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물체는 ‘화학원소’로 이뤄져 있다. 달리 말하면 세상은 화학으로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화학은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이지만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화학산업의 개척자 OCI(이수영 회장)도 한때는 그랬다. 거의 모든 산업에 쓰이는 핵심원료를 생산·공급하지만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의 속성 때문에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처럼 ‘무대 뒤의 기업’이었던 OCI가 수년 전부터 태양광산업의 총아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태양광산업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Polysilicon)을 양산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한 덕분이다. OCI는 현재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중 ‘빅3’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2007년 말 처음 폴리실리콘 시장에 진출한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욱일승천’의 기세가 아닐 수 없다. 그 덕분에 OCI는 태양광산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제 OCI는 폴리실리콘 사업의 대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리딩 화학기업’이라는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폴리실리콘 사업을 비롯한 ‘그린 비즈니스(Green Business)’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수영 OCI 회장을 만나 전통의 화학기업에서 미래지향적인 녹색기업으로 변신 중인 OCI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태양광 황제’ 이수영 OCI 회장

첨단화학으로 세상을 바꾸다

- 폴리실리콘

OCI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었다. 이수영 회장의 선친인 고 송암(松巖) 이회림 창업주가 1959년 설립한 동양화학이 모태다. 동양화학은 1968년 인천광역시 남구 학익동에 국내 최초의 소다회 공장을 세워, 당시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화학산업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소다회(Soda Ash)는 탄산나트륨을 일컫는 공업상의 명칭이다. 소다회는 유리, 조미료, 염료, 향료, 의약품, 농약, 비누, 세제, 종이 등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 제조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1960년대는 한국의 산업화가 막 기지개를 켰던 시절로 모든 물자가 귀했던 때다. 이회림 창업주가 소다회 사업을 시작한 취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OCI는 소다회를 시초로 점차 무기화학(無機化學), 정밀화학, 석유석탄화학 제품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한국의 대표적인 화학기업으로 성장했다.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태양전지 및 반도체 웨이퍼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에 성공하면서 그린 에너지 분야에도 야심차게 진출했다.

지난 50여년간 OCI그룹은 화학산업 외길만을 걸어왔다. 한 우물을 줄기차게 파고든 끝에 ‘화학의 명가’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도 정통 화학기업으로서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안목 덕분이었다.

강석진 회장(이하 강 회장) | 1959년 동양화학 설립에서 비롯된 OCI그룹의 역사가 몇 해 전 반세기를 넘었습니다. OCI는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선구자이자 선두주자였지요. 사실 화학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한 산업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수영 회장님께서는 OCI그룹 반세기의 도전과 성취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이수영 회장(이하 이 회장) | (이 회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잠시 회상에 잠겼다가 천천히 말문을 뗐다) 제가 1970년 OCI에 입사했으니까 어언 40년이 넘었군요. 저희는 1960년대 중반부터 맹렬한 활동을 시작한 회사인데요. 당시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보잘것없는 초창기였죠. 우리 OCI는 소다회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소다회라는 게 기본적으로 유리를 만드는 데 쓰이지만 그 외에도 여기저기 안 쓰이는 곳이 없는 공업의 핵심원료예요. 일반 가정의 ‘간장’과 같다고 할까요. 당시만 해도 정부가 물가관리를 많이 했는데, 소다회는 물가관리 품목에 들어가 정부의 가격통제를 많이 받았습니다.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준다고 해서 말이죠. 그 바람에 우리 회사도 먹고 살기가 참 어려웠어요. 정부가 가격을 딱 정해주고 요것만 먹고 살라고 하니까요. 그때는 시장원리라는 것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간혹 ‘우리가 왜 그렇게 힘든 사업을 시작했을까’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아무튼 소다회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세간에서는 OCI를 화학산업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라고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다른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세상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는 법이다. 바로 그런 점을 이 회장은 누구보다 가슴속 깊이 새겨둔 듯했다. 자부심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그의 소회다.

이 회장 | 소다회 사업은 많은 인적자원이 필요합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변변한 직장이 없어서 그랬는지 화공과(화학공학과), 화학과를 졸업한 훌륭한 인재들이 회사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회사를 살찌우고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그런 면에서는 소다회 사업을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분들이 아주 많았거든요. 저는 모든 사업이란 게 ‘나는 꼭 이걸 하겠다’라고 생각해서 시작한다기보다는 우연히 어떤 기회가 주어지면 시작하는 거라고 봅니다. 또 자기가 친숙한 사업을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한 DNA는 나중에 생기는 겁니다. 처음부터 ‘나는 이걸로 성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아마 스티브 잡스도 처음부터 애플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모르고 시작했을 겁니다. 우연히 시작하다 보니까 DNA가 생겨서 그렇게 커진 거겠죠. 우리도 똑같은 원리예요. 화학 엔지니어, 화학 박사로 차 있다 보니까 자연히 화학공업 이외에는 볼 줄 몰랐던 겁니다. 그것만 보게 된 거죠. (OCI를 가리켜) 외길을 걸어온 훌륭한 기업이라고들 말하는데, 사실은 바보죠(웃음). 사업도 좀 다각화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춘추전국시대였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한 우물만 파다 보니 많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쓰라린 경험도 있지만 구성원들이 화학공업으로 회사를 일으켜보겠다는 목표를 세워 좋은 기술을 연마하고 좋은 사업을 계속 발굴한 것은 OCI가 잘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외길로만 걷다 보니까 아무래도 다른 기업들보다는 좀 더 화학공업에 대한 안목이나 지식이 늘어난 겁니다.

화학공업은 크게 무기화학(無機化學) 분야와 유기화학(有機化學) 분야로 나뉜다. 무기화학은 탄소 및 탄소화합물 이외의 모든 원소 및 무기화합물을 다루는 화학 분야인 반면 유기화학은 대부분 탄소화합물(유기화합물)을 다루는 분야다. 서로 상대적인 개념인 셈이다. 우리가 익숙한 석유화학공업이 유기화학 분야다. 석유화학공업은 석유나 천연가스에 포함돼 있는 탄화수소를 원료로 삼는데, 합성수지, 합성섬유 등 소비량이 막대한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공업이다. 당연히 산업 규모 면에서 무기화학 분야를 크게 앞선다.

창사 이래 무기화학·정밀화학 사업 주력

이 회장 | 지금까지 OCI가 주로 해온 사업은 무기화학과 정밀화학 분야였습니다. 그런데 국가 발전 속도와 비교하면 이 분야의 성장 속도는 아주 저조합니다. 반면 석유화학 분야는 상당히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들은 오늘날 세계 굴지의 회사가 됐는데 무기화학이나 정밀화학 기업들은 볼륨이나 외형이 화려하지 않아요. 다만 다른 사람들이 모방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죠. 석유화학 분야는 시장에서 기술을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 그러나 정밀화학, 무기화학 분야는 기술을 사기가 불가능합니다. 파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 기술을 시장에서 팔고 사는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아요. 그것이 무기화학, 정밀화학이 석유화학 분야나 여타 대형 산업과 다른 점입니다.

강 회장 | 어떤 면에서는 OCI가 무기화학, 정밀화학이라는 핵심역량 분야에 치중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것 아니겠습니까?

이 회장 | 좋게 봐서 차별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시장이 워낙 협소합니다. 물론 나라가 크면 돼요. 미국, 일본, 독일은 정밀화학이나 무기화학 시장이 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시장이 작아요. 그러니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죠. 그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우리 OCI는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큰 기업들이 하는 석유화학 분야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외길로 왔다는 게 자랑스러운 것만은 아닙니다. 남들처럼 외형을 수십조원인 회사로 만들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이 솔직히 좀 후회스러워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부심도 있습니다. 무기화학이나 정밀화학은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OCI가 판매하는 제품은 100% 산업 분야로 갑니다. 가정에서 직접 쓰는 제품은 없어요. 그러나 우리 제품이 결국은 1차, 2차, 3차 가공을 거쳐 모두 가정으로 갑니다. 그런 점에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강 회장 | 그렇다면 우리나라 화학산업에 필요한 기초소재는 모두 무기화학이나 정밀화학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겁니까?

이 회장 | 화학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 예를 들어 섬유, 제지,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무기화학, 정밀화학 제품이 소량이라도 들어갑니다. 세상의 모든 물체는 화학으로 이뤄져 있어요. 가령 반도체도 맨 마지막에 기계와 연결되는 ‘리드프레임(Lead Frame: 반도체 칩을 올려 부착하는 금속기판)’을 빼고는 100% 화학재료예요. 우리 회사가 만드는 실리콘 같은 거죠.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저 카메라에는 기계장치와 전기장치 외에도 화학제품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CCD(Charge Coupled Device: 대규모 용량의 메모리와 카메라에 쓰이는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얼마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CCD가 바로 화학제품입니다. 필름, 인화지 등은 물론 기본이죠.

강 회장 | 실리콘이 없었다면 오늘날 반도체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겠죠.

이 회장 | 바커, 헴록 같은 회사들은 50년 전부터 폴리실리콘을 만들었습니다. 그 제품을 가공해 반도체를 만들죠. 그때도 화학기술이 사용됩니다. 무기화학은 그런데 쓰는 겁니다. 반면 석유화학은 플라스틱, 카펫, 장난감 등 모든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쓰죠. 그것보다 더 고급스럽고 정밀한 제품들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게 무기화학이라고 보면 됩니다.

강 회장 | 제가 알기로는 1990년대부터 이 회장님께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폴리실리콘 사업도 그 결실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 회장 | 그걸 이수영 개인으로 연결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다음에는 무엇을 먹고 살지를 찾는 연구부서를 북돋워주는 일뿐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뭘 지원해줘야 할까를 고민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게 어렵더군요.

강 회장 | 그게 바로 가장 훌륭한 리더들이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조직의 우수한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신나게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말입니다. 그런 리더가 있는 조직에는 자연히 인재들이 모이게 됩니다.

Tip | 이수영 회장의 경영철학

“기업경영의 으뜸 요소는 사람…

CEO는 ‘코끼리’도 춤추게 해야”

기업의 3대 요소는 자본, 기술, 노동이다. 이수영 회장은 그중에서 노동(사람)을 으뜸으로 꼽는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임직원이라고 봅니다. 기술은 어차피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자본은 은행에서 끌어올 수도 있으니 사람만큼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이 많다고 모든 회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재’가 많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인재확보는 곧 CEO의 몫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CEO가 ‘인력관리’가 아닌 ‘인재경영’의 철학과 실행력을 가질 때 비로소 인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CEO는 ‘코끼리도 춤추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도경영,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해야 합니다. 또한 회사의 인사정책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만약 1%가 잘못한다면 전체 조직과 99%의 안녕을 위해 과감하게 도려내야 해요. 그것이 OCI 경영철학의 핵심입니다.”

OCI는 50여년 역사 동안 남의 돈을 떼먹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은행 대출금을 제때 안 갚는다든지 공적자금을 사용했다든지 하는 경우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빌릴 때 어떻게 갚을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갚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아예 빌리지를 않아요. 사업을 하더라도 자금이 내 돈이면 리스크를 지지만, 꾼 돈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고 송암 이회림 OCI 창업주는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렸다. 개성상인의 전통 가운데 핵심은 ‘신용’이다. 아들인 이수영 회장 역시 사업의 기본은 신용이라는 신조가 투철하다. 개성상인의 맥은 끊겼다 하더라도 그 정신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만고불변의 효력을 지닌 것이다.

이수영 회장은 인재에 관한 이슈가 나오자 고민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좋은 인재를 데려오기가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OCI는 전체 구성원 가운데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비율이 약 40%에 달한다고 한다. 다른 대형 석유화학회사의 2배는 된다는 설명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취직할 때가 되면 대개 외형이 크고 화려한 회사를 선호하잖아요. 그러니까 사람 뽑기가 어렵죠. 하지만 우리 OCI는 좋은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부지런히 대학교를 돌아다니며 설명회를 갖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설득을 하죠. ‘당신 꿈을 이룰 곳은 여기(OCI)다’라고요.”

강 회장 | 저는 OCI가 무기화학과 정밀화학에 집중해온 것이 굉장히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3M과 같은 세계적인 화학회사들도 핵심역량사업에만 오랫동안 집중했거든요. 한국 기업 중에 문어발처럼 사업을 다변화하다 무너진 곳이 얼마나 많습니까. 특히 IMF 외환위기 때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OCI는 핵심역량사업에만 집중했고, 사업을 다변화하더라도 관련 분야로만 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이 회장 | 그런 자세로 일을 해왔죠. 그런데 지난 10~20년 동안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중국의 부상이죠. 중국은 기초화학이 상당히 발달해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학생들에게 화학 공부를 많이 시킨 것 같아요. 지금 전 세계 화학회사들이 모두 중국 때문에 쩔쩔 매고 있습니다. 중국이 워낙 싸게 잘 만드니까 경쟁력 면에서 다들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다른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나선 기업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경영상의 큰 숙제가 될 겁니다.

강 회장 |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 않겠지만 중국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가령 중국 내수시장 진출 같은 것은 어떤가요?

이 회장 | 참, 둘 다 어려워요. 막상 (중국 내수시장 개척도) 해보면 어렵습니다.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규모가 아마 1조달러는 넘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 중국 내에서 돈을 번 회사는 별로 없다고 해요. 앞으로는 될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어렵다는 겁니다.

‘사업다각화’보다는 ‘선택과 집중’ 필요

강 회장 | 혹시 회장님께서는 사업다각화나 신수종사업을 검토하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이 회장 | 그래도 여하튼 우리가 할 사업은 화학이죠.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 세계 경제는 세계화, 이른바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갔습니다. 그 전에는 ‘디버시피케이션(Diversification)’, 즉 사업다각화가 기본이었죠. 다들 사업다각화를 한다고 난리였었는데, 그건 한 가지 업종으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까 그랬던 거예요. 화학회사가 금융회사를 하고 금융회사는 엔터테인먼트회사를 하는 식이었죠. 그러다가 세계화가 되면서 그런 말(다각화)이 싹 없어졌어요. 지금 세계 유수 기업들 중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곳은 없습니다. 오로지 선택과 집중뿐이에요. 이게 요즘 전 세계 기업들이 가는 방향이죠. 왜냐면 다들 어려워서 그러는 거예요. 이것도 찔끔하고 저것도 찔끔하다 보면 다 망한다는 생각에 하나만 열심히 해보자는 겁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앞으로 중국의 막강한 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원가절감, 기술향상을 통해 새로운 품목, 기능이 향상된 품목을 만드는 방법 외에는 해답이 없다고 봅니다.

- OCI의 초등학교 태양광발전 설비 기증 기념식에 참석한 이수영 회장(왼쪽서 다섯번째). 오른쪽은 OCI의 폴리실리콘 공장 야경.

강 회장 | 2007년쯤 태양광산업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하셨지요. 그때만 해도 태양광 에너지에 대해 다들 인식이 부족할 때였는데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진출을 결정하신 겁니까?

이 회장 | 폴리실리콘 사업은 2005년부터 기획하고 2006년부터 공장 짓고 2007년에 시작했지요. 그런데 사실은 1990년대 초에 이미 폴리실리콘 사업계획을 세웠어요. 1990년대 들어 컴퓨터 보급이 확산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확 늘기 시작했는데, 그때 우리도 반도체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을 해보자고 해서 사업 청사진을 만들었던 겁니다. 그게 1995년경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폴리실리콘의 부가가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바커나 헴록조차도 크게 돈을 벌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1997년에 그만 IMF가 터진 거예요. 세상이 힘들어지는데 우선 살아남기가 급선무잖아요. 하는 수 없이 사업계획도 취소하고 폴리실리콘 사업팀도 해체시켰습니다. 그리곤 잊어버린 거죠. 그런데 2004년쯤 시장조사를 하다 보니까 폴리실리콘이 태양광산업에 쓰이고 있는 거예요. 게다가 태양광산업이 굉장히 커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었고요. 그래서 부랴부랴 사업팀을 재구성하고 캐비닛에 처박아뒀던 사업계획서도 꺼내고 하면서 폴리실리콘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겁니다.

Tip  | 이수영 회장의 M&A 원칙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M&A 실패 없다

OCI도 여느 기업들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기존 사업 매각도 같은 맥락에서 여러 차례 단행했다. 다만 그렇게 빈번하거나 무모한 시도는 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OCI의 M&A는 현재 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즉 자신을 경쟁자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우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기초로 M&A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수영 회장은 M&A에 대한 실무적인 검토를 각 사업부 임원들에게 맡긴다. “나의 장단점에 대한 좌표를 항상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해요. 임원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사업과 경쟁자들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그걸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기업은 어디인지를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겠지요.”

이수영 회장의 M&A 성공전략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할 수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뜻대로, M&A 역시 나와 상대를 알고 나서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 | 보통 첨단산업 분야에 들어갈 때는 선진기업과 기술제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OCI는 폴리실리콘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잖아요.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이 회장 | 2006년까지만 해도 폴리실리콘 기술을 파는 곳이 없었습니다. 누구도 안 팔았어요. 가서 물어보는 게 촌놈이지(일동 파안대소). 바커나 헴록한테 가서 기술을 팔라고 하면 주겠습니까? 더러 은퇴한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을 파는 사례는 있는데, 대체로 10~20년 전의 낡은 기술인 경우가 많습니다. 좌우간 폴리실리콘은 대표적인 무기화학공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기화학을 다뤄본 전문가가 있는 회사가 그나마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 경험이 없는 회사는 하기가 어렵습니다.

강 회장 | 어쨌든 OCI는 자체 기술자들이 폴리실리콘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 않습니까? 그건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 화학기업으로서는 큰 성과가 아닌가요?

이 회장 | 폴리실리콘 기술은 다른 나라에서는 50~60년 전에 다 만들어 상용화한 기술이에요. 한국만 못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그걸 OCI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하는 건 좀 우습죠(이 대목에서 이 회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솔직함과 겸손함이 인상적이었다). OCI는 과거 수십 년 동안 무기화학, 정밀화학 사업을 해왔어요. 그 분야에 노하우와 경험이 있으니까 폴리실리콘 기술 개발도 가능했던 거죠.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Solar Cell)를 만들 때 쓰이는 원재료로,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규소(실리콘)의 화학처리를 통해 얻어지는 고순도의 다결정 분자구조 화합물이다. 일반 실리콘에 비해 감광성이 좋고 전기적 안정성도 높다. OCI는 폴리실리콘 분야에 국내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뛰어들어 ‘대박’을 터뜨렸다. 2007년 말 연산 5000톤 규모의 첫 번째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자마자 외국 기업들로부터 주문이 쏟아졌다. 사업 진출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찬사를 받는 이유다.

2010년 기준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용량은 연간 2만7000톤에 달한다. 미국 헴록, 독일 바커와 함께 세계 시장 3강을 이루고 있다. 2008년 처음 출사표를 던진 후 불과 3년 만에 선두권으로 올라선 것이다. OCI는 그간 공격적인 공장 증설로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12년 제4공장(P-4공장)이 준공되면 연간 생산용량 6만2000톤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실리콘은 순도(純度)가 100%에 가까울수록 품질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그런 기술력을 갖추기가 결코 쉽지 않다. 10개 안팎의 극소수 기업이 세계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OCI는 ‘순도 99.999999999%’의 폴리실리콘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9가 11개라서 ‘일레븐(11)-나인(9)’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는 폴리실리콘 업계 최고 수준이다.

폴리실리콘 순도가 높을수록 태양전지의 에너지 전환 효율은 높아진다. 당연히 태양전지업체들은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찾을 수밖에 없다. OCI는 초(超)고순도 폴리실리콘 제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해내면서 전 세계 주요 고객사들을 꽉 잡고 있다. 나아가 앞선 기술력 덕분에 높은 원가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공급과잉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교두보를 갖고 있는 셈이다.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 넘버원 눈앞



강 회장 | 새로운 사업에 대한 예리한 전망과 과감한 진출 덕분에 OCI는 폴리실리콘 시장 진출 수년 만에 세계 톱3에 오르는 성과를 냈는데요. 아무래도 회장님의 모험정신이 빛을 발했던 것 같습니다.

이 회장 |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에이, 모험정신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요. 사실 폴리실리콘 시장에서는 톱1이다, 톱2다 말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원가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물론 생산규모가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원가가 싸지는 건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정 부분 생산규모가 중요하겠지만 이미 다른 회사들도 생산규모가 커진 상황입니다. 이제 싸움은 누가 얼마나 제품을 싸게 만드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서로들 잘 모르죠. 지금까지는 세월(경기)이 좋아 잘 지내왔는데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좀 지나가면 판가름 나겠죠. 원가경쟁력이 낮은 곳은 하나 둘씩 문을 닫을 겁니다.

Tip  | OCI의 사회공헌활동

미래의 스타 미술가 발굴·후원 박차

OCI는 1989년 설립한 송암문화재단을 통해 장학사업과 기업 메세나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고미술품 보존, 고서 및 사료의 해제와 출판 등을 통해 선조들의 유산을 후대에 계승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송암문화재단은 지난해 재단 전시실을 현대식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해 OCI미술관을 개관했다. 고미술품 보존 및 전시에 치중하던 데서 벗어나 현대미술로 후원 영역을 넓힌 것이다.

현재 OCI미술관은 국내외의 실력 있는 신진·중견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기획전 및 초대전 개최와 학술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미술관 1, 2층은 전시실로 꾸미고 3층에는 미술 관련 서적 및 잡지 등을 비치한 자료실을 둬 작가, 미술 관계자, 관람객들의 휴식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수영 회장은 “OCI미술관을 통해 미래의 세계적인 작가 탄생을 위한 신진작가 후원 활동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OCI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매년 시도교육청 추천을 받아 다문화가정 출신의 고교생 200명과 대학생 10명에게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도 다문화국가가 돼가고 있는데 다문화가정의 자손들이 우리 사회에 공헌하도록 해야지 짐이 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우리도 미국처럼 다문화를 국가발전의 디딤돌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은 신·재생에너지의 총아다. 다만 아직까지는 발전단가가 기존 화석연료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본격적인 보급·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균형을 이루는 시점, 이른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달성되면 태양광산업의 진정한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드 패리티가 이뤄지려면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완제품인 태양전지 발전시스템까지 전체적으로 가격이 하락해야 한다. 이는 태양광산업에 참여 중인 기업들에게 일종의 아이러니로 다가간다. 자신들의 마진이 떨어져야만 보다 큰 기회의 땅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영 회장은 “그때(그리드 패리티 달성 시점)까지 살아남으면 태양광산업의 진짜 승자가 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원가경쟁력이라는 겁니다. OCI도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죠”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 | 앞으로의 사업전략이 궁금합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태양광 수직계열화에 나선 경우가 많은데, OCI도 향후 수직계열화 계획이 있으신지요?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핵심사업인 폴리실리콘 쪽에 집중하실 건가요?

이 회장 | 촌놈이 촌놈 짓을 해야죠(웃음). 태양전지나 모듈은 전자공업, 조립공업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아요. 우리는 그런 것 할 줄도 모르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지금 중국이 워낙 크게 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가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요. 중국 선텍 같은 회사는 생산량이 3GW(기가와트)일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 이수영 회장이 OCI가 야심차게 개발한 첨단 단열재(작은 사진) 전시·견학센터에서 포즈를 잡았다.

강 회장 | 폴리실리콘 외에 다른 그린에너지 분야에 진출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이 회장 | 지금 세계적으로 ‘글로벌 워밍(Global Worming: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놓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때문이다, 아니다 하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런 차원을 떠나서라도 에너지 고갈에 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죠. 저는 신·재생에너지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에너지를 잘 보관하고 절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시장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 차원에서 OCI는 최근 단열재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OCI는 현재 ‘에너백(ENERVAC)’이라는 제품명의 첨단 단열재를 개발해 시판하고 있다. 에너백은 식품첨가물로도 쓰이는 친환경 소재 ‘흄드실리카(Fumed Silica)’를 원료로 만든 단열재로 열전달을 최소화한 제품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단열재 제품 중 최초로 ‘대한민국 녹색기술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미 에너백은 국내 유수의 냉장고업체에 공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요 건설회사의 각종 녹색기술 전시관 및 시범주택, 공공 건물, 상업용 건물 등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건축물에 적용될 경우 일반 단열재(EPS)를 사용할 때보다 벽면 두께를 13.3cm에서 1.6cm로 11cm 이상 줄이는 효과가 있어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 및 고유가 시대 대비를 위해 건축물 에너지 관리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2011년부터 신규 공동건축물에 대해 주택에너지를 30% 절감하고, 2017년부터는 에너지절감률 60%의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패시브하우스는 첨단 단열공법을 적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가리키는 용어다. ‘수동적인(Passive) 집’이라는 뜻으로,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첨단 단열재로 ‘에너지절감’ 사업 진출

강 회장 | 앞으로 에너백 같은 첨단 단열재로 대표되는 에너지 절약 기술은 굉장히 큰 시장을 형성할 것 같군요.

이 회장 | 지금 각 나라마다 2020년까지 화석에너지를 얼마씩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다들 2020년이라는 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2020년이 덜컥 다가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이쿠, 이거 큰일 났구나’ 하고 난리가 날 겁니다. 우리는 그때 수요를 맞춰 준비하고 있을 뿐입니다.

요컨대 OCI의 그린 비즈니스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정리할 수 있는 셈이다. 하나는 폴리실리콘과 같은 그린에너지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절감기술 사업이다. 빗대자면 ‘산토끼’도 잡고 ‘집토끼’도 지키는 양수겸장 전략이라고 할까. 이수영 회장은 “맞습니다. 앞으로 OCI가 갈 길은 인류가 ‘리뉴어블(Renewable: 재생 가능한)’할 수 있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Tip | OCI의 지배구조

두 동생 기업들과는 독립된 관계

재벌그룹으로 분류되는 것도 어색

OCI그룹은 모태기업이자 주력회사인 OCI가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OCI의 자회사 및 계열사는 OCI머티리얼즈, 엘피온 등 7개사다. OCI를 포함하면 OCI그룹은 모두 8개사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현황에는 OCI그룹 계열사가 10여개가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무엇 때문일까?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오너(동일인)와 친족관계(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인 사람이 지분을 소유한 회사도 해당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로 포함된다. 따라서 이수영 회장의 첫째 동생인 이복영 삼광유리 회장이 거느린 계열사들과 둘째 동생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운영하는 계열사들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OCI그룹의 일원으로 편입된 것이다.

하지만 OCI의 지배구조상 삼광유리 및 유니드 계열사들은 OCI그룹과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세간에서는 종종 이수영 OCI 회장 형제들이 ‘독립경영’에 나섰다는 식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은 오래 전부터 분리돼 있었던 셈이다.

이수영 회장은 “OCI는 지배구조를 간단명료하고 투명하게 하자는 게 기본원칙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할 때도 OCI 회사만 출자합니다. 대주주나 가족들이 섞여서 투자하면 ‘이해상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지배구조가 간단명료하고 투명해야 OCI 임직원들이 자기 회사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안정감도 높아집니다. 그리고 동생들 회사와는 아무런 인적 교류도 없는 관계예요”라고 말했다.

이수영 회장은 ‘OCI그룹’이라는 표현도 거북해한다. 매출 규모가 3조원을 약간 웃돌 뿐인 데다 계열사 숫자도 적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면 여러 제약이 따르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는 “우리가 그룹으로 불릴 만한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중견기업 정도인데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 | OCI가 전국 초등학교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솔라스쿨(Solar School)’ 사업을 시작했지요. 매우 참신한 사회공헌활동 모델로 보이는데, 어떤 계기로 이 사업을 추진하시게 된 건지요?

이 회장 | 아주 간단해요. OCI가 태양광산업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사업을 잘한다고 봐주시니까 보답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겁니다. 사회공헌을 하자는 취지죠.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감수성이 발달하는 초등학생들에게 태양광이 뭔가를 보여주는 게 딱 좋겠다 싶더군요. 앞으로 1년에 60개교씩 5년 동안 총 300개 초등학교 운동장에 태양광발전 설비가 설치됩니다. 운동장은 햇빛이 잘 들지 않습니까? 현재 전기 생산량, 월별 생산량, 누적 생산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표시장치도 함께 설치할 겁니다. 그걸 아이들이 오가면서 보게 되는 거죠. 그런 걸 보며 자란 아이들하고 게임기만 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요. 저는 1000명 중에서 1명이라도 호기심과 탐구심을 길러 훗날 훌륭한 과학자가 된다면 만족합니다. 나중에 폴리실리콘 없이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요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상상력을 길러줄 수만 있다면 이 프로젝트는 대성공이라고 봅니다.

한국 화학산업을 개척한 반세기 역사의 OCI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끊임없이 열어왔다. 한 우물을 깊이 파다 보면 물이 나올 수도 있지만, 유전이나 금맥을 발견할 수도 있다. OCI가 태양광산업을 비롯한 그린 비즈니스에 눈을 뜬 것은 무엇보다 본업을 깊이 파고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의 미래도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일가를 이루겠다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지닌 다음 세대가 이끌어갈 것이다. 이수영 회장과 OCI는 그런 면에서 하나의 바람직한 ‘롤모델’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지 않을까.

■ 이수영 회장은… 

1942년생 / 1960 경기고등학교 졸업  / 1964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 1970 동양화학공업 입사 / 1978 동양화학공업 대표이사 사장 / 1987 한국정밀화학공업진흥회 회장 / 1996 동양화학공업 대표이사 회장, 한국화학연구소 이사장 / 2004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2009 OCI 대표이사 회장

■ 강석진 회장은… 

연세대 대학원(공업경영학 석사)을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30여년 간 제너럴일렉트릭(GE)에 몸담았고, 그중 20년은 GE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 전문경영인학회 이사장, 서강대·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CEO컨설팅그룹 회장이다. 서양화가로도 활동해 세계미술문화진흥회 이사장과 한·일 서양화 교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역서: <당신의 운명을 지배하라>, <GE 신화의 비밀>, <잭 웰치와 GE방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