실 이런 용어가 나올 정도면 해당 주식의 가치는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야 합니다. 나머지 20~30%를 두고 싸우는 게임을 하는 것인데요. 이게 최근 국내 시장에 역효과를 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부터 지금까지 차화정 주식을 보면 기업이익 그래프는 내려와 있어요. 그런데 정작 개인투자자들은 이게 좋다고 하니까 맹목적으로 사고 있어요. 이렇게 용어가 만들어지면서 맹목적인 투자가 발생하면 투자가치는 그걸로 끝입니다.” 

-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분산투자로 위기탈출 나서야

상황이 이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이번 미국발 신용위기 여파가 상반기 대표 히트 펀드였던 하나UBS블루칩바스켓펀드와 삼성코리아대표그룹펀드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간판펀드의 운용방식 변화는 기관, 개인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 본부장은 “경영자의 자질과 지속가능한 투자를 하는 기업, 그리고 그 투자가 끝나고 그것이 현금화될 때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도 “지금은 크레디트 리스크(신용위험)가 세계증시를 좌우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완화될 때까지는 투자종목을 늘려 분산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시기에는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에 종목변경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면서 “대신 투자기업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마이크로 전략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도 하반기에는 거시경제가 아닌 개별종목의 가치를 유심히 살펴야 하고 특히 기업의 재정건정성이나 신산업부문에서의 포지셔닝 등 기초체력이 주가등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관심은 주가 저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언제쯤 이 혼란을 수습하고 주식시장이 정상궤도에 오를까. 유 본부장은 9월로 예상되는 이탈리아 부채 롤오버(부채상환 만기연장) 이후 시점을 지목했다. 이탈리아 부채 문제가 어떻게 풀리는지에  따라 유로존의 위기대처 능력이 판가름 날 것이며 만약 이 과정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세계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각국의 정책 공조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개별기업 이익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제가 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걸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저는 올 3분기 기업이익 발표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올 3, 4분기 실적을 토대로 내년 이익실현이 가능할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때가 정확한 투자시점이라고 봅니다. 최근 유수의 연구기관들이 각국의 경제전망들을 하향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되면 해당 산업과 개별기업의 이익전망도 변경될 텐데, 이것이 수치로 나타나는 시점을 꼽는다면 올 3, 4분기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남 본부장도 “하반기에는 경기, 주가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 내성을 갖고 있는 종목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3, 4분기 실적에 반영된다면 그때가 바로 주식투자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기업에 장기 투자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 주식에 돈을 묻어둔다는 게 아니라 오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게 바로 지속성장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덩치가 커 시장에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유리합니다. 기업을 분류할 때 저는 아주 좋은 기업, 좋은 기업, 그저 그런 기업, 나쁜 기업 등 4가지로 분류해요. 이 중 펀드매니저가 좋아하는 종목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입니다. 아주 좋은 기업이나 그저 그런 기업은 성장성이 크지 않아 수익성이 높지 않죠. 좋은 회사는 아직 조명을 덜 받은 데다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요. 나쁜 회사는 해당 산업과 기업의 사이클을 보고 주가가 너무 저평가되지 않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면 투자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기업 현금흐름 지켜보며 대형우량주 주목해야

유 본부장은 올해는 지난 2006년 주가가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개별종목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갔던 모습과 유사한 국면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주식시장의 속성상 특정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런 흐름에서 주식투자자들은 철저히 기업의 현금흐름에 집중해야 한다고 유 본부장은 강조한다. 그는 구체적인 종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내수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기업 △해외 특히 아시아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상위권에 있는 기업이 위기에 강하다고 강조하면서 “지금은 이런 기업들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저는 자기본업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투자가 끝나고 나서 매출로 연결되면서 감가상각이 증가했을 때 이익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면 그때가 투자적기(Entry point)입니다.”

 

  Tip. 유병옥·남동준 주식운용본부장은? 

대표 대형주 펀드 운용하는 스타 펀드매니저

유병옥, 남동준 주식운용본부장은 여의도 증권업계에서는 스타 펀드매니저로 통한다. 유 본부장은 1993년 흥국생명 펀드매니저를 거쳐 미래에셋증권 랩어카운트 운용팀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0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재직시 주식운용1본부장과 주식운용3본부장으로 근무했던 이가 상반기 투자자문업계 신데렐라였던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사장과 서재형 창의투자자문 사장이다. 유 본부장이 운용하는 ‘블루칩바스켓 증권투자신탁(주식)’은 자산의 70% 이상을 주식에, 30% 이하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주식의 경우 산업별 업종대표주식이나 시가총액 50위 이내 대형 우량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신세계, 한국전력, 대한항공, SK텔레콤 등이 대표종목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월 19일 기준 이 펀드의 1년 수익률은 6.7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지수인 코스피200지수는 1.48%, 코스피지수는 2.70%였다. 하지만 3년간 누적수익률은 32.05%, 5년은 77.22%다. 5년 벤치마크지수 수익률이 36.98%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더블 스코어나 차이가 난다.



 삼성자산운용의 간판펀드 삼성코리아대표그룹펀드도 상반기 자금유입이 많았던 펀드다. 이 상품은 산업 내 비중, 시장지배력, 글로벌 경쟁력 등을 고려해 15대 그룹 관련 기업, 금융그룹 관련 기업, 공기업, 성장잠재력이 높은 도약 기업군을 선별, 집중 투자한다. 이 펀드의 8월 19일 기준 지난 1년 수익률은 20.77%였고 3년은 47.09%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가 1.48%, 14.33% 상승한 것에 그친 걸 볼 때 상당한 수익률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 본부장은 지난 2009년 9월 일본 노무라자산운용이 출시한 노무라아시아펀드의 한국주식운용 위탁운용사로 삼성자산운용이 선정됐을 때 노무라가 직접 운용책임 펀드매니저로 지정해 유명세를 탔다.

 



다사헌은 북촌에 있는 대지 208㎡(63평), 건평 83㎡(25평)의 ㅁ자형 도시한옥으로 방과 누(樓)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 대청이 있는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 등 3칸으로 이뤄져 있다. 조선일보사는 이 한옥을 1989년 인수해 20년간 종로지국으로 사용해 왔으며 최근 복원해 ‘다사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