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신화’의 주인공인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은 국내 온라인 비즈니스 ‘1세대 맏형’으로 불린다. 항상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했고, 그 선두에 섰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의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금룡 회장은 1977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인터넷사업부문 이사를 거쳐 1999년 옥션을 창업해 e-마켓플레이스 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이니시스(2003년), 넷피아(2005년) 등에 이어 2007년에는 사재를 털어 코글로닷컴을 설립했다. 코글로닷컴은 해외 한인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K플라자’를 지난 6월 중순 오픈했다. 그가 걸어온 길은 온라인 비즈니스 1세대 맏형이라는 별명에 걸맞다.

지난 6월7일 서울 삼성동 코글로닷컴 사무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K플라자 오픈을 진두지휘하면서도 일주일에 3일은 대학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포럼 등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앞으로의 10년이 제 인생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배우고 갈고 닦은 지식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 그리고 후배를 양성하는 데 쓰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가 있던 날 아침에도 20~30대 CEO를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고 한다. 젊은 기업인들을 위한 진정한 멘토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일종의 재능기부이기도 했다. 강연 내용이 궁금했다.

“엄청난 변화의 시기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변화의 변곡점이고요. 가장 중요한 때인 거죠. 누구에게는 위기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삼성에서 뛰쳐나와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했을 때처럼 지금이 기회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때도 온라인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지 아무도 예상을 못했죠.”

그렇다면 지금은 무슨 변화가 일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제조업 중심의 제2의 물결, 그리고 정보기술(IT) 기반의 지식정보화 사회라는 제3의 물결이 이제는 제4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제3의 물결의 핵심인 컴퓨터와 인터넷이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태블릿PC, 스마트폰을 통해 등장한 수많은 앱이 새로운 경제를 만들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제4의 물결입니다. 그런데 그 변화가 너무 빨라 알아채지 못하는 거죠.”

상상력으로 감성을 감동으로 바꿔야

그는 부동산 대책이나 건설 등으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며, 이제는 경기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중심에 자원을 몰아야 위기에서 헤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제2, 3의 물결에서는 과학과 기술, 이성과 지성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제4의 물결의 핵심은 바로 감동입니다.”

그는 인간이 가진 감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이러한 감성이 감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감성을 감동으로 만드는 원동력은 창조와 상상력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과 이성을 관장하던 좌뇌와 함께 우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창조와 상상을 담당하는 우뇌를 단련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강연을 하면 ‘많이 배웠다’고 고마워하던 청중들이 이제는 ‘감동받았다’고 합니다. 제품을 만들 때도, 기업을 경영할 때도 이제는 감동을 주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렇다고 감성과 지성이 뚜렷하게 구별되거나, 서로 반대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그는 특히 리더는 창조와 상상력, 스토리를 갖춰야 한다며 리더의 기본적인 소양으로 배려, 헌신, 인간적인 소통을 꼽았다. 특히 그중에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통할 수 있어야 공감할 수 있고, 공감해야 감동하기 때문이다.

“요즘 ‘벤치마킹’, ‘제2의’, ‘첨단기술’ 같은 단어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런 단어들은 제조업 시대에나 통했죠. 대신 ‘인간적인’, ‘오리지널’과 같은 단어들이 더 많이 쓰이고 있어요. 이젠 남과 비슷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거죠.”

그는 최근 삼성에서 발표한 ‘갤럭시S3’를 예로 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영국 런던에서 갤럭시S3를 출시하며 ‘첨단기술’이나 ‘새로운 기능’보다 ‘더 인간적인 스마트폰’이라는 점에 마케팅의 방점을 찍었다.

“토끼를 잡으려면 귀를 잡아야 하고, 닭은 날개를 잡아야 꼼짝 못합니다. 인간인 소비자를 잡기 위해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기업도 고객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결국 망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요즘 기업 간 경쟁 레이스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겁니다.”

CEO가 창조,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회장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좌뇌와 우뇌에서 ‘스파크’가 튄다는 것이다.

“생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혀 상관없는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좌뇌와 우뇌에서 ‘스파크’가 튀게 되는 거죠. 상상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을 연결하는 일종의 융합입니다. 그리고 창조는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가운데 나오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을 휘두를 수 있다는 카리스마 리더십은 이 시대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그는 “경쟁이 치열한 제조업에도 감성이 필요하다”며 “가격이 논란이 되거나 경쟁력이 돼서는 십중팔구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가격이나 기술보다는 브랜드 자체가 구매 동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CEO는 예술가여야 한다며 그는 시 한 수를 읊었다. <자기 전에 안경을 닦는다 / 책 속에만 꿈이 있는 줄 알고 / 책 읽을 때만 쓰던 안경을…(중략) 꿈을 더 잘 보려고 / 꿈한테 더 잘 보이려고…(후략)>. 그는 유안진 시인의 <안경, 잘 때 쓴다>라는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한 목소리로 낭송했다.

“이 시 정말 좋지 않습니까. 잠자리에 들 때 왜 안경을 씁니까. 그런데 써야 할 이유가 확실하지 않습니까. 한 기업의 CEO나 임직원은 예술가가 돼야 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어요.”

이 회장은 대기업의 임원을 만나보면 그들은 아직도 새장 안에 갇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예전의 경험과 규정만 따지며 현실의 변화를 아직까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을 넘어서야 감동을 받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고객에 끊임없이 집중해야 하고, 고객과의 접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것이 글로벌 SPA 패션 브랜드인 자라와 유니클로다. 매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바로 분석하고 여기에 감성을 집어넣어 소비자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선 낙관적이었다. “20~30대 CEO들을 만나보니 희망이 있습디다. 15년 정도만 잘 버티면 완벽한 디지털 세대가 우리 시대를 지배하게 될 겁니다. 쓸데 없는 논쟁을 하지 않을 거고요.”

한상·중소기업 연계하는 포털로 새로운 도전 나서

그는 문화, 예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산업, 레저와 관광, 그리고 농업·식품·외식 산업이 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K-팝을 위시한 우리의 문화예술은 인기를 한창 구가하고 있고, 이러한 트렌드는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식이나 외식산업도 엄청나게 성장하고, 농업은 생명산업으로 고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시대도 끝났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대기업이 유리하지만 유일무이하거나 남과 차별화하는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사재를 털어 코글로닷컴을 설립하고, 5년 만에 K플라자를 오픈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삼성에서 22년간 유통을 했고, 그리고 옥션을 키웠죠. 뭘 할까 고민을 거듭했어요. 그러던 중에 ‘스파크’가 튀더군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유통과 벤처, IT를 합쳐 회사를 차려보자고 마음먹었죠.”

그는 “중소기업을 키워 수출 저변을 확대하고, 이들의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것이 무역규모 2조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겼다”며 “K플라자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플라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3만여명의 한상 네트워크와 국내 중소기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글로벌 B2B 비즈니스 포털이다. 그가 당초 구상한 것은 한상을 위한 네트워크였다.

“어느 날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났는데,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더군요. 그래서 한국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게끔 돕자고 결심했죠. 사실은 온라인 비즈니스 1세대 맏형이라는 사명감도 약간 작용했어요. 이 때문에 사이트 오픈이 좀 늦어졌어요.”

코글로닷컴은 한국 중소기업과 이들의 제품이 구글이나 야후 등 글로벌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되도록 지원한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인 이베이, 라쿠텐 등에 이들 중소기업 제품을 등록하고 판매도 대행한다. 미국이나 일본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을 한국에서 직접 현지로 배송하게 된다.

K플라자는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해외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중소기업들에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정보가 전 세계 160여개국에 전달됩니다. 우리 중소기업 12만개가 등록된다는 것을 예상해 보세요. 엄청나지 않습니까. K플라자를 중국의 알리바바닷컴과 맞먹는 B2B 비즈니스 포털로 키워야죠.”

 

▒ 이금룡 회장은…

1952년생. 1975년 성균관대 법률학과 졸, 95년 동국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5년 광운대 경영학 박사. 1977년 삼성물산 입사, 98년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 이사. 99년 옥션 대표. 2003년 이니시스 대표. 2006년 코글로닷컴 회장.